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굵어진다?

[서평] 즐겁게 오래 자전거 타는 비법 <자전거학교>

등록 2007.06.21 08:09수정 2007.11.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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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굵어지지 않나요?"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특히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 질문엔 몸매 때문에 자전거를 타지 못하겠다는 속내가 살짝 섞여 있다.답은 '다리가 굵어지지 않는다'이다.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굵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은 다름 아닌 경륜 때문이다. 단거리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경륜의 경우 강한 근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거리 경주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그 차이는 100m 선수와 마라톤 선수의 체형을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일반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평균 시속은 15∼20㎞. 시속 50∼60㎞를 내야 하는 경륜 선수의 속도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별도의 근육 훈련을 하지 않는 한 자전거를 탈수록 몸은 보기 좋게 날씬해진다. 자전거를 타면 적당하게 근육량이 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지방률은 내려간다. 근육량이 늘면 기초대사량이 늘게 되어 자고 있을 때도 칼로리가 소비된다.이처럼 우리 주위엔 자전거와 자전거 운행에 관한 잘못된 오해들이 많다. 게다가 균형만 잡을 수 있으면 쉽게 탈 것 같은 자전거도 환경이 달라지면 운행 방식이 달라진다. 공원에서 곧잘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차도에 나가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자전거학교>(마고북스)는 자전거 초보자가 하루 100㎞를 달릴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자전거 입문서다. 자전거 출퇴근이나 주말 장거리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 책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 이 책은 여행 이벤트용 안내서가 아니라 '생활 자전거'를 위한 안내서라는 사실이다. '레저'보다 '생활'에 방점을 찍은 게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전국 일주를 했다거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1번 국도를 달렸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지만 그런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사이클링이 뿌리내린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목적지까지 달린다는 것은 큰 성취감을 주어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무섭고 위험한 간선도로만 달린다면 즐거운 여행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 책은 전국일주 등의 이벤트보다는 주말마다 사이클링을 즐기는 법을 안내하기 위한 것이다." (책 153쪽)자전거 탈 때는 오감 총동원... 뇌 활성화@IMG2@자전거는 자동차나 보행에 비해 훨씬 많은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세찬 바람, 소나기, 보행자의 불규칙적인 움직임, 자동차의 압박, 정비되지 않은 자전거 도로 등을 예상해야 하며, 달리는 도중에도 자전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자동차와 보행자에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한다. 참 '자전거는 골치 아픈 기계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점이 바로 핵심이다. '골치 아픈' 일을 점점 멀리 하면서 점점 무료해지고, 무감각해지는 사람들의 감각을 자전거가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책에 따르면 자전거는 "오감을 총동원해야 하는 운동"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모퉁이에 진입할 때는 귀를 기울여서 마주 오는 차의 엔진 소리나 타이어 소리를 귀담아듣고, 배기가스를 근거로 자동차 통행량을 어림잡는다. 피부로 날씨와 온도를 느끼고, 겨울철엔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얼음 웅덩이를 예측한다. 게다가 차도를 달릴 때는 신호가 바뀌어서 앞의 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맞은편 차가 좌회전해서 들어올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이럴 때의 판단이나 비에 대한 대비와 감각이 뇌를 활성화시킨다"고 말한다.'골치 아프겠다'고 생각한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즉 자전거의 장점은 이와 같은 '골치 아픔'에 있다. 이러한 저자의 인식은 긴 고갯길을 올랐을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을 표현한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긴 고갯길을 오르면 우선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으며,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긴다. 특히 그 뒤에 마시는 물이나 맥주 한 잔은 살아 있음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불편한 행복'이란 역설이 여기서 만들어진다.'불편함'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가치로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건강이다. 이 책 첫 장 제목 또한 '건강에는 자전거가 최고다'이다. 저자는 자전거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아주 긴 시간 동안 열변을 토한다. 자전거 이야기는 75쪽에 가서야 볼 수 있을 정도다.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성인병의 90퍼센트는 활성산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으며, 활성산소는 암 유전자를 자극하여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자전거의 비밀이 있다. 격렬한 운동(무산소운동)으로 호흡량이 늘어나면 활성산소가 늘어나지만, 자전거처럼 적절한 운동(유산소운동)은 오히려 활성산소를 제거한다는 것.즉 과도하게 힘을 쏟는 운동보다 적당한 힘으로 오랫동안 타는 자전거가 매우 좋다는 뜻이다. 독자들이 '자전거가 그렇게 좋아'라고 놀랄 즈음 글쓴이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다시 한 번 '역시 자전거'라고 강조한다."마라톤이나 육상의 트랙경기, 필드경기, 조깅, 등산 등은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달리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선수들은 공중으로 뛰어오른 뒤 착지하는 것을 되풀이한다. 착지할 때 체중이 관절, 특히 무릎 관절에 실리는데 이때 무릎에 걸리는 하중은 체중의 6-8배에 달한다. … 나는 조깅을 하다가 무릎을 다쳤을 때도 자전거는 탈 수 있었다. 또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에서 매일 몸을 세워 자전거를 타다가 무릎을 다쳤을 때는 통증이 가신 다음에 재활훈련의 일환으로 자전거를 탔다." (책 45∼47쪽)자전거는 서행 의무가 있을까?@IMG3@<자전거학교>의 부제는 '입문에서 100㎞ 달리기까지'이다. 100㎞가 도대체 어느 정도 거리일까. 서울역에서 인천 월미도까지 44㎞.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김해시청까지 29㎞, 목포시청에서 강진군청까지 48㎞다. 서울시청에서 경기도 최남단 지자체인 안성시(안성시청)까지 86㎞. 서울시청에서 춘천시청까지 가면 겨우 100㎞(93.5㎞)를 맞출 수 있다. 이 정도면 100㎞를 달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책은 아주 서서히,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100㎞ 달리는 법을 꺼내놓는다. 책 4분의 1까진 건강 내용이다. 자전거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구구절절 설명한다. 자전거 효과를 충분히 이해한 사람만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글쓴이는 생각하는 듯하다.@IMG4@이후 4분의 1은 20㎞ 워밍업이다. 평균 속도 15㎞로 달렸을 때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니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다. 책엔 20㎞ 코스가 몇 개 소개돼 있다. 한강에서 시작해 남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를 비롯해 여의도-행주대교 코스, 잠실경기장-서울숲 코스 등이 나온다. 모두 서울 내 여행지라는 게 흠이지만, 다른 지역의 코스는 앞으로 남은 과제다(50㎞, 100㎞ 코스도 책에 소개돼 있다).자전거 주행 규칙도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전에 알아둬야 할 사항이다. 자전거를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자전거는 차'라는 도로교통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에선 '도로교통법상 지켜야 할 주요 의무'를 간추려놓았다.여기서 돌발 질문. '자전거는 음주운전을 해도 될까?' 아직 도로교통법상 이에 관한 조항은 없다. 따라서 음주운전을 해도 처벌받진 않는다. 그렇다면 '과속은?' 역시 과속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서행 장소에서 서행할 의무, 주정차 금지 장소에서 주정차 금지 의무, 안전운전 의무는 적용받는다.이처럼 자전거에 대한 규칙과 기본 운행 요령을 알려준 다음 책은 50㎞ 달리기로 넘어간다. 50㎞부터는 거리가 만만치 않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몸의 무리가 올 수 있다. 여기서 자전거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안장 높이, 안장 각도, 안장 앞뒤 위치, 핸들 거리와 높이 등이 피로도를 대폭 높이기도 줄이기도 한다. 이 장에선 이처럼 자전거를 제대로 조정하는 법과 주행 전 점검 사항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BOX1@이 대목을 넘기면 이제 100㎞다. 오르막을 즐기는 요령, 집단 주행, 내리막과 코너링, 페달링 요령, 라이딩 중의 몸 관리 등 자전거 타기에 관한 세세한 방법이 나온다. 그 외에도 펑크 때우기, 자전거 변속법 등 몇 가지 내용이 더 포함돼 있다.여기까지 읽었으면 100㎞ 달리기 요령은 완전히 익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책 가장 마지막 장은 자전거 출퇴근(자출)의 세계에 빠진 여섯 명의 다섯 사례다. 여기엔 자출을 하면서 느낀 공포와 설렘, 기대감, 황홀감 등 여러 감정이 다 담겨 있다. 이들의 목소리가 자전거 타기의 유혹이 될지 공포를 확인하는 사례가 될지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나의 자출길인 신촌로터리-충정로-시청-을지로-명동에 이르는 길은 온갖 차량이 뿜어대는 엄청난 매연의 천국이었고 울퉁불퉁한 노면에 엉덩이가 불불 떨릴 지경이었으며 시시각각 벌컥벌컥 열리는 택시 문에 손가락까지 찧었다. 신호등은 어마어마하게 많았으며 자동차들은 나를 차로도, 사람으로도, 하다못해 오토바이로도 봐주지 않고 무시했다. … 그렇게 일 년 반, 나는 단 한 번의 접촉사고도 없이 무사히 자출을 하고 있고 더 이상 나의 생활비에 교통비라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 김명진(27세 여성, 서울, 회사원)"자전거가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이로운 것은 물론이지만 이런 것은 부수적으로 얻어진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사이클링은 즐겁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좋아진다. 따로 또 같이 페달링하는 부부의 자전거 여행은 매번 여행 이상의 소득을 선물해주었다. 운동 부족인 부부, 함께 공유하는 취미가 없는 부부라면 가까운 천변에라도 나가서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 손은환·강지운(38세·32세 경기 안산, 작가)
2007.06.21 08:09ⓒ 2007 OhmyNews
#자전거 #자출 #라이딩 #사이클링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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