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지키는 슈퍼맨을 만나다

[인터뷰] 이웃사랑 실천하는 하재용 경희아파트 분양대책위원장

등록 2006.12.20 21:05수정 2006.12.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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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우리 동네에는 슈퍼맨 아저씨들이 있다고 했어요!"

충남 아산시에 있는 경희 아파트에는 동네 꼬마 아이들도 다 아는 슈퍼맨이 있다. 경희건설의 부도로 경매위기에 처한 경희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주민 대표자들이 결성한 분양대책위원들은 2년 동안 생업을 포기한 채 단지 내 아파트 강제 경매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 가장 노릇을 잠시 아내에게 맡긴 채 오로지 단지 내 주민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하재용(54) 위원장을 만났다.

"2004년 10월 경희 건설이 부도나면서 대책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이 일 하면서 2년째 아이들을 아내가 먹여 살리고 있어요. 진짜 슈퍼맨은 제 아내지요." 하 위원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하 위원장은 아파트 상가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고 있다. 2년째 가게는 아내가 운영하고 있고, 하 위원장은 분양사무소에서 접수된 서류들과 법전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법 공부를 안 할 수 없더라고요. 고등학교만 겨우 나온 놈이 법 공부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매일 법전을 보고 있는데 한자도 많고 글을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되지 않아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는 하 위원장은 이제 웬만한 한자는 척척 읽을 정도의 실력이 됐다.

@BRI@"이 경희 아파트는 거주자 중 절반 이상이 학생들이라 부도가 났을 때 학생들을 상대로 한 사기 임대가 많았습니다. 처음에 불법 전대하는 사례가 많아서 보증금을 손해 보는 학생들을 도와주려고 많이 돌아다녔어요."

지금도 수도권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고소장을 접수한 하 위원장은 경희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한다.

아파트 어디를 가도 밥은 굶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하 위원장은 "아내랑 아이들한테 참 미안해요, 그래도 집에서는 가장인데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해 주는 게 없 는거 같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집 생각만 하면 다 관두고 싶지요. 그냥 가게에서 닭 튀기고 배달하면서 사는 게 오히려 속 편해요. 근데 우리 옆집 사람이, 아니면 아는 사람이 억울하게 보증금 하나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는다고 생각하면 쉽게 관두지 못하지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하 위원장은 "잃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아요"라며 조만간 재분양이 완료돼서 분양대책위원회가 해산하면 그동안 무심했던 가족들한테 잘 해줄 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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