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4.10.4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헌법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연결된 도로망도 폭파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단행한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통일을 아예 안 하려고 하는 걸까?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지난 18일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김정은, 대남 관계 개선 의지 없어"
-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김정은이 자기만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열 올리는 상황인 것 같아요. '위대한 김정은 조선'이라는 표현을 올해도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아버지 때와 다른 자기만의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를 굉장히 서두르고 구체화하는 거로 보입니다.
그리고 13일부터 노동신문에 주체 연호를 안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헌법 개정 사실도 조금씩 내보이고 있고요. 그래서 선대와는 다른 자기만의 나라를 만드는 걸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 그리고 또 철저한 대남 단절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주체 연호 안 쓰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일성 태어난 때부터 해서 주체 연호를 쓰고 있었는데 그걸 없앴다고 하는 건 할아버지 때하고의 절연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거죠. 김일성 김정일 때는 조국 통일이 북한의 굉장히 중요한 목표이자 국가 정체성을 이루는 한 요소였는데 이걸 지금 부정하고 있는 단계에서, 선대 지우기 작업 같은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 왜 지금 이렇게 하는 걸까요?
"오래된 생각이에요. 이미 2015년부터 김정은은 평양시를 따로 쓴 적도 있고 통일이나 민족, 이 개념에 대해서는 선대와 확연히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게 감지가 됐어요. 그동안의 오랜 생각을 구체적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거고요. 특히 북러 관계가 좋아지면서 북러 관계를 통한 새로운 돌파구가 있죠. 때문에 대남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나 유인 같은 게 거의 사라진 상태인 거죠."
- 그럼,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통일을 안 할 생각일까요?
"그렇죠. 지금은 자신의 사회주의 왕조 건설, 그리고 패밀리 비즈니스 측면의 국가 경영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 통일을 통해서 뭔가 해보겠다는 건(의지는) 지워버렸죠."
- 최근 북한이 헌법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연결된 도로망도 폭파한 것 같은데 이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그렇죠.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철저하게 규제한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헌법 개정, 도로 폭파 연결 차단이죠."
- 남북 연결 도로 폭파 뉴스는 어떻게 보셨어요? 남북 관계 연구하는 교수로서 착잡했을 것 같은데.
"시기의 문제이지 예상된 수순이었어요. 남북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후부터 구체화한 거니 물리적 조건으로 보면 남북 관계는 20세기로 돌아간 셈이죠. 잠시 후퇴지만 다시 출발하면 되는 거니 포기하지 말아야죠. 북이 내세우는 최종상태(end state)가 두 국가 통일 불가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최종상태는 통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기로 활용해야죠. 또 이참에 당장 통일하는 것도 싫고, 통일하지 말자는 것도 싫다는 게 우리 여론이라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미래가 뭔지 진솔하게 얘기해 보는 사회적 대화의 시기로 남북 관계 막혀있는 국면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17일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해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며 지난 15일 단행한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단지 물리적 폐쇄 의미를 넘어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건 작년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 얘기한 이후에 계속 얘기하고 있는 걸 재차 재확인한 거죠. 새로운 얘기는 아닌 거죠."
-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거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위기 상황은 지난 70년간 많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때마다 수사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하는 붙였던 국면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여러 국면 중의 하나인데 지금 좀 다른 건 북한 지도자가 이게 '적대적 두 국가다'를 얘기하고 이게 동족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다르긴 한데 정치적 수사이겠죠. 그래서 이게 가장 높은 위기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김정은이나 김여정도 늘 공격적인 담화를 내고 있지만 끝에 '자기들은 (먼저) 대한민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인기도 보내지 말라 다시는 이런 참변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란 식으로 먼저 얘기하거든요. 선제공격에 대한 이야기는 명시적으로 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경각심 가지는 건 중요한데 이게 굉장히 급박한 위기가 온 것처럼 너무 부풀려서 생각하며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자력갱생 정면돌파'가 김정은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