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는 할리우드 독과점 방지책일 뿐"

[13인13색-한미FTA를 말하다 ⑦] 영화배우 문소리

등록 2007.03.27 09:54수정 2007.03.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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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작년 12월 24일 세간의 화제를 뿌리며 결혼한 문소리(34)-장준환(38) 부부. 이들을 만난 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A 스튜디오. 바깥 날씨는 잔뜩 흐린 하늘에 가끔 뿌려대는 가랑비로 서늘한 오후였다. 인터뷰 대상은 영화배우 문소리였다. 물론 관객으로 스크린 속의 문소리가 아닌 취재대상으로 만나긴 처음이었다.

영화전문지 <씨네21>은 그를 두고 '남자에게 환상보다 경종이 되는 여자'라고 평했다. 문소리가 그동안 관객에게 내보인 영화를 보면 더 그렇다. 장애를 가진 여자부터 바람피우는 여자, 가족을 먹여살리는 여자에 이르기까지… 스크린 밖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라는 다소 어려울 법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소리를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결혼 후 첫 공식 나들이가 한미FTA 반대 농성장

문소리가 결혼 후 첫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민 곳도 한미FTA 반대 투쟁 농성장이다. 1월 17일 서울 장충돌 신라호텔 앞이다. 호텔에선 한미FTA 6차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쫓아가 한미FTA 체결을 반대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명서에 써 있어서 했던 이야기였어요.(웃음) 바빠서 많이 참여하지 못했구요. 한미FTA 반대를 위해서 투쟁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만큼은 활동하지 못했어요. 가끔 가긴 했는데, 언론에서 더 다뤄 주시는 바람에…."

'겸손하신 것 같다'고 하자, "아니다, 정말이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작년엔 한국 영화인 대표로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지지를 받고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크린쿼터는 이미 작년 7월부터 73일로 줄어든 상태다. 자연스레 한미FTA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스크린) 쿼터를 통해서 FTA를 알게 됐어요. 양자간 협상이 무엇인지, 다자간협상이 무엇인지. 쿼터는 한국영화를 꽃 피우게 하는 신비의 명약이 아니에요. 이것은 단지 할리우드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예요."


그의 말투는 또렷했다. 목소리 톤도 어느덧 올라가 있었다. '쿼터보다 한국 영화가 재미있고, 경쟁력 있으면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이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한국 영화? 문제 많을 수 있죠. 영화 제작과정의 스태프 문제부터, 배급, 매니지먼트사의 문제까지…. 지금 과도기여서 좋아지려고 하고 있지만, 스크린쿼터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할리우드가 전 세계 영화시장의 90% 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독과점을 막기 위한 장치일 뿐이죠. 그것만 된다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원칙이죠. 자본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필요한 것이죠. 그 다음 어떻게 한국 영화를 꽃 피울 지는 다른 정책들이 필요한 것이구요."



"할리우드 진출요? 마음이 별로 없어요. 하하"

영화배우 문소리
영화배우 문소리오마이TV 김호중
문소리는 한미FTA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스크린 쿼터가 축소과정을 두고는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스크린쿼터가) 영화에 미치든, 안 미치든 우리 문화를 지키는 권리이자 의무인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말로 국익을 위해 쿼터를 반으로 줄여야 했다면, 훨씬 더 이득이 되는 무엇인가를 얻었어야 했는데, 무엇을 얻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73일로 줄여서 우리가 얻은 것이 FTA를 체결하는 것인가"라며 "(한미FTA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득을 안겨다 줄 지, 한 번도 명확한 답을 들어 본적이 없고,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데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질문을 바꿨다. 한미 FTA 체결로 국내의 경쟁력있는 영화나 배우에게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혹시 '문소리씨 같은 경쟁력있는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해도 성공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소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곤 큰 소리로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장담하건데, (한미)FTA가 아무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체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저의 할리우드 진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다"면서 "특히나 저는 할리우드에 진출할 마음이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차분하게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있고, 한국 사람의 삶과 한국 사람의 말과 한국 사람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것 같아요. 그것은 외국의 어떤 배우도 저 만큼 못하는 거죠. 우선은 그것을 제대로 하고싶구요. 그것도 '잘하고 있나' 의심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고... 만약에 아주 글로벌한 정서를 표현할 영화들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은 제가 제일 잘하는 것이 있는데, 왜 그렇게 하겠어요."

"국회비준까지 예민하게 지켜봐야"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다 돼갔다. 그와 장준환 감독은 곧장 비행기편으로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팬들과의 만남 때문이다. 그에게 한미FTA 반대 투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그는 "배우로서 장애인부터, 바람난 아줌마,시골 아줌마까지 여러 경험을 해봤다"면서 "(한미)FTA가 단지 영화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방송, 환경, 노동 등 걸리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나. 그런 분들과 한 목소리를 내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어차피 국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까지 좀더 예민하게 지켜 봐야 할 것"이라며 " 다행인지 모르지만, 국내 여론도 예전보다 조금더 (반대쪽으로) 돌아서고 있고, 정치인들도 FTA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스튜디오 한켠에서 아내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장준환 감독의 마음이 바빠졌다. 장 감독은 "미안하다. 비행기 시간이 급해서"라고 말했고, 취재진은 그에게 한미FTA에 대해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다소 수줍은 모습과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한국 영화의 공기를 점검하는 탄광의 카나리아로 불린다'는 문소리. 스크린 속에서 보여줬던 당당하고, 용기있는 모습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영화배우 문소리씨가 2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배우 문소리씨가 2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마이TV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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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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