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잊은 치매, 뜻깊은 가족여행

[동행취재]음악치료, 견학 등 치매가족들과 함께한 1박2일

등록 2005.07.04 13:30수정 2007.06.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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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치매가족협회와 서울시치매노인상담센터 주최로 치매가족여행세미나가 1일부터 1박2일간 이천에서 실시됐다
한국치매가족협회와 서울시치매노인상담센터 주최로 치매가족여행세미나가 1일부터 1박2일간 이천에서 실시됐다오윤경

7월 1일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는 여행 짐을 들고 속속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번잡하다.

한국치매가족협회와 서울시 치매노인종합상담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2005년 치매가족 여행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치매환자를 모시는 가족 40여명이 여행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간 간호로 인해 제대로 된 여행을 힘들었던 가족들은 모처럼의 여행에 즐거운 모습들. 1박 2일로 이천 관광을 하게 되는 이번 행사는 KT&G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참가비가 전원 무료이다. 여행 참가 가족들은 저마다 제각각인 사연들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치매인 남편을 8년째 간호 중인 박OO씨는 "남편이 배뇨장애까지 있어서 안 오려고 했는데 아들들이 여행가서 스트레스 풀고 오라고 해서 왔다"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박씨는 "남편을 8년째 간호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백 번 수천 번 울고 싶은 심정"이라며 "나까지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음이 안 좋을 때 부처님한테 절하면서 땀과 눈물을 흘린 일이 셀 수도 없다"며 "아직까지는 자식들이랑 며느리에게 남편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나 혼자 다 감당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옛날에는 자꾸만 밖에 나가서 없어져서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했는데 이제는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남편이 아프지 않았을 때 나한테 참 잘해줘서 나도 힘든 내색 별로 안하고 더 잘해주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쉼도 없이 노래를 하는 예쁜(?) 치매에 걸린 김OO씨와 남편 이OO씨는 동반여행을 택했다.
이처럼 이번 여행 세미나에는 경증인 치매 환자와 같이 참여한 가족들도 다섯 팀이나 됐다.


최OO할아버지도 부인이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함께 여행에 참여했다. 최 할아버지는 요새 치매인 부인을 위해 컴퓨터를 배운다. 더 많은 정보도 구하고 치매 센터 담당자들과 더욱 자주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 배우기 시작한 것.

그런데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 기분이 갑자기 안 좋아진 할머니가 화를 낸다. 최 할아버지는 "기분을 3초 만에 돌려놓는 방법이 있다"며 할머니에게 다가가 무언가 귀엣말을 한다. 할머니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최 할아버지는 "간호를 오래 하다 보니 다 노하우가 있는 법"이라며 웃는다.


이처럼 치매가족들은 모두 치매에 대한 전문가들이다. 치매 가족들은 저마다 가진 치매 예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서로 의견도 나눈다.

김OO씨는 "화투를 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냥 치면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화투로 손끝을 꾹꾹 자극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손끝에는 오장육부가 다 있어서 자극을 시켜 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인한 치매를 앓고 있는 오OO씨는 "치매 예방법은 사랑이고, 치매 치료법도 사랑"이라며 "사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또 쉴 새 없이 종이접기를 하는 박 할아버지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할 때 손만 쉬고 있다"며 "손을 쉼 없이 움직여야 치매에 걸리지 않고 좋다"고 말하며 종이로 꽃을 접어 참가 가족들에게 선물했다.

박 할아버지는 지난번 센터의 자조모임에도 할머니와 함께 나란히 참석했지만 지난달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간의 인연으로 이번 여행에도 참석한 박 할아버지는 다른 가족들의 위로에 "편해진 건 사실이지만 많이 섭섭하다"고 말했다. 같은 아픔과 고통을 가진 치매 가족들은 어느덧 끈끈한 정을 넘어서서 깊은 우정까지 나누고 있었다.

여행 참가 가족들은 음악치료 강습을 배웠다.
여행 참가 가족들은 음악치료 강습을 배웠다.오윤경

해강요도자미술관에 들려 도자기 센터 견학을 하고, 직접 제작 체험까지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가족들은 숙소인 미란다호텔에 도착, 음악치료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채경수 한국음악치료학회의 강사는 "음악치료란 음악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것인데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이 교류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자존감을 얻어가면서 전인적인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음악감상과 노래, 악기연주, 즉흥연주, 가사 만들기, 동작, 작곡 등 다양한 음악 치료 활동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어 자조모임과 온천 목욕으로 그간의 피로를 푼 가족들은 1박 2일의 여행일정을 마쳤다.

백소영 한국치매가족협회 과장은 "이번 여행을 계기로 가족 분들이 편하게 쉬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또 환자와 함께 참석하신 분들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드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복지뉴스(http://www.bokj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복지뉴스(http://www.bokj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2005년 치매가족 여행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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