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무영이 아버지 김태식(정한용), 은주 아버지 윤재두(정동환), 지수 아버지 석종훈(홍요섭)KBS
이혼을 결심한 아들에게 호통을 치기는커녕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무능력함 때문이라며 아들과 함께 눈물 흘려주는 무영이 아버지. 딸이 고민하고 있는 이성친구 문제에 대해 아버지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남자로, 인간으로 딸의 아픔과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지수 아버지. 강하고 완벽한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들을 위해 기꺼이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해주는 은주 아버지까지….
이렇게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들만 있다면 엄마들의 자식 걱정도 반으로 줄지 않을까?
15년 전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캐릭터는 다소의 과장이 있긴 했지만 그 시대 가장의 모습을 대변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랑이 뭐길래>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던 가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가부장적 권위에 눌려 살던 여성들에게는 아내와 며느리에 의해 조금씩 권위를 내려놓고 변화해 가는 대발이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재미이며 위안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대발이 아버지' 이후 15년. 드라마 속 아버지의 모습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MBC 주말 드라마 <문희>에서는 아직도 남자와 여자를 차별,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곁에서 식사 수발까지 들게 하는 가부장적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야동 순재'는 아내는 물론 손자, 아들, 며느리에게까지 격이 없이 지나치게 장난을 하는 등 위엄이나 권위라고는 전혀 없는 장난스러운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때로 드라마에서 보이는 권위를 내려놓은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일부 남성 시청자들은 날로 드세지는 여성들의 입김을 의식한 나머지 인위적으로 남성상의 약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상하고 친절한 아버지는 시대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시대는 가고 민주적이며 가정적인 아버지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을 대표할만한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얼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전원일기>의 '김회장',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 순재'…. 드라마 속 아버지는 많지만 정작 모델이 될만한 아버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늘만큼 땅만큼>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점이다. 기준이 되거나 모델이 될만한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찾기 힘든 지금 각기 다른 세 가정의 아버지를 등장시켜 닮고 싶은 아버지, 배우고 싶은 아버지, 바람직한 아버지의 모습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방송 횟수가 늘어가며 드라마 속 아버지들에 대한 아줌마들의 인기투표 열기도 점점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같이 멋지고 따뜻하며 자상하고 착한 아버지.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기왕에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면 아무 생각 없이 틀어 놓은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에 넋을 놓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준비를 해보자. <하늘만큼 땅만큼>을 보면서 좋아하는 아버지 캐릭터의 점수를 매겨 순위놀이를 해 보거나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아버지는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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