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 왕가의 계곡서안 깊숙한 계곡에 숨겨진 왕가의 계곡은 투탕카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굴당했다.
운민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와 미얀마의 바간과 함께 룩소르의 열기구는 꼭 해봐야 할 체험으로 유명하다. 수십대의 열기구가 나란히 올라가는 것도 장관이지만 아래에서 바라보는 나일강과 서안의 풍경이 이색적이라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가격이 다른 곳의 절반이라는 점도 무시 못할 요소다.
새벽부터 호텔과 크루즈에서 모인 관광객은 투어사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열기구가 모여있는 장소로 이동해 이륙을 기다린다. 기후에 따라 운행을 안 할 때도 있지만 건조한 날씨 특성상 그런 일은 드물다.
열기구가 올라가는 동시에 해가 동쪽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올라온다. 유유자적 흐르는 나일강과 맴논의 거상, 하트셉수트 신전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이집트 수천 년 문명이 한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열기구는 금세 내려가더니 터프하게 착륙을 시도했다. 열기구에서 사람이 내리기를 기다리던 이집트의 어린아이들은 저마다 돈을 달라고 구걸한다.
서안에서 가장 먼저 가볼 왕가의 계곡은 깊숙한 골짜기에 구멍을 내어 만든 파라오의 무덤을 하나씩 둘러보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62개에 달하는 모든 무덤을 구경하긴 어렵고, 하나의 티켓으로 공개되어 있는 3개의 무덤을 선택해서 보는 것과 관람료를 따로 내고 들어가야 하는 투탕카멘과 세티 1세, 람세스 5,6세의 무덤으로 나뉘어 있다.
세티 1세의 무덤은 한화로 약 7만 8천 원에 달하는 비싼 입장료를 자랑하지만, 여기까지 어렵게 온 만큼 6개의 무덤을 과감히 관람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그늘이 없고 무더운 룩소르에서도 가마솥에 들어간 듯한 지독한 더위를 자랑한다. 그래서 주차장에서 꽤 멀리 떨어진 분묘군의 입구까지 카트를 타고 가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이집트인들의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검표원이 우리를 붙잡으며 직접 종이에 지도를 그려가면서 과한 친절함으로 여기를 보라고 추천해 준다.
다만, 그들의 과한 호의는 곧 돈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카트의 직원은 앞자리를 앉아야 전망이 좋다고 권하지만, 가급적 앉지 말 것을 권한다. 거기엔 팁박스가 있어 내릴 때 얼마간 내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
시작부터 진을 뺐지만 람세스, 투탕카멘, 세티 등 책에서만 보단 유명한 파라오들의 무덤을 살필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픈 기억은 사막 건너편으로 달아났다. 돈을 사실상 강탈당했지만 직원의 추천 코스대로 하나씩 무덤의 비밀을 풀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