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7일 태영호 전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통일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망명 소감 등을 담은 글을 낭독한 뒤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체제 경쟁의 증표로 호명되는 북향민들
물론 나는 그들의 주장에 다 공감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정치적 동기에 대해서만 이해할 뿐이다. 그럴수록 북향민들이 더욱 이데올로기 체제 경쟁의 증표로 끊임없이 호명되고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있다 보니 보수에 선 북향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환영을 받지만 그 반대편 즉, 진보에 선 북향민들은 냉대를 넘어 '종북'으로, 다시 '간첩' 취급을 받기도 한다. 나더러 "비전향 탈북자"라고 댓글을 단 사람의 심리적 경계심도 바로 이와 비슷하다. 한국 사회도 여전히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러니 통일은 멀고도 험한 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한국 생활 20년 동안 정치적 시민으로 살면서 통일을 사유할수록 통일은 요원하다는 답을 얻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논쟁은 지식인들의 담론으로만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다. 오늘날 통일 담론에는 '국가'만 있고 '개인'은 없다. 분단이 만든 폭력은 각 개인들의 '다름'에 대한 끊임없는 타자화에서 발현되고 있다. '사람의 통일'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그런데 우리가 이토록 외치는 통일에 사람이, 주체적 개인들의 서사가 없다. 사상 검증과 자기 검열만이 있을 뿐이다. 사유(思惟)가 없는 통일은 일방적 약탈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내가 제도정치를 넘어 사람의 통일을 위한 통일 인문학을 고민하는 이유다.
/조경일 작가(피스아고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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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아오지 출신이다. 대립과 갈등의 벽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한다.
책 「아오지까지」, 「리얼리티와 유니티」, 「이준석이 나갑니다」(공저), 「분단이 싫어서」(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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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온 사람들, 인정 투쟁 넘어 신뢰 투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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