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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위원장, 2주 못 갈 수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송요훈 전 MBC 기자

등록 2024.08.01 09:44수정 2024.08.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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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송요훈 전 MBC 기자

송요훈 전 MBC 기자 ⓒ 이영광

 
언론이 '사회적 흉기'였던 시절 대표적인 '언론 적폐'로 꼽히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되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3일간의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왜곡된 역사관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7월 31일 임명을 강행했다.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유례없이 3일간 열렸다. 이 인사청문회를 참고인으로 지켜본 송요훈 전 MBC 기자의 참관기가 궁금해 지난 7월 30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송 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통령·여당·주류언론의 카르텔"

- 지난 24일부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3일간 열렸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참고인으로 출석해서 이틀을 지켜봤는데 착잡했어요. 그리고 불안했어요. 우리나라가 어렵게 선진국 문턱 넘었는데 넘자마자 다시 후진국으로 고속 낙하하는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어요. 뭐냐면 이게 방통위원장 이진숙 청문회이기도 하지만 이진숙이라는 사람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대통령에 대한 청문회죠. 또 하나 청문회라는 게 국민 앞에서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국회의원들이 검증하는 거잖아요.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 사람이 적임자인지 검증하려고 해요.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들은 어떤 의혹의 진실이 드러나려고 하면 연막탄 터뜨리고 흙탕물 만들어서 그 의혹의 본질이 드러나지 않게 자꾸 방해해요."

- 그건 언제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맞죠. 현장에서 직접 봤다는 거죠. 그렇게 하면 또 그다음에 이른바 주류 언론은 어떻게 보도하느냐 하면 '공직 후보자를 그렇게 매도할 수가 있느냐', '난도질할 수가 있느냐', '인사청문회가 너무 심하다'라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 얘기를 하거든요. 방통위는 굉장히 중요한 데잖아요.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데 있어서 방송의 독립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그대로 옮겨온 거거든요. 연방통신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방송의 독립이에요. 왜냐하면 그래야 언론의 자유가 지켜진단 말이에요. 그럼, 그런 일 제대로 할 만한 사람을 후보자로 지명하고 임명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런데 이진숙 후보자는 도저히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가 청문회를 왜 하죠? 그런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이 이게 옳다, 옳지 않다는 걸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럼, 여론이 형성되잖아요. 저 사람은 적임자가 아니라고 하면 대통령이 그 여론을 받아들여서 그 후보로 했던 걸 철회해야 하는데 오히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려고 하고 대통령의 그런 의도를 여당 의원들은 막아주고 주류 언론은 그걸 흙탕물 만들어서 본질을 흐리고 후보자와 대통령과 여당과 주류 언론이 한패가 돼서 무슨 카르텔 같아요."

- 기자님이 중점 둬서 본 점은 뭔가요?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입니다. 정직하고 청렴해야 해요. 이번 청문회에 보니까 법카 얘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법인카드 그렇게 쓴다는 건 정직하지 않다는 거고 청렴하지 않다는 거예요. 회삿돈은 내 돈이 아니잖아요. (일반 기업에서) 회삿돈 그렇게 쓰면 진작에 해고됐어요. 높은 공직을 맡은 사람은 정직하고 청렴해야죠. 국민 세금을 쓰는 거잖아요. 그렇게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요. 빵집에서 왜 빵을 많이 샀겠어요? 그건 광고 영업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게 아니고 제가 추측하기로는 자기 영업, 즉 정치권에 줄 댄다든지 자기 인맥 관리한다든지 그런 쪽으로 회삿돈 쓴 거예요. 떳떳하면 당당하게 왜 자료 제시를 못 하겠어요?."


- 카드깡 가능성 보시나요?
"카드깡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요새 이런 게 있거든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게 아니고 200만 원어치 주유 상품권을 산 거예요. 그러면 5만 원, 10만 원 하는 주유상품권,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한테 선물로 준다고요. 그리고 빵도 (미리 선지급 결제를) 해놓고 '내가 어디에 미리 계산해 놨으니까, 당신이 써라'라고한 거죠. 어떻게 보면 정치권력 쪽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자꾸 줄 대기 하는 거잖아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요."

- 너무 먼지 털이식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이거는 먼지 털이 아니에요. 공직 맡을 사람은 자기 모든 것을 다 드러낼 수 있어야 해요. 이를테면 '당신은 종교가 뭐예요?' 같은 양심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면 공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건 회사 업무와 관련된 거잖아요. 그건 당연히 공개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난 공개하기 싫어요'라고 하는 사람이 공직을 맡을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법인카드는 그 후보자가 공직 맡을 만한 도덕성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거거든요."


- 일각에서는 법인카드 문제보다 언론관 문제를 더 부각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공직자이기 때문에 공직자는 기본적으로 공통적으로 누구나 다 갖추고 있어야 할 게 정직함과 도덕성이죠.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역할이 있잖아요. 그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인가를 봐야 하잖아요. 가장 중요한 게 언론관이에요. 근데 내가 보기에는 이것도 충분히 드러났어요. 대표적인 게 바이든 날리면에 대해 보도 가치가 없다고 했어요. 저는 그 말에서 이 사람은 정상적인 언론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바이든 날리면'이 보도 가치가 없다는 위험한 생각

- 왜요?
"왜냐하면 바이든 날리면 보도가 국익에 반하기 때문에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하잖아요. 또 사실 확인이 안 됐다고 하죠. 사실 확인이 충분히 된 거예요. 뭐냐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잖아요. 현장에서 기자들이 (촬영된 영상으로) 다 들었어요. MBC 기자만 들은 게 아니에요. 그래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도 들어보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놀랐어요. 다 확인된 거예요. 

문제는 바이든이 문제가 아니라 이 XX란 욕을 했잖아요. 그리고 쪽팔려서라는 비속어를 썼잖아요. 그 얘기를 한 거예요. 근데 대응을 어떻게 했죠? 이 XX는 뭐라고 안 해요. 쪽팔려서도 말 안 해요. 그리고 바이든이란 말을 안 했다는 거예요. 이건 뭐예요? 바이든 심기만 안 건드리면 된다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국익이에요? 고치려면 바이든이 아니라 앞에 XX를 다른 말로 바꿔줬어야죠."

- 대통령실 주장이 미국은 의회라고 하는 데 국회라고 했으니 미국 이야기 아닌데 MBC가 미국이라고 한 게 문제라는 건데.
"맥락을 전체로 보면 의회에서 '기부금 출연을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민망해서 곤란해지지 않겠냐'는 뜻이잖아요. 초등학교만 나와도 다 알아요. MBC뿐만 아니라 언론이 문제 삼은 건 이 XX예요. 그리고 쪽팔려서라는 욕과 비속어를 대통령이 대통령 품위에 맞지 않다는 거예요. 그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건 얘기를 안 하고 바이든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했죠. 그래서 사람들 다 듣기 평가해 버렸어요. 바이든 심기만 안 건드리면 되는 건가요? 

또 하나 놓친 게 뭐냐 하면 미국에서도 가끔 대통령이 실언하는데 다 보도해요. 대통령 망신 주기가 아니라 대통령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죠? 대통령이 그다음에는 조심하잖아요. 무엇이 국익이에요? 무엇이 공공의 이익이냐고요. 대통령을 감시해서 그런 말을 못 하게 하는 게 우리 국민의 이익이고 또 다음에는 실언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럼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에요. 대놓고 이진숙 후보자는 언론의 역할을 부정한 거예요.

이진숙 후보자가 갖고 있는 생각은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언론은 대통령을 홍보하고 선전 도구가 돼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괴벨스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기자로 살았던 사람이 그런 얘기 하면 안 되는 거죠."

- 공영방송과 국영방송을 구분 못 하는 것 아닌가요?
"이진숙 후보자의 생각이라면 북한의 조선중앙TV나 중국의 CCTV처럼 그 역할 하라는 거예요. 대통령이나 권력을 비판하는 일은 전혀 하지 말고 홍보만 하라는 얘기죠."
 
a 이진숙 방통위원장 첫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월 3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로 첫 출근하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첫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7월 3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로 첫 출근하고 있다. ⓒ 이정민

 

"세계관이 달라진 게 아니고 완장 찾아간 것"

- 이진숙 후보자는 평기자 시절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러나 경영진에 속하면서 노조를 탄압했잖아요. 이 후보자는 달라진 게 세계관이 바뀌어서라고 하는 데 기자님 보기엔 어떠세요? 기자님은 이 후보자 1년 후배로 오랫동안 지켜보셨을 것 같거든요.
"이진숙 후보자는 1986년에 MBC 기자가 됐고요. 저는 87년에 됐어요. 87년에 민주화가 됐잖아요. 그러면서 노조가 생겼어요. 그전에는 MBC 역할이 어떻게 됐죠? 권력의 홍보 수단이었어요. 그런데 민주화가 되고 노조가 생기면서 권력에서 벗어나 중립 지대로 가려고 한 거예요. 그때는 MBC 모두가 '방송 독립' '공정 방송' 진짜 목청껏 외쳤어요. 그때 이진숙 후보자도 똑같이 그랬는데 어느 날 바뀌었어요. 자기 세계관이 달라졌다는데 세계관이 달라진 게 아니고 완장 찾아간 거라고 봐요."

- 이 후보자는 최문순 사장 때 워싱턴 특파원도 했잖아요. 그럼 최문순 사장 때까지의 이진숙 기자는 어땠나요?
"그냥 MBC 기자 중 한 사람이었어요. 특별하게 두드러지진 않았어요. MBC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거의 다 일부를 제외하고 방송 독립 주장하고 공정 방송 원해요.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죠. 그런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강했어요."

- 왜요? 그런 게 보였나요?
"한 회사에서 한솥밥 먹고 이러다 보면 보이는 게 있거든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어요. 자기를 드러내 보이고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구나 했죠."

-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 않나요?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죠. 근데 자기 스스로 절제해요. 사양지심이라 그러잖아요. 근데 어떤 사람은 사양하는 게 아니라, 줄을 대든지 그 자리를 찾으려고 애쓰죠. 제가 보기에 이진숙 후보자는 후자라는 거예요."

- 이 후보자의 역사관도 논란이었어요. 5·18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답변을 회피했는데.
"5·18 민주항쟁이라든지 12·12 군사반란이라든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없다거나 논쟁적인 사안에는 말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의원들이 묻는 거는 국민들이 궁금해서 묻는 거거든요. 이진숙이라는 개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 공직 후보자는 그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 갖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예요. 그래야 예측 가능하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따라서 여론이 형성될 거예요. 그럼 대통령이 그 의견을 받아서 철회해야죠. 그걸 위해서 우리가 (공직 후보자의) 의견이 궁금한 거예요. 자기 생각이 당당하지 않으면 공직 맡으면 안 되는 거죠."

- 만약에 위화도 회군에 대해서도 쿠데타인지 혁명인지 물어보면 대답 안 할까요?
"이거야말로 개인적인 의견인데 대답 안 할 것 같아요. 물어보고 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아마 개인적 의견은 말하지 않는다고 얘기 했을 것 같아요."

- 그럼 자기 생각이 없는 거잖아요. 자기 생각 없으면 자격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자기 생각은 없어요. 대신 욕심이 있어요. 그 자리 차지하려고 흔히 말하는 욕심이 있는 거죠. 생각이 바르게 있는 사람이라면 그 법인카드를 그렇게 썼겠어요? 그리고 바이든 날리면 보도는 보도 가치가 없다는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자기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요."

"방송을 선전도구로 악용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

-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임명했는데.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고 상식적인 판단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은 물론이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 맡아서는 절대 안 될 사람이라고 했을 겁니다. 조중동 주류 언론은 외면했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법인카드 오남용은 공직자의 기본 덕목인 청렴성과 정직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바이든 쪽팔려서' 보도가 보도의 가치가 없다는 건 감시견으로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며 언론 윤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겁니다.

이번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유화하여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는 동시에 권력을 미화하고 홍보하는 선전도구로 악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 이진숙 위원장은 얼마나 갈까요? 어떤 사람은 2주 보던데.
"무슨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서 2주도 길 수도 있어요. 오래 못 가요. 그리고 또 탄핵하려고 하면 또 사표 낼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송요훈 #이진숙 #법인카드 #방송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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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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