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라고 다 같은 불륜인가?

어설픈 시도로 어설픈 결과를 낳은 드라마 <연인이여>

등록 2007.06.06 10:44수정 2007.06.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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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TV드라마에 불륜을 뺀다면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불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아침드라마를 시작으로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까지. 온통 불륜으로 시작해 불륜으로 끝난다.

불륜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불륜이라고 해서 모든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불륜이란 코드를 가진 드라마가 진화하면서 <내 남자의 여자>는 심리극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대부분의 불륜 드라마는 기존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강도를 높이거나, 혹은 신선한 시도로 기존 공식을 부수는 방법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연인이여>가 그러하다. 사실 이 드라마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윤손하의 한국 컴백으로 떠들썩했지만 방송이 되면서 오히려 낮은 시청률로 SBS금요드라마의 위상에 먹칠을 한 작품이다.

그런데 불륜 이야기하면 한국 시청자들이 모두 좋아할 것만 같은데, <연인이여>가 처참하게 외면을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 공식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조금씩 비틀어 새로운 모험을 시도했고, 그것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즉 두 개를 절묘하게 조화시키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다른 드라마를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기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자극의 강도를 높여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내 남자의 여자>는 선악구도 대신 각자의 놓인 상황에 심리묘사가 펼치지면서 기존 불륜 드라마 공식을 부수었고 그 결과 시청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즉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어중간한 위치에 서서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를 원치 않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처럼 강도를 높여 시청자들에게 화끈함을 보여주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 <내 남자의 여자>처럼 신선한 재미를 주어야 했다.

그런데 <연인이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그런 드라마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할 만큼 저조한 시청률과 혹평에 시달리며 끝이 나 버린 것이다.

드라마 <연인이여>는 주인공인 동우(유오성)과 애영(윤손하)의 불륜을 사랑으로 둔갑시키며 고전적인 방식을 택했다. 그렇다면 으레 선악구도가 펼쳐지면서 상대의 남편과 아내가 충격에 휩싸이고, 둘의 악행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더욱이 둘은 21세기에 걸맞지 않게 서로 서신으로 사랑을 주고 받으니 이 어찌 근래에 보기 드문 사랑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여기서 드라마 <연인이여>는 드라마의 기본 골격은 아주 고전적으로 낡았지만 전개 방식만큼은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했다.

그것은 그들이 택한 사랑의 방식이 그러하다. 동우와 애영은 결혼식 전 날 치명적인 충격을 받았다. 동우의 부인이 될 제인(김서형)에게서 아이의 아빠가 자신이 아닐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애영은 현석(이형철)을 사랑해왔다는 명순(한나연)의 자해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배우자에게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둘은 동병상련의 입장으로서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을 시작한다.

즉 동우와 애영의 사랑은 불륜이지만 지고지순한 모습으로 그려져 고전적인 불륜 드라마 공식을 답습했지만 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새로운 시도였다. 즉 두 사람이 첫 눈에 반해 서로에게 이끌려 불륜을 저지르는 기존 불륜 드라마 공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안고 결혼한 그들이 뒷처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고루하다.

그것은 결국 결혼을 포기했어야 하는 두 사람이 결혼을 택한 자체부터가 기존 공식과 무엇이 다를까? 또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현석에게 화를 한 번 내지 않고 이혼서류 한 장 내민 것이 고작인 애영과 자신이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인에게 끝까지 화를 내지 않은 동우. 이쯤되면 속세를 떠나 절간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동우와 애영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리기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그들의 고군분투가 그려지게 된 것인데 도대체 어떤 것이 새롭단 말인가? 결국 기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는 야심찬 의욕은 그저 욕심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뻔뻔하기 그지없는 <나쁜 여자, 착한 여자>보다도 공감을 얻기 힘든 상황 설정이다. 거기에 노골적으로 첫 눈에 반한 <내 남자의 여자> 화영과 준표보다 오히려 더 순수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드라마는 순수한 사랑을 깨지 않기 위해 파격적인 결말을 맺었다. 짝을 바꿔서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애초에 다시 결혼할 거였으면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정신적인 스와핑을 의도한 것일까? 드라마는 진부한 설정과 전개로 일관하더니 잊어먹었던 새로운 시도가 다시 생각났는지 결말에서만 파격적이었을 뿐 드라마는 시종일관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여하튼 이러한 모든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드라마 <연인이여>는 네 명의 주인공 캐릭터도 살려내지 못해 더욱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제2의 출발인 결혼을 상대 배우자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도 결혼을 한 이유는 분명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우와 애영은 극단적인 선택을 감내했으면서도 그들의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차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모두 아는 동우와 애영은 각가의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성인군자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생동감을 잃어버렸고, 현실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물들로 가득차 드라마의 공간은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어떠한 공감을 얻지 못하고 현실과 허구 속에서 판타지만이 넘쳐 흐른 채 끝이 나버린다.

이처럼 새로운 것도 고리타분한 것도 제대로 무엇하나 충족시키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해 버린 <연인이여>는 불륜의 무조건적으로 흥행할 수 없음을 입증하며 같은 불륜이라도 어떻게 그려내는지가 관건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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