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13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화섬노조에서 활동했던 게임 회사 노동자 출신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소 게임업계 '사상검증'과 이에 따른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에 대해 비판적인 류 의원이었지만, 지난 11월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했을 당시 "이번 건 같은 경우에는 기존과 좀 다르기는 하다"라며 사실상 의도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의도를 가지고 어떤 창작물에, 납품을 하는 어떤 영상물에 그런 손 모양을 넣었으면 명백한 조롱"이라며 "다 같이 만드는 창작물 안에 그렇게 조롱의 의미가 달린 그림을 넣으면 안 되는 거고 특히나 남성 소비자가 많은 서비스에 남성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그런 표현을 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질 수 없는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그는 '넥슨의 대처 역시 과했다'라는 취지로 "처음에 한두 개 정도는 진짜 저 장면에 왜 저런 걸 넣었을까 싶은 게 있었는데, 한 중반 지나가면서부터는 정말 억지스러운 게 너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를 향해서도 "이제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특정 애니메이터가 조롱의 의미를 담아 의도적으로 해당 장면을 넣었다'라는 전제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류호정 의원실은 류 의원에게 직접 입장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류 의원에게 문자를 남기고 전화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의당 "왜곡에 기초한 명백한 사이버 불링"
막상 정의당의 당론은 류 의원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11월 28일 발 빠르게 논평을 낸 데 이어(관련 기사:
또 불거진 게임계 사상검열... 진보정당들 "억지 남혐 마녀사냥"), 계속적으로 해당 이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경채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산업안전보건법 41조 2항"을 언급했다. "회사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라며 "왜곡에 기초한 일부 게임 유저들의 명백한 사이버 불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법률상 회사는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오히려 회사는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상 검증과 단속을 시행한 것이 드러났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페미니즘 성향이 게임업계에서 어떻게 탄압받아 왔는지 여러 사례들을 언급하며 "명백한 법 위반이자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배신한 것이다. 회사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입하지만 그의 사상까지 구입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특별점검을 언급하며 "성실하고 철저한 조사가 되어야 하며, 해당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정의당은 김가영 부대변인 명의의 지난 1일 논평에서도 "애먼 여성 노동자가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희생양이 되는 데도 넥슨사는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강경 대응으로 모든 책임을 하청으로 넘겼다"라며 "줄줄이 몸 사리며 페미니즘 혐오에 편승하는 게임업계는 부화뇌동을 멈추고 자성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적극적으로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무고한 창작자를 함부로 낙인찍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언행을 공개적으로 반성해야 한다"(11월 30일)라고 지적한 데 이어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을 통한 페미니즘 마녀사냥의 해악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치권에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12월 1일)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온라인에서 페미니즘을 공격하기 위해 조장되는 억지 논란 자체도 문제이지만, 공적인 권위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억지에 과도한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함으로 인해 결국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일은 그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다"라며 "자신의 정치적 언행이 사회에 가져오는 파급력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자초지종도 확인하지 않고 기름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