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것', 자전거순례가 준 선물!

[제2회 청년에너지자전거순례 ④] 넷째 날, 경남 창녕~우포늪... 그리고 새로운 시작

등록 2007.05.29 16:09수정 2007.11.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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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너지자전거순례 넷째 날(5월 27일)은 경남 창녕군 이방면 안리노인경로당에서 시작하여 지방도로 1080과 국도 20번을 타고 이동했다. 우포늪의 자연적 가치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경남 창녕군 대대리에 위치한 '우포생태학습원'에 도착하여 3박 4일 동안의 자전거 주행을 마무리하였다. <필자 주> @IMG1@출발준비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 일정은 우포늪을 돌아보는 30km의 오전 주행. 검게 그을린 순례단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보다 곧 끝난다는 안도감이 여전할 피로를 잊게 했다. 순례단원 각자 한 가지씩 싸온 반찬이 거의 다 떨어져 가지만 이번 아침식사가 마지막이었다. 탄 밥, 간단한 반찬이지만 순례길이 오늘에 이르도록 몸을 지탱해준 고마운 밥이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뱃속이 든든하도록 먹었다. 공기나 물처럼 그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했던 밥이 이렇게 고마운 걸 다시 안 것도 자전거 순례가 준 선물 중 하나였다.하룻밤 동안 순례단원들을 품어준 노인경로당을 깨끗하게 치우고 대열을 정비했다. 노인경로당 앞 이방초등학교 옆길에서 대열을 정비하고 출발준비를 하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누구나 아는 '산토끼' 노래가 바로 이 초등학교에 재직하던 시절 이일래 선생님이 쓰셨다는 것이다. 소박한 노래비가 건립되어 있었고 학교 벽면에 산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어 보는 사람 모두가 마음 따듯하게 웃으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IMG2@힘찬 호각소리와 함께 자전거들이 출발했다. 도로를 2km쯤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난 샛길로 접어드니 곧 넓게 펼쳐진 늪이 눈에 띄었다. 우포늪은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의 4개 늪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늪의 이미지는 죽음의 수렁, 악어나 뱀이 어슬렁거리는 어두침침한 곳, 부패한 사체가 곳곳에서 보이는 곳이었고, 다들 그런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순례단 앞에 펼쳐진 늪은 물새가 어슬렁거리고 물고기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수초가 우거진 평화로운 곳이었다. 자전거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람에 엉덩이가 아프긴 했지만 포장도로가 아닌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이런 아픔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살아있다, 살고 있다@IMG3@ 그림처럼 잔잔하게 펼쳐진 늪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로 가득했다. 이름을 몰라 안타까울 정도였고 사람이 세상 전부가 아니라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자전거로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우포늪을 보며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뿌듯했고, 이제까지 매립된 수많은 늪지들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평균 수심이 1미터도 안 되는 늪이야말로 간척이나 매립이 용이해 농경지 등 사람이 편리한 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만만한 곳이다. 그 안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지만 한번 돈의 유혹(자칭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듣기 좋은 여러 이유를 대지만 결국은 돈의 문제다)에 빠지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니 신기한 일이다. 새만금이 그랬고, 장항 갯벌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우포늪은 람사협약습지로 등록되어 보호를 받고 있으나 원래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 허가를 받아 여기저기 쳐놓은 그물들이 눈에 걸렸다. 생계가 걸린 문제지만 찾아보면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길가에 수없이 패인 작은 구덩이들을 피해가며 자전거는 달리고 또 달렸다. 속도를 내지 않았고 낼 필요도 없었다. 날씨가 더워 땀이 줄줄 흘렀지만 이곳을 보려고 먼 길을 달려온 순례단원들은 짜증도 잊고 늪 여기저기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봐도 봐도 좋지만 뭘 알고 보면 이전까지 안 보이던 것도 보이게 되는 법, 아침 일찍부터 순례단을 기다려준 우포생태학습원에 전원배 국장님께서 우포늪에 대해 간단한 강의를 해주셨다. 지금 보이는 늪도 넓은데 이전에는 몇 배 더 넓었다는 설명을 듣자 머릿속에 거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댐을 쌓고 제방을 높여 자연과 싸워온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 자연의 힘을 인정하고 이용하는 새로운 '치수'와 '재해예방'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말에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늪이 늪으로 존재하는 데에는 사람의 머리로 따질 수 없는 자연의 이치가 있는 것이고, 그 이치를 따라 사는 것이 순리일 텐데 사람은 제멋대로 메우고 짓고 부수며 다스려지지 않는 자연에 대해, 되지도 않은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부작용은 상당하니 지금이라도 정책입안 방향이 인간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포함된 자연중심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IMG4@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늑한 우포늪을 떠났다. 다들 나중에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찾아와 조용히 거닐고 싶다는 새로운 소망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 우포생태학습원으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웠다. 이것으로 자전거 주행은 끝. 순례단원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3박 4일 동안 믿음직하게 달려준 자전거를 쓰다듬었다. 고생을 같이하면 정이 드는 법. 이름표를 달고 줄지어 세워진 자전거들은 하나같이 주인을 닮아 보였다. 먼지투성이에 진흙이 말라붙은 자전거들을 차에 정리해 싣고 순례단은 의령읍내로 이동했다. 고맙게도 의령군청 민간협력과 김영광 계장님께서 창녕에서 생각하는 우포늪에 대해서 이야기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제공해 주어 배를 채우고 지금껏 함께 달려온 순례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짧은 글을 써 마음을 전했다.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아쉬운 마음, 애틋한 마음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종이를 각자 소중하게 간직하며 순례단원들은 광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달콤하고 포근한 낮잠이 누구도 모르게 순례단원들을 찾아왔다. 피곤한 몸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고마운 잠이었다. 새로운 시작순례단은 전남대학교 교정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활짝 웃는 단체사진이 든 녹색수료증을 받고 각자 짐을 짊어지면서 순례단원들은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다. 3박 4일의 일정은 끝났지만 그동안 친해진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무엇보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의 의미와 결과를 알게 된 우리들의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검게 탄 팔로 서로 어깨를 두드려 주고 굳은 악수를 나누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는 헤어졌다. 청년에너지 자전거 순례단으로 뭉쳤던 시간은 짧았지만 그 밀도 높은 추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며, 청년에너지 자전거 순례가 해마다 계속될수록 좋은 추억과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 자전거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은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IMG5@

덧붙이는 글 | * 3박 4일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경남지방경찰청, 창녕군, 우포생태학습원,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7.05.29 16:0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3박 4일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경남지방경찰청, 창녕군, 우포생태학습원,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청년에너지자전거순례 #우포늪 #창녕 #광주 #전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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