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필리핀 학생들일로일로소재 웨스트비사야스 주립대에서는 매년 랭귀지 페스티벌이 열린다. 한국어 과정 학생들을 위해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한복을 공수받거나 싸게 구입을 하고, 수선과 세탁도 하고, 댕기도 만든다. 행사 음식부터 전통 놀이 준비, 교과 과정에 필요한 자료까지 일로일로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심기 위해 박리란 선생을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학당가도 그녀의 작품이다.
박리란
열매를 맺고 있는 필리핀 사랑
필리핀은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이다. 박리란 선생이 필리핀과 가진 첫 인연도 무려 6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피나투보 화산 폭발(1991년) 구호 활동이었다. 한국어 교원 일정도 빠듯하지만, 재해가 덮친 지역을 살피고 일상에서 이웃을 돌아보는 일도 그에게는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일에도 물심양면 도와주는 한국의 지인들과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각별히 도움을 주신 동의대, 부산대, 배화여대 교수님과 관계자분들, 필리핀대학 한국학연구소, 행사 때마다 한복에 어울리는 올림머리를 무료로 해주시곤 했던 미용사분과 한인회 등 각계각층에서 받은 도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한다.
함께 하는 한정자 선생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은퇴 목회자 사모인 그는 학교 강사료가 생활비도 커버하지 못하는데도, 힘이 있을 때 7년간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한다. 60대의 나이에도 어린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늘 고운 인상을 풍기는 그를 학생들은 'K 뷰티'라 부르며 잘 따른다고. 학교와 세종학당, 현지 이웃 돌봄도 그렇게 특별한 사람들의 애정과 섬김이 모여 이뤄져 왔다.
필리핀에서 자란 박리란 선생의 세 자녀도 좋은 도우미이다. 얼마 전부터 엄마는 필리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딸들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재미있는 상황 속에 있다. 두 돌이 채 되지 않아 필리핀으로 건너온 탓에 한국어가 서툰 아들이 입대할 때는 걱정도 많았다. 다행히 영주권 프로그램 덕에 논산에서의 5주 훈련을 영어권에서 온 청년들과 함께 받으며 군에 잘 적응했다고 한다. 입대할 때 최하 등급으로 시작했는데 차츰 각 영역에서 특급을 따기 시작하더니, 특급 전사로 제대했다고.
"일로일로 세종학당에도 입대 문제로 한국어를 배우러 온 코피노 가정 학생들이 있어요. 한국 문화가 좋아서, 한국에 취업하고 싶어서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도 있고요. 다양한 필요가 있어서 찾아온 다양한 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섬기려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요."
이런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지난 졸업 파티에서는 졸업생들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라는 힘든 시기를 이기지 못하고 학업을 포기하려 했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졸업까지 오게 되어 감사하고 벅차다는 고백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