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책 표지
천개의바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는 그림책 시장에선 제법 성공한 저작이다.
동화 뿐 아니라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양질의 그림책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출판사 '천개의바람'이 좋은 그림책을 선정해 내놓고 있는 바람그림책 시리즈로 한국에 출간됐다.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가 추천한 책에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아 그림책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폭넓게 읽혔다.
저자는 미야우치 후키코, 그림은 이세 히데코가 그렸다. 특히 그림을 그린 이세 히데코를 주목할 만하다. 1949년생으로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그녀는 한국에서도 적잖은 팬을 보유한 유명 작가다. 지난해엔 부산에서 그림 전시와 함께 성황리에 북토크를 열었을 정도다. 동화 삽화를 그리던 초기 시절로부터 직접 글을 쓰고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며 작품 세계를 꾸준히 넓혀왔다.
특히 작가가 서른여덟,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안구질환을 겪고 망막박리 수술을 겪은 뒤 작품세계가 크게 변화하고 성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전까지 눈에 비치는 모습 그대로를 평이하게 그렸다면, 삶의 이면 인간 내면을 비추는 요소에 집중해 그를 시각화하는 작업이 중심이 됐다.
여전히 안구 질환으로 고통 받고 오른 눈의 시력까지 완전히 잃었지만, 작품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된 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원화전을 열고 팬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세계가 한껏 발현된 그림책이 한국에도 여럿 출간되었는데,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도 빼놓을 수 없는 저작 중 하나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는 평이한 책이 아니다. 서정적인 감상을 절로 일으키는 그림체 위로 들어찬 글은 삶과 죽음이 이어지는 세계, 그 순환을 비춘다. 그러나 순환과 재생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생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닿음,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지식으로는 닿지 못한 연결성을 내보인다.
그림책에 담긴 삶의 지혜
때는 봄, 시작은 산중에 사는 어느 나그네다. 그가 숲속에 핀 벚나무에게 다가가 묻는다.
"지지 않는 꽃도 있나요?"
그는 답을 알고 있는 듯도 하지만, 사라진 것이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하다. 그는 지난 겨울을 살아낸 터다. 그에게 산은 사라져 떠나간 것들로 쓸쓸하기만 하다. 만물이 피어나는 봄이라 해도 그의 마음은 지난 계절에 있는 것이다. 벚나무와 나그네의 대화는 어느 사찰에서 이뤄지는 고승의 선문답을 떠올리게 한다.
나그네는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지만, 그를 벗어날 도리가 없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로 저 또한 사라져 없어지고 말 것이다. 납득하기 어렵지만 받아들일 밖에 없는 것, 벚나무와 나그네의 대화를 지켜보는 보는 이 또한 그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