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스틸컷, 극중 변호사를 연기한 한유리 역의 배우 남지현.
SBS
드라마 속 법조인 역할의 자문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소개받은 변호사와 함께 법원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엄중하고도 천근만근의 무거운 공기를 느끼며, 종일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눈에 담았다.
배우와 변호사. 두 직업군을 놓고 보면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나, 극중 인물을 마주할 때마다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와 닮아 있다고 여긴 적이 많았다. 둘 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변해주는 업으로 살아가기 때문 아닐까.
변호사가 수많은 의뢰인을 접하듯, 배우도 다양한 인물들을 극 속에서 만난다. 변호사는 수임을 맡는 즉시, 사건 정황부터 꼼꼼히 분석하며 무죄 입증에 필요한 단서들을 찾아 나선다. 배우 역시 맡은 역할의 처한 상황을 우선 파악한 후, 이면의 서사를 두루 살펴본다.
배우 스스로가 인물의 타당성이 충분히 쌓였다 여겨지면 그에 따른 세부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그에 걸맞는 말투, 분장, 의상, 소품 등 나름의 수고로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변호사 또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 아래 의뢰인을 보호한다. 또한 상대가 단번에 무너질 허를 공략하기 위해, 수많은 변수를 논리적으로 가정해 보고 승소에 유리한 퍼즐을 조각한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승소를 위해, 배우는 역할의 소화를 위해 무엇으로 판사와 관객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까. 핵심은 바로 진실이다. 아니,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의 공통된 답변은 "진실의 실체는 없다"였다. 의뢰인들은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다고, 때론 그들 자신도 속을 때가 있다며 기억의 조작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의뢰인의 편에 서서 판사에게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고 최소한의 양형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배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본 속의 인물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배우 스스로가 진실의 실체를 탐색해야 한다. 그렇기에 편견없이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만, 온전히 그 인물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다.
매번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바랄 수도, 재판에 승소할 수도 없다. 첩첩이 쌓여가는 고민 속에서 때론 좌절하고, 여러 한계에 부딪혀 간혹 이 일은 내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까지 밀려올 때도 있다.
변호사로서, 배우로서의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