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족의 고통을 누가 헤아릴까?

치매 노인을 바라보는 7가지 마음가짐

등록 2006.09.21 08:49수정 2007.06.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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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형 마트 쇼핑 중 음악 들으시는 어머니

대형 마트 쇼핑 중 음악 들으시는 어머니 ⓒ 나관호

치매를 앓는 노인들의 숫자 30만 명 가량, 가족까지 합치면 130만 명 정도가 ‘치매’라는 굴레에 빠져 있다는 통계를 보았다. 마음 아픈 일이다. 치매는 추억과 가족, 시간과 현실을 잊게 하는 나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환자 당사자보다 가족들의 진을 빼놓는 그런 병이다. 나는 어머니를 보면서 치매라는 질병의 행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치매’ 대신 ‘머릿속 지우개’라는 말을 쓴다.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부드러운 음성의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기 MBC입니다.”
“네!”
“저는 MBC 라디오 <세상 속으로> 작가 김OO입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저희 방송에 치매노인 가족을 위해 전화 인터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좀….”
“어려운 가족들이 많이 듣는 방송입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가족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졌다. 치매노인을 모시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생방송 전화 출연을 허락했다. 방송시간을 맞추기 위해 후배와의 점심 약속은 취소했다.

전화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어머니를 생각해 보았다. 어린 아이 같이 되어 버린 어머니. 그러나 모성애만큼은 뜨거운 어머니를 보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치매 노인을 둔 가족들을 위로하려는 주제를 선택한 방송국 측에도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변창립 아나운서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흘러가 버렸다. 막상 판을 펼치고 보니 여러 가지 해야 할 말이 많았다. 메모해 놓고 ‘이 말은 꼭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놓친 것도 많다. 조금 아쉽다는 느낌으로 방송을 맞췄다.


치매 노인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돌보는 가족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치매 노인을 둔 당사자가 되어 뒷바라지를 해보면 나 같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노인들 중 거칠고, 욕하고, 움직이는 행동반경이 넓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노인이 있다면 그 가족은 거의 초죽음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한 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다.

<치매 노인을 바라보는 7가지 마음가짐>


1. 치매 노인은 어린아이다 - 어린아이를 대해는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찾는다.
2. 치매에 질 수 없다는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 - 치매와 싸워라.
3. 인격적인 환경을 만들어라 - 방문 잠그지 말고 반복학습을 통해 교육(?)하라.
4.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하라 - 인격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5. 노인을 감추지 말고 세상 속으로 보내라 - 사람들과의 접촉점은 기쁨이다.
6. 이상행동에 과민 반응하지 말라 - 가족 중 또 다른 병자를 만든다.
7. 노인들과 스트레스를 주고받지 말라 - 신경질적인 스트레스는 서로를 해친다.


치매라는 병은 당사자에게도 아픔이지만 가족들에게도 큰 충격이요 아픔이다. 치매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는 시각이 우리 사회 속에 같이 공존했으면 한다. 위로와 격려가 없다면 혹여 가족 중 또 다른 환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냥 일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어머니가 더 편한 마음을 가지실까’를 생각한다. 그러면 좀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치매란 완치되는 병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과 관심, 섬김으로 지우개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요즘 어머니는 퍼즐 맞추기와 책읽기에 집중하신다. 퍼즐이 ‘어렵다 어렵다’ 하시면서도 잘 맞추신다. 그리고 성경책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으시는 모습은 예쁘기까지 하다.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재미있으세요?”
“성경책 읽는 것이 좋아!”
“퍼즐은요?”
“아휴 힘들어.”
“힘들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하세요?”

어떤 때는 거의 강요 수준일 때도 있다. 약이 쓰다고 안 드시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퍼즐은 아침, 저녁으로 두 번 하시고 낮에는 거의 책을 읽으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게 하면 좋다. 나는 거실과 모든 방에 잔잔한 음악을 거의 24시간 틀어 놓는다. 마치 잔잔한 리듬과 음악기호들이 춤을 추며 온 집 구석구석에 가득 차도록 해놓는다.

이렇게 음악을 항시 틀어 놓으면 치매 노인들에게도 좋고, 가족들도 즐거워진다. 요즘은 어머니가 주무실 때 어머니 방에도 잔잔하게 음악을 계속 틀어 놓는다. 그러면 곤히 잠에 드신다. 치매 노인 가족들에게 꼭 음악 테이프를 틀어 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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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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