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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 걷던 아이들의 "아파요"... 그 말이 전해준 진실

[르포] 영주댐이 남긴 깊은 상처, 해평중 아이들과 내성천과 회룡포 그 현장을 가다

등록 2024.09.21 16:44수정 2024.09.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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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0도 휘돌아가는 내성천 회룡포. 우리강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회룡포의 모습이다.
360도 휘돌아가는 내성천 회룡포. 우리강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회룡포의 모습이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해평중학교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내성천 탐사를 나왔다.
해평중학교 전교생과 선생님들이 내성천 탐사를 나왔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0일 지난 5월 만났던 경북 구미 해평중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지난봄 아이들과 4대강 보로 막힌 낙동강의 현장을 둘러보고 낙동강의 미래를 그려봤다면,(관련 기사: 낙동강 해평중 학생들과 함께 본 '모래의 힘') 이번에는 역시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영주댐으로 인해 망가져 가는 내성천의 현실을 돌아보고 우리강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를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국보급 하천 내성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내성천은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하천의 원형질 아름다움 간직한 하천으로 평가받고 있는 하천이다. 모래강이라는 우리 강의 특징과 그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하천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아왔다.

국보급 하천이라거나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야 할 하천이라는 주장이 내성천을 잘 알고 많이 찾던 이들에게서 왕왕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영주댐으로 인해 내성천은 우리강의 원형질 아름다움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 국가명승 제16호이자 내성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회룡포마저 그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런 현장 상황을 통해서 내성천의 현재를 진단하고 내성천의 미래를 위한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강의 미래도 전망해보고자 한 것이다.

현장 활동가인 필자의 안내로 진행된 이날 현장 답사는 먼저 내성천 회룡포 전망대에서 시작해서 전망대에서 조망한 회룡포 그 지형과 백사장의 아름다움부터 둘러보고 산을 내려가 직접 회룡포 백사장을 걸어보고 강물 속으로도 들어가 모래강 걷기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회룡포 경관을 살피며 바라보는 해평중 아이들
회룡포 경관을 살피며 바라보는 해평중 아이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포의 모습은 역시 아름다웠다. 360도로 휘돌아가는 물길과 은백색 모래톱이 빚어주는 아름다움은 우리강 모습 중 단연 으뜸의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강의 아름다움에서도 극강의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조망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아름다움도 조성된 아름다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백사장에 나 있는 트랙터 흔적을 통해서 이곳 백사장이 철저히 관리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현상은 몇 해 전부터 시작된 궁여지책의 방편에서 나온 회룡포 관리 방안에 따른 것이다.

그 발단은 영주댐 때문이다. 영주댐 건설 후 댐으로 막혀 상류에서 고운 모래와 강물이 차단됐다. 계속해서 고운 모래와 맑은 물이 상류에서 계속 흘러들어와줘야 아름다운 모래톱과 경관이 유지가 되는데 그것이 차단되자 은백의 백사장에 풀과 버드나무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영주댐 본체가 완공된 것이 2016년이고 정확히 그무렵부터 내성천 모래톱이란 모래돕엔 풀과 버드나무들이 들어와 자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9월의 회룡포. 4대강사업과 영주댐 공사의 영향으로 낙동강으로 모래가 많이 쓸려 내려가고 물길은 깊게 파이고 그 주변을 풀이 자랐다. 시원스럽던 모래톱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2015년 9월의 회룡포. 4대강사업과 영주댐 공사의 영향으로 낙동강으로 모래가 많이 쓸려 내려가고 물길은 깊게 파이고 그 주변을 풀이 자랐다. 시원스럽던 모래톱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무렵의 사진을 보면 풀로 완전히 뒤덮인 회룡포 백사장을 확인할 수 있다. 회룡포 백사장의 녹(綠)화 현상이 일어났고 그 모습에 국가명승지로서는 큰일이 생긴 것이다. 경관과 은백의 모래사장의 어우러진 아름다움 때문에 국가명승지가 된 회룡포가 그 아름다움의 근거를 잃게 생겼기 때문이다.

국가명승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라 몇 해부터 백사장을 관리하도록 정책을 정하고 예산을 내려보내 예천군으로 하여금 매해 주기적으로 트랙터질을 해 풀과 나무가 자라지 못하게 관리해 온 것이다. 전망대에서 봐도 모래톱에 트랙터가 수도 없이 지나간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관리된 아름다움인 것이다.

 회룡포 모래톱에 트랙터가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다. 이렇게 트랙터질을 해주지 않으면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나 지금의 백사장을 만날 수 없다. 관리된 아름다움의 현장인 것이다.
회룡포 모래톱에 트랙터가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다. 이렇게 트랙터질을 해주지 않으면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나 지금의 백사장을 만날 수 없다. 관리된 아름다움의 현장인 것이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회룡포의 아름다움이 망가져가고 있는 그 안타까운 모습은 아래로 내려가 모래사장을 걸어보면 더 명확히 알게 된다. 회룡포의 그 고왔던 모래가 입자가 거친 자갈돌과 같은 모래사장으로 급격히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을 아이들과 걸었다. 그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 맨발로 걸었다. 행여나 발바닥을 다칠 수도 있어 양말은 신은 채 회룡포 백사장과 그곳 물길을 걸어본 것이다. 관리된 백사장도 입자가 벌써 거칠었지만 물길을 걸어보면 그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물길 속은 하상이 거의 자갈돌과 같아 걷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회룡포 백사장 모래톱도 걸어본다. 그런데 입자가 거칠어져 발바닥이 아프다.
회룡포 백사장 모래톱도 걸어본다. 그런데 입자가 거칠어져 발바닥이 아프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물길을 걷다가 한 아이가 발바닥이 아프다면서 소리치며 중심을 잃고 있다.
물길을 걷다가 한 아이가 발바닥이 아프다면서 소리치며 중심을 잃고 있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이들은 연신 "발바닥이 아파요"를 외치며 조심스럽게 걷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나 심각한 변화는 강물 그 자체에 있었다. 예전 같으면 백옥과도 같은 맑은 물이 흘러야 할 이곳에서 흙탕물에 가까운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성천은 강 전체가 모래층이기 때문에 내성천 모래톱을 거쳐 내성천의 맨 하류에 해당하는 회룡포에 오면 강물이 정말 백옥처럼 맑게 흘러가기 때문에 흙탕물 회룡포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인 것이다.

영주댐으로 망가지는 내성천

회룡포 흙탕물의 원인도 바로 영주댐에서 찾을 수 있다. 영주댐은 지금 심각한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9월 중순을 넘어선 이날까지 녹조공장을 방불케하는 녹색 댐으로 남아 있다. 댐에서 방류량도 줄어들었고 그나마 나오는 그 물도 녹조 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탁수가 썩여 있었다. 지난 장마로 인한 탁수가 아직까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그 물이 녹조와 함께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댐 상류는 완전히 녹조로 뒤덮였다. 비가 내리는 9월 하순에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는다.
댐 상류는 완전히 녹조로 뒤덮였다. 비가 내리는 9월 하순에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는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영주댐 바로 직하류 내성천의 모습. 녹색 빛이 완연한 탁수가 흘러내리고 있다.
영주댐 바로 직하류 내성천의 모습. 녹색 빛이 완연한 탁수가 흘러내리고 있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영주댐 직하류 내성천의 모습. 미림마을 앞 내성천이 완전 녹조로 물들었다. 영주댐의 영향이다.
영주댐 직하류 내성천의 모습. 미림마을 앞 내성천이 완전 녹조로 물들었다. 영주댐의 영향이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 댐 바로 아래 가보면 녹조 물이 탁수와 함께 방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주댐 직하류 내성천 강물은 이것이 내성천 물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탁하고 녹색마저 띄고 있다. 그런 물이 내려오고 있고 그 영향이 맨 하류 회룡포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내성천의 지천 서천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비교를 해보면 뚜렷이 구분되면서 그 진실을 정확히 알게 된다. 역시 모래강인 서천의 강물은 이날 같은 시각 깨끗하게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천과 같은 지천들에서 맑은 물이 계속 내성천으로 유입되고 있었지만 영주댐의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하고 회룡포마저 흙탕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아픈 것이다.

 영주댐으로부터 방류되는 물이 흘러오는 내성천은 녹색의 탁수다.
영주댐으로부터 방류되는 물이 흘러오는 내성천은 녹색의 탁수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같은 시간 바로 옆 서천에선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모래의 힘이다.
같은 시간 바로 옆 서천에선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모래의 힘이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영주댐 건설의 주 목적은 낙동강의 수질개선이다. 수질개선용으로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댐이 영주댐이다. 그런데 영주댐은 녹조공장이 돼버렸고, 녹조가 포함된 흙탕물마저 흘러가는 이 물로 하류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낙동강 수질을 더 망치는 주범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댐 하나 잘못 지어서 말이다. 그 현장을 이날 아이들과 함께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환경단체나 내성천을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그 목적을 완전히 상실한 유령댐으로 하루속히 철거해 내성천을 되살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고, 이들은 하루속히 "영주댐을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자"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하루속히 영주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주댐으로 인해 낙동강 수질은 더 망가질 것이고, 국보급 하천으로 평가받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마저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영주댐 해체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해평중학교는 낙동강의 유명한 습지인 해평습지가 있는 바로 그 구미 해평면에 있는 중학교다. 그 아름다웠던 해평습지가 있는 고장의 중학교 아이들이 내성천을 찾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낙동강으로 맑은 물과 고운 모래를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원천 즉 아낌없이 주는 부모님 같은 강, 낙동강의 어머니와 같은 강이 내성천이기 때문에 낙동강의 어머니 강부터 살려야 낙동강이 온전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 우리강의 오래된 미래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 우리강의 오래된 미래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내성천의 아름다움은 원전은 바로 이 모래다. 환경부는 회룡포 이곳에서 준설을 하겠다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주장과 달리 현장을 걸어보면 모래가 엄청 유실됐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된다.
내성천의 아름다움은 원전은 바로 이 모래다. 환경부는 회룡포 이곳에서 준설을 하겠다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주장과 달리 현장을 걸어보면 모래가 엄청 유실됐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된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아이들과 함께 그려본 낙동강 내일의 모습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낙동강의 상류의 내성천에서 영주댐이 사라지고, 낙동강 본류에서는 물길을 막은 4대강 보가 열려서 내성천에서부터 내려온 맑은 물과 고운 모래가 끊임없이 흘러가는 맑은 낙동강, 그리하여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해평습지의 옛 명성을 고스란히 되찾게 되는 것. 이날 이것이 해평중 아이들에게 던져진 숙제다.

부디 해평중 아이들이 그들의 숙제를 잘 이해하고 잘 풀어서 모래강 내성천과 낙동강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 하루였다.

비오는 내성천 회룡포 백사장 내성천 회룡포 백사장이 아름답다. 그러나 회룡포 백사장은 옛 모습이 아니다. 4대강사업으로 들어선 영주댐의 영향으로 모래톱이 유실돼 자갈밭이 드러난 곳이 많다. 영주댐을 하루빨리 허물고 내성천을 옛날 모습으로 되살려내야 한다. ⓒ 낙동강 수근수근TV


#내성천 #영주댐 #회룡포 #낙동강 #해평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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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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