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0월 4일 '대한민국수호 국민대회'.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004년 10월 보수우파의 총궐기를 예고하는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의 대국민 결의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수천명, 수만명 단위로 산발적으로 일어나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위는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대회에 30만여명(주최측 자체 집계, 경찰 추산은 10만명)의 시민이 참여함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애국시민 30만명의 10·4 의거'라고 부른 이 날 행사를 주도한 것은 300여개 보수우익 단체가 참여한 '반핵반김 국민협의회'(이하 국민협의회)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중 동원의 중심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재향군인회 그리고 150여개의 참여·후원단체로 구성된 친북좌익 척결 국민행동본부(이하 국민행동본부)가 있었다.
이에 앞서 '국민협의회'와 '국민행동본부'는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를 알리는 신문광고를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4회씩 내면서 참여를 유도했다.
이들은 신문광고에서 "권력의 불법 강행에 대해서는 국민저항권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가족단위로, 직장단위로, 마을단위로, 친구끼리, 동향·동업·동창·동기들도, 전문집단도, 택시기사도, 시장상인들도, 서울도, 지방도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모이자"고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특히 한기총은 교회주보와 예배 중 광고를 통해, 국민행동본부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참여를 독려했다.
보수우파는 기동성 있는 대중 동원으로 '광장'을 점령했을 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과 이론 무장에서도 진보좌파에 대한 발빠른 '벤치마킹'으로 오히려 진보좌파보다 더 빠르게 '진보'했다.
국민협의회는 국민대회 직후 변호인단을 모집했고, '10·4 의거'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얻어맞아 다친 사람들의 신고를 받아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으로는 '이론무장을 위한 대강연회'를 개최했다.
광장과 아지트 그리고 온라인까지 잠식한 보수우파
1987년과 2007년 대선의 정치 지형 비교 | | 연도 | 주도세력 | 주관 단체(핵심단체) | 구호 | 목표 | 1987년 | 진보좌파 |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민통련) | 호헌철폐, 독재타도 | 민주정부 수립 | 2007년 | 보수우파 | 반핵반김국민협의회(국민행동본부) | '4대 악법' 저지 | 좌파정권 종식 |
| ⓒ 고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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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성공한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로 자신감을 얻은 보수우파는 '4대 악법 저지 전국민 궐기대회'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투쟁'을 통해 해마다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특히 보수우파의 '선전선동대' 역할을 맡고 있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과거 민주화 운동권이 그랬던 것처럼 정기적으로 <국민교재>라는 보수우파 '의식화 교재'를 만들어 보수우파의 의견을 전파하며 우파의 체력을 담금질하고 있다.
어느덧 이들의 위세는 서울 광화문과 시청 그리고 서울역의 '광장'만 접수한 것이 아니라 진보의 아지트였던 인터넷 공간마저 위협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인터넷 공간은 진보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2004년 초를 기점으로 보수성향의 인터넷 매체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기 시작하더니 <독립신문> <미래한국신문> <데일리안> 등에 이어 <뉴데일리> <프런티어 타임스> <폴리뉴스> <브레이크뉴스> <데일리NK > <프리존> <코나스>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보수 인터넷매체의 시장 점유율은 진보 인터넷매체보다 뒤지지만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와 한나라당의 상승세 흐름을 타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2002년 대선 국면의 온라인 세상을 '노사모'가 지배했다면, 2006년의 온라인 세상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조갑제씨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이 '감별'한 '애국단체 주소모음' 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공동목표를 지지하는 '애국단체'는 무려 443개나 된다. 20년이라는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87년 6월 민주항쟁을 주도했던 국민운동본부의 가맹단체가 25개였던 데 비하면 18곱절이나 늘어난 수치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가운데 상당수는 '허수'이거나 '겹치기 출연'으로 중복된 경우다. 이를테면 한 때 300여개에 달했던 국민협의회의 참여단체는 2006년 12월 현재 71개 정도로 줄었다. 그 대신 지난 2005년 6월에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이하 비상국민회의)가 출범했다고 하지만, 국민협의회와 함께 한국 보수진영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비상국민회의는 막상 독자적인 홈페이지조차 갖고 있지 않다.
보수우파 세력이 힘은 전보다 세졌지만 여전히 '질(콘텐츠)'보다는 '양(외형)'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대부분이 '군 동기회'이거나 유명무실한 단체들이지만 그나마 일정한 '대오'를 유지한 채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합단체는 148개 후원·참여단체를 둔 '국민행동본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