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노래와 칼춤수운 최제우 대신사가 달이 뜬 은적암에서 칼노래를 부르면서 칼춤을 추시는 모습을 박홍규 화백이 그림으로 재현했다.
박홍규
용천검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하리
검가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군가로, 검무는 훈련으로 행해졌다고 한다. 그 검가 즉 검결(劍訣)을 사료에 근거하여 설명해 본다. 먼저 검결은 검가와 같은 제목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검결·검가는 우리말로 통칭 '칼 노래'이다.
검결은 <최선생문집도원기서>를 중심으로 동학 초기 기록에 1861년 4월경에 지었다고 전하고 있으며, 수운 선생이 1862년 2월경 남원 은적암에서 지었다는 검가가 검결과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정확히 구분하는 기록이 없다.
1883년에 해월 최시형 선생이 <용담유사>를 간행할 때 검결, 검가를 경전에 넣지 않았다. 용담유사에서 검결, 검가를 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수운 선생이 관으로부터 체포되어 대구 장대에서 1864년 3월 10일(음) 순도(殉道)를 당했을 때 적용된 좌도난정(左道亂正)의 중심 내용에 '국정을 모반하여 반란을 획책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검결 즉, 칼 노래를 지목했었다.
또한 해월 선생은 수운 선생의 7주기 순도(순교)일인 1871년 3월 10일에 일어났던 영해 교조 신원 운동인 '이필제의 난'에서 교단 차원의 엄청난 희생과 피해를 몸소 겪었다. 그 때 검가가 얼마나 위력적이며 도전적인 '칼 노래'인지 알았던 것이다. 동학 교단 최고 책임자로서 칼 노래와 칼춤이 해월 선생으로서는 정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검결과 검가에 대해 사료들을 연구하고 분석해 보면 여러 개의 내용이 전해지고 있으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생각이다. 경상 감사 서헌순이 정부에 올린 장계에 의하면, "수운 선생의 아들 세정(世貞_동몽 최인득)이 미친 듯이 홀로 나무칼을 쥐고 춤을 추며 노래하는데 그 노래인 즉 '시호시호'의 곡이었다"고 하였다.
수운 선생과 함께 대구 감영에서 재차 심문을 받던 이내겸의 진술에 '검가'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금까지 여러 사료에 나타난 검가 즉 검결의 내용은 세 가지가 중심을 이루고, 필자가 찾아낸 두 가지를 합하여 대략 다섯 가지로 전해오고 있다. 그중에서 다음 검결의 내용이 현재 공식적인 검가로 인정받고 있다.
검결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오만년지 시호로다
용천검 드는칼을 아니쓰고 무엇하리
무수장삼 떨쳐입고 이칼저칼 넌즛들어
호호망망 넓은천지 일신으로 비껴서서
칼노래 한곡조를 시호시호 불러내니
용천검 날랜칼은 일월을 희롱하고
게으른 무수장삼 우주에 덮여있네
만고명장 어데있나 장부당전 무장사라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 좋을시고
칼노래(한글화)
때로다, 때가 왔도다! 다시는 오지 못할 그 좋은 때가 왔도다.
만세에 한 번 태어날 대장부로서 오만 년에 만나는 좋은 때로다.
용천검 잘 드는 칼을 아니 쓰고 이때가 지나면 무엇을 하겠는가.
긴소매가 달린 춤옷을 멋지게 걸쳐 입고 이 칼 저 칼 넌짓 들어,
넓고 커다란 이 우주에 한 몸으로 비켜서서는 칼노래 한 곡조를,
"때가 왔다, 때가 왔도다." 불러내니 용천검 날랜 칼은 해와 달을
희롱하고, 느리게 펄렁이는 긴 소매의 춤옷은 우주에 덮여 있네.
예부터 이름난 장수 어디에 있나, 이 대장부 앞에 당해낼 장사가
없도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내 몸과 목숨이 길이길이 좋을시고.
지금까지 전해오는 검가의 내용을 살펴보면, 수운 선생이 자신의 득도에 대한 기쁨과 도력에 대한 경지를 표현했으며, 또한 한울의 지극한 기운인 영기(靈氣)와 자신의 기운을 일체화시키는 건강 수행으로 행해졌다. 그리고 천제(天祭) 의식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검가, 검무는 수운 시대부터 하늘에 제사 지내는 의식과 질병을 물리치는 치병 등 심신 단련에 그치지 않고, 보국안민, 광제창생, 척양척왜의 큰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군을 물리치려고 기포한 동학 의병들의 칼노래와 칼춤은 죽음도 불사하는 동학군의 백절 불굴의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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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은 현재 「동학혁명기념관장」, 동학민족통일회 공동의장, 평화민족통일원탁회의 공동의장,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 공동대표,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자문위원, 또 현(現)천도교선도사·직접도훈, 전(前)전주녹색연합 공동대표, 전(前)전주민예총 고문, 전(前)세계종교평화협의회 이사 등 종교·환경단체에서 임원을 엮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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