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막히고 짜증나? 차 버려!

[자전거와 휴가를 ⑥] 도심 자전거 여행, 제대로 즐기려면...

등록 2006.08.11 08:49수정 2006.08.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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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설레는 여름 휴가. 자동차 여행도 이젠 식상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빠름 속에 놓친 느림의 풍경이 있는 자전거 여행은 어떨까요. 10주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 다섯째 주에는 자전거와 함께 떠나는 휴가를 제안합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호흡하는 섬진강과 강화도 기행, 출퇴근길 대전 도심에서 즐기는 생태 여행, 자전거 타고 떠나는 신혼여행까지…. 마지막으로 날마다 도심 속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대전시민사회연구소 김겸훈 박사의 비법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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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부터 3박 4일간 대전 갑천 줄기를 따라 진행된 '여름방학 자전거 생태문화체험' 장면. ⓒ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옛말에 "망건 쓰다 장 파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잘들 알고 있겠지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망건)에 집착하다가 정작 진짜로 중요한 것은 해보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자전거로 도심을 즐기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면서 뜬금없이 이 속담을 꺼낸 이유는 나부터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보기도 전에 머뭇거리다 지레짐작으로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핑계 뛰어넘기①] 갓 쓰고 자전거 타면 안 되나?

누가 어떤 방법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거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하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는 이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략 이 정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우선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거나, 이러저러한 준비가 덜 되었다거나, 시간이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등등이다. 이런 이유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정말 그럴 듯한 설득력보다는 대부분 하찮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우선 자전거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전거에 나의 생활을 맞추려 하지 말고, 내 생활에 자전거를 끼워 넣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전거를 타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고 지금까지 늘 해오던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몇 가지 핑계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사회적 편견이나 체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 '갓 쓰고 자전거 타면' 안 되나? 어디 그런 법이라도 있으면 법조문 좀 알려주시라.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은 카타르시스와 함께 정신적 창의성을 솟아나게 해 준다. 자신 있게 벗어던지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페달을 밟으시라.

[핑계 뛰어넘기②]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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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둔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출근하는 자전거 운전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대홍

다음으로 잘 써먹는 핑계는 "내가 얼마나 바쁘고 중요한 사람인데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하는 생각일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경우 어렵게 마련한 운동시간과 그 전후의 소요시간은 아깝지 않은가 묻고 싶다.

또 자전거 타면서 운동과 이동을 함께 하는 일석이조에 대해서 유독 시간비용을 비싸게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최근 2년 동안 대전시내에서 자전거만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경험적으로 얻은 결론은, 도심지를 통과하거나 출퇴근 시간의 이동은 오히려 자전거가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정체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고 정확한 이동시간의 산출이 가능한 자전거는 매우 인간적인 이동수단일 뿐만 아니라 시간대비 비용효과 면에서도 매력을 가진다.

이런 경우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려는데 내가 사는 도시는 언덕이 많은 지형이라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여러분을 부추길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응해 보라.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효과적으로 소비하기 위해서 탄다.

따라서 목적지까지 최단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즐길 수 있고 운동까지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된다. 언덕이나 육교는 돌아가고, 복잡한 도로를 피해 한적한 이면도로를 활용한다. 돌아간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실상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신호대기 때문에 추가되는 시간보다 결코 더 소요되지 않는다.

[핑계 뛰어넘기③] 자동차하고 경쟁하지 않는다

이러한 핑계에도 의지가 꺾이지 않는 경우 필살기(?)로 들이대는 결정타는 "이렇게 차가 많고 복잡한 도시에서 자전거는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 대목에서 설득당하게 되는데, 백번 천번 옳은 이야기일 수 있다.

자동차하고 속도경쟁을 한다거나, 도로의 차선을 놓고 자동차와 경합을 벌이고자 한다거나 또는 목적지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하려는 결과지향적인 사고만으로 똘똘 뭉친 생각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는 경우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자전거는 차보다 빠르지도 못하고 불안정하며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방어적인 자세로 과정을 즐기고자 하는 느긋한 마음 자세를 갖는다면 참으로 유쾌한 교통수단이 된다.

이러 저러한 핑계를 다 극복하고 나 자신이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생각했던 기대만큼의 충족감보다는 갈등과 회의가 많았다. 그 이유는 우선 울퉁불퉁한 자전거도로가 주는 신체적 고통, 체력적 한계, 곱지만은 않은 사회적 시선 등이었다.

현재 대전시 자전거도로 사정이야 선진국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1990년대 후반보다는 상당히 개선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사회적 시선 문제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기 자신의 맘이 더 문제인 것 같고, 체력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러면서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어느 정도의 힘이 축적되니까 주변의 상황과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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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등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자료사진). ⓒ 이권재


차도보다는 천변길이 안전하고 편해

내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길은 대전 둔산동 꿈나무아파트에서 오정동 한남대학교까지였다. 이 구간은 비교적 교통흐름이 좋아서 출퇴근시간에도 자동차는 15~20분 정도, 도보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자전거를 타면 20분이면 충분한 길이다.

나는 우선 자전거를 타고 갈 길은 '가파른 길은 돌아서', '지름길이 아니라 안전한 길',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는 길' 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차와 경쟁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번잡스럽지 않은 길을 개발하였다.

실제로 이 길은 목적지를 빙 둘러서 가는 길이고 처음에는 50분 정도 소요되었으나 점차 익숙해져 신호등 대기시간 단축 등으로 30분으로 짧아졌다. 운동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전 태평동으로 이사한 이후 나의 출근길은 대전천과 유등천에 잘 조성된 천변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경치를 갖게 되었다. 대전의 구도심에서 유성을 가는 경우에도 대전천과 갑천의 천변길을 이용하여 갈 경우 공간적인 거리는 멀지만 실제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인도에 불안정하에 조성되어 있는 자전거도로가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안전성이나 주변경관을 고려하면 이 길은 권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대전천, 갑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을 보유하고 있는 대전시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 여건이 고루 갖추어진 자전거주행 기반공간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도심 출퇴근이 생태주의 여행으로 바뀔 때

이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사계절의 주인이 다르고, 철마다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얼었던 얼음이 녹고 철새들이 날아간 텅 빈 강변에 봄이 오는 3~4월은 잔디에 새싹이 움트고 얼음 속에서 웅크렸던 각종 물고기들이 바삐 움직이는 기간이다. 이때는 번식을 위해 천변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돌밭 사이로 날아다니는 '알락할미새'를 볼 수 있다. 또한 '백로'와 '해오라기' 등 새로운 주인들이 하나둘씩 찾아든다.

5월 초·중순경에는 수많은 잉어들이 산란지를 찾아서 얕은 물살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6월이 되면 강둔치는 잠깐 동안에 키만큼 자란 갈대가 점령한다. 자전거로 짙푸르고 무성한 갈대숲을 지나노라면 우렁차고 경쾌한 새소리가 들리는데, 이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5월에 날아드는 철새인 참새목 휘파람새과의 '개개비'로 강의 새 주인답게 큰물이 오기 전까지 번식을 마치기 위하여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의 장마 기간에는 큰물과 비바람에 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홍역을 치르지만 여름은 어김없이 가을을 향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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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등천에서 쇠백로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다.(자료사진) ⓒ 유진택

갑천 라바댐 부근이나 그 밖의 낙차공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먹잇감을 기다리는 '검은댕기 해오라기'를 볼 수 있고, 물이 얕은 지역에서는 '쇠백로'나 '왜가리' 등이 자주 목격된다. 인적이 드문 목원대학교 입구의 건천 풀숲에서는 '뜸부기'가 목격되기도 한다. 요즈음은 갑천대교 부근에서도 야생 '비둘기'가 자주 눈에 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이곳은 떠나는 이와 날아드는 새로운 주인으로 여전히 붐비고, 차가운 겨울의 강은 사람들의 접근은 거북스러워하면서도 '청둥오리'와 같은 각종 겨울철새들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허락한다. 겨울 눈보라가 치는 강변의 자전거여행도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갑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한밭대교 사이의 대전천에서 봄과 여름에 가끔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은 겨울철에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정착한 야생어미오리가 부화한 새끼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가슴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다.

나는 일요일마다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나와 새끼오리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적이 있는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즐거워한다.

야생동물도 자전거에는 경계심 푸는 듯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노라면 대전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풍요로움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새들도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혹은 걷거나 뛰는 행인들에 대해서 갖고 있던 경계심을, 아직은 비둘기만 못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푼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자연과 인간이 가까워졌고,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는 것 같아 편하다.

이러한 모습은 차창 밖을 통해서는 절대로 느낄 수도, 심지어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가끔 하는 자전거 여행으로도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다. 이 경험은 자전거 타는 일이 행사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으로 편하게 받아들이고 실제로 그렇게 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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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가족의 모습(자료사진) ⓒ 이권재

자전거를 타면서 도시의 살아있는 이면과 그 밖의 다양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을 이야기하였는데, 사실은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엔진에서 출력이 나오지만 자전거는 당신의 허벅지에서 출력이 결정된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전거와 도로에 익숙해질 때까지 페달을 밟기 바빠서 이것저것 감상하고 느낀다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자 하는 맘이 남아있다면 이제 과감하게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면 된다. 그 지긋지긋한 망건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고 우리 허벅지 근육이 허락할 때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보시라.

어서 차 창 밖으로 부러운 시선을 보내며 맘속에 담아두고 꿈꾸었던 것을 생활 속에서 펄떡이는 생동감으로 느낄 수 있는 행동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다만 자전거 핸들은 어떤 경우에도 꼭 잡아야 한다. 안 그러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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