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에 따른 의료사고, 누구의 책임인가

[뉴스 후] '무너진 하얀 거탑'을 보고

등록 2007.03.18 19:39수정 2007.03.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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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11시면 나는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곤 했다. 하지만 17일 밤 10시 50분, MBC의 <뉴스 후>를 보게 된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한다는 사실도 잊고 끝까지 채널을 고정 한 채 MBC를 보았다.

내가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하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 후>에서는 '주검으로 돌아온 아빠'의 이야기와 함께 '무너진 하얀 거탑'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루었다.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는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거기엔 도저히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왔다. 왼쪽 눈에 이상이 있는 환자를 3년 동안 진료해오던 의사가 왼쪽 눈이 아닌 오른쪽 눈을 수술한 것이다. 코미디가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니. 어떻게 환자를 다루는 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 그러한 실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어이없는 것은 의료사고로 인해 다친 오른쪽 눈은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하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하얀 거탑, 정말 그 안엔 자기네들만의 세상이 있는 모양인지 그들은 특권을 누리며 서로의 잘못을 눈 감아 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은 굉장히 성스럽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고 삶에 희망을 주는 일은 얼마나 가치 있고 멋진 일인가. 의사 또한 인간이고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실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 마땅하다. 사람을 가지고 실험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오랜 분쟁 끝에 결국 의료사고임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고작 벌금형에 처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왜냐면 그들은 고의가 아니라 '선의'로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재수가 없었던 거라고, 그 가족들만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도 되는 걸까? 한 해에 50만 건의 의료사고가 일어나고 그 중의 1만 건이 분쟁으로 치닫는 이 사회에서 그 가족들의 억울함과 분함은 어디서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일까?

장파열 사실을 모른 채 관장을 하고, 새로운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해 주겠다더니 결국은 희망을 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하고, 왼쪽 눈이 아닌 오른쪽 눈을 수술해 놓고 나를 좀 예쁘게 봐 달라고 말하는 의사들의 모습이라니. 아무 관련 없는 내가 봐도 어이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족인들 오죽할까.


이것은 피해 환자와 그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의료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중엔 의사의 잘못이 아니라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나 기타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 가족들은 그것이 모두 의사의 잘못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 정말로 의사가 잘못한 일이라면 그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신뢰'이다. 얼마 전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도 주인공 장준혁은 신뢰가 가는 이주완 전 외과과장에게 수술을 받은 후,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들은 다 자신을 믿었을까, 하고 되뇌는 부분이 나온다.

믿을 수 있는 의사를 믿고 따르는 환자. 그래서 질병이 낫고 희망이 움트는 사회. 아, 정말이지 아직은 세상이 살 만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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