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 부산이 탈락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정권은 이번 실패의 원인을 오일 달러의 힘과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늦게 시작한 유치 활동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전인수이고, 전형적인 책임 전가의 논리입니다.
오일 달러의 힘이란 쉽게 말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돈으로 다른 나라를 구워삶았다는 비난인데 상대 나라에 대한 예의에도, 우리나라의 실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부산 엑스포를 유치한다고 사업하느라 바쁜 삼성, 엘지, 에스케이 등 재벌 총수들을 줄줄이 끌고 다닌 나라로서 할 얘기가 아닙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가 등으로 제2의 중동 특수를 일으키겠다고 하면서 사우디가 거북해할 말을 하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우디보다 유치전에 늦었다는 것도, 틀린 말입니다. 모든 잘못을 문재인 정권 탓으로 돌리는 윤 정권의 고질병이 돋은 것인지 모르지만, 문 정권도 윤 정권 못지않게 부산 엑스포 유치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논란이 컸던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무리하며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임기 말인 2022년 1월 두바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던 두바이를 방문해 유치전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극화하는 국제질서에 반하는 가치 외교가 낳은 실패
제가 보기에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오일 달러의 힘도, 유치 활동 착수의 지연 탓도 아닙니다. 오히려 다극화하는 국제 흐름을 잘못 읽고 미·일 추종 외교, 가치 외교에 '몰빵'한 윤 정권 외교의 잘못에 원인이 있습니다.
최근 유엔에서 이뤄진 주요 결의안의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다극화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얼마나 여기서 어긋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