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사택
매거진G
선교사들의 사택이 있는 언덕을 오르고 수피아여학교를 내려다보며 시를 쓰던 시인이 있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가을의 기도>를 쓴 김현승(1913~1975) 시인이다. 평양에서 태어난 후 양림교회 목사가 된 아버지를 따라 광주로 내려와 생활한 그는 선교사 사택이 있는 현 호남신학대학의 언덕길을 자주 산책하며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호남신학대학 안에는 <가을의 기도>를 새긴 시비가 있고, 가까이에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자리했다. 카페 앞 야외 공간에 서면 양림동 일대와 무등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가옥인 이장우 가옥(광주광역시 민속자료 1호)과 최승효 가옥(광주광역시 민속자료 2호)을 만날 수 있다. 이장우 가옥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공간과 광주 최고의 부자들이 살았던 공간을 분리하는 기준이 되는 집이었다. 1899년에 지어진 전통가옥으로 일자형이 주를 이루는 남부 지방의 가옥과 달리 한양의 가옥처럼 'ㄱ'자 구조다. 나름 부를 과시하고 멋을 부린 것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일본식 정원과 사랑채, 멋스러운 안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평상시에는 대문을 닫아놓고 있으니, 왼편의 샛문을 이용해 들어가면 된다. 최승효 가옥은 1920년 최상현이 지어 일본 요정으로 운영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고 한편으로는 본채에 비밀 다락을 두어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미술이 조화를 이루어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잔잔한 음악을 감상하면서 산책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