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국가 국민도 웹에선 친구"

[세계시민기자포럼] 파키스탄인 칸과 인도인 나가르 대담

등록 2007.06.28 12:30수정 2007.07.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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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배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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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를 추진 중인 파키스탄 출신 아슬람 칸 편집장(오른쪽)과 인도 출신 무니시 나가르 ⓒ 오마이뉴스 김귀현

인도 남자와 파키스탄 남자. 한 남자는 학생이었고, 다른 한 남자는 강사였다. 어느 날 인도의 대학생이 파키스탄 남자에게 미디어 강의를 들었다. 인도-파키스탄간 분쟁이 벌어진 펀자브지방에 대한 강연이었다.

파키스탄 남자의 할아버지는 인도쪽 펀자브지방 출신이었고, 인도 남자의 할머니는 파키스쪽 펀자브지방 출신이었다. 세계적으로는 두 나라간의 분쟁지역으로 알려졌지만, 펀자브지방 사람들은 같은 말을 쓰는 같은 핏줄의 형제다. 그것은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분쟁에 불과했다. 두 남자는 정치적 민주화와 분쟁 없는 평화를 위해 시민저널리즘을 향한 연대에 나섰다.

27일 밤 10시, 서울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 1210호.

아슬람 칸 파키스탄 < internews.net > 편집장과 무니시 나가르 인도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가 만났다. 두 사람은 낯선 제3지대 서울에서 고향 땅 펀자브지방의 분쟁과 시민저널리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아슬람 칸 편집장은 "냉전시절 철의 장막처럼 펀자브 지방에 벽이 있다"며 "이것은 모두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가 만들어놓은 모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무니시 나가르 시민기자도 "펀자브 지방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 같은 사람들"이라며 "사람들 간의 분쟁은 없고 국가간 분쟁만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지금은 분쟁지역으로 묶여 있지만 언젠가는 펀자브 지방에 평화가 올 것이며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무니시 나가르 기자는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인도-파키스탄인들은 숙적인 국가에 소속돼 살고 있지만 웹 플랫폼에서는 친구"라며 "시민저널리즘은 학생이든, 의사든, 사회운동가이든 자기 관심분야에 대해 평등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슬람 칸 편집장도 "시민참여저널리즘의 미래는 풀뿌리지역언론"이라며 "다만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뿌리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저널리즘, 인터넷 접근·원고료가 문제"

최근 지적된 시민저널리즘의 위기와 어려움에 대해 무니시 나가르 기자는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아프리카나 인도 농촌지역 대부분은 인터넷이 없고 사이버카페의 이용도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 시민저널리즘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전세계 많은 시민미디어들이 원고료를 주지 못해 보다 더 훌륭한 기사를 싣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고 걱정했다. 올바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의 출발인 셈이다.

다음은 두 남자의 '한밤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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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람 편집장은 "지난 4월 서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 첫 모임을 가졌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김귀현

- 첫 방한인가. 어떤 느낌인가.
무니시 나가르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처음에는 매우 좋았는데 공항을 통과할 때는 약간 무섭기도 했다. 한국 공무원이 입국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에는 왜 왔는지, 어떤 포럼에 왜 참여하는지, 그 포럼의 주최자는 누구인지 등등. 계속 이상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무서웠다. 아마 한국에 관광비자로 왔다가 눌러앉아 불법 체류하는 아시아 노동자들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아슬람 칸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매우 놀랍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사람들과 한국의 발전상이 매우 놀라웠다. 지난 20일에 도착해서 나는 KTX를 타고 부산에도 가봤다. 해운대 바닷가도 구경했고, 근처 아쿠아리움도 관광했다. 모두 매우 훌륭한 경험이었다.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가던 길에 마주친 농촌풍경은 파키스탄의 시골과 별반 다르지 않아 공감대가 생겼다. 나는 워낙 작은 마을 출신이라서 도시보다 시골풍경에 훨씬 더 정이 간다. 그리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는 평양처럼 만들어진 도시다. 진짜 파키스탄을 알기 위해서는 지방에 가봐야 한다. 그래서 나도 진짜 한국을 알기 위해 KTX를 타고 부산에 가면서 이런저런 시골풍경을 봤다."

- 최근 국경사이의 분쟁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무니시 "인도-파키스탄 국경지대인 펀자브 지방의 분쟁은 한국과 닮은꼴이다. 분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고, 국경 쪽에는 여전히 무장한 군인들이 있다. 한국의 경우, 남한은 미국의 영향이 커 미군이 주둔중이고.

펀자브는 파키스탄쪽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면서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다. 양 지역 모두 분단돼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이 많다. 그 점이 같고, 인도-파키스탄간 펀자브 분쟁은 1947년 서쪽은 파키스탄, 동쪽은 인도로 나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펀자브 지방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 같은 사람들이다. 펀자브 사람들 사이에는 분쟁이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심각한 분쟁이 있다."

아슬람 "인도 주변에는 벵갈, 라지스탄신, 펀잡, 카슈미르 등 4개의 접합지역이 있다. 치열한 분쟁지역이었던 카슈미르도 여권이나 문서 없이 자유롭게 다니는데 유독 펀자브 지방만 자유왕래가 안 된다. 냉전시절 철의 장막처럼 펀자브 지방이 똑같은 상태다. 이건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가 만들어놓은 모순이다. 땅만 갈라놓은 게 아니라 강도 갈라놓았다. 펀자브지방에서만 3번의 전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개의 종교가 존재하지만 한 핏줄이다. 같은 땅의 후손들이다. 40년간 억압받고 고립됐지만 우리는 언젠가 하나로 통일이 될 거라고 믿는다."

무니시 "펀자브를 기준으로 할 때 아슬람 칸은 서쪽 사람, 나는 동쪽 사람이다. 우리는 친구 같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남아시아시민기자네트워크를 만들었고 현재 내가 대표를 맡고 있다. 아직 사이트가 문을 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앞으로 주로 다룰 이슈는 실업난이다. 펀자브 지방 사람들은 분쟁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실업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에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실업은 남아시아 전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평범한 사람들은 분쟁보다 일자리 얻는 걸 더 신경 쓴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

"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 20명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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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시는 인터넷 접근권과 원고료를 시민기자제 확산의 장애로 꼽았다. ⓒ 오마이뉴스 김귀현

- 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아슬람 "우리는 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지난 4월 첫째 주에 모임을 가졌다. 회의가 4월 3일~4일 사이에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3월 27일이다. 뉴델리는 파키스탄에서 500km 거리에 있다. 한국에는 KTX같은 열차를 타면 시속 300km로 달리지만 인도에는 빨라야 시속 60~100km로 달린다. 먼 거리임에도 단박에 달려가서 만난 이유는 인도-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과 교류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무니시 "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에서는 무려 20명의 시민기자가 활동중이다. 주로 남아시아와 관련된 기사를 쓴다. 그들이 위치한 곳이 꼭 아시아일 필요는 없다. 우리와 연대하는 세계 시민기자들은 브라질, 영국, 독일에 있으면서 새로운 뉴스를 전달한다."

아슬람 "인도에만도 2000개의 언어가 있다. 뭄바이에만 200개의 언어가 있다. 인도는 땅만 비옥한 게 아니라 언어도 비옥하다."

-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주류언론과 시민미디어의 차이는 있나.
무니시 "우리는 주류언론과 다르다. 주류언론 기자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만 취재할 수 있지만 시민저널리즘은 학생이든, 의사든, 사회운동가이든 자기 관심분야에 대해 평등하게 글을 쓸 수 있고, 평등하게 출판도 할 수 있다. 90년에 기자를 시작한 사람이나 애송이 시민기자나 모두 같은 지면에 기사를 싣는다. 또한 눈앞에서 벌어진 생생한 뉴스를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나는 파키스탄의 사법위기를 목격하고 그대로 보도했다. 그것으로 대중들로부터 기사에 대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전 세계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가 숙적인 국가에 소속돼 살고 있지만 웹 플랫폼에서는 친구라는 점이다. 인류는 그 누구도 적대감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 서로 형제애가 있고 사랑이 있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아슬람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미디어그룹 장그룹(JANG GROUP)에서 일했다. 90년도부터 지루해졌다. 파키스탄 정부가 기성언론에 대해서는 검열도 했고, 보도제한도 했으며, 압력도 행사했다. 그게 싫었다. 한동안 주류언론에 질려 고향인 펀자브지방에서 공작새와 놀고 고추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다.

세상이 궁금해지면 인터넷을 하거나 위성TV를 통해 지구촌 뉴스를 들었다. 그런데 무니시를 통해 시민참여저널리즘을 알게 됐고 그 뒤로 적극 결합하고 있다. 남아시아 시민기자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시민저널리즘, 미래는 밝다"

- 시민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무니시 "우리는 시민저널리즘을 뿌리내려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발전 모두 이루고 싶다. 그 밑바탕에는 각국의 우정관계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발전과 경제발전 모두 가능하게 이룰 수 있다. 적대감이 있으면 뭐든 안 된다."

아슬람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시민참여저널리즘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류언론에서는 하지 못했던 속내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일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시민참여저널리즘의 미래에 풀뿌리저널리즘이라는 데 완전히 동의한다. 다만,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뿌리의 존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파키스탄의 사법파동 위기 때 나는 한 기사에 6만 단어를 썼다. 파키스탄의 실황이 어떤지 다 보여줬다. 그 뒤로 취재 분야의 최고 권위 있는 상을 받기도 했다.

시민저널리즘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본다. 또한 시민저널리즘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인도-파키스탄 국경인 펀자브 지방은 아직도 인터넷이 느리고 대부분 인터넷이 없다. 특히 작은 마을의 경우에는 80% 가량이 인터넷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저널리즘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는 많다. 정부에서도 시민저널리스트들을 두려워하고 입막음을 하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어 사법파동 위기 때도 그랬다."

무니시 "시민저널리즘에 어려움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나 인도 농촌지역 대부분은 인터넷이 없다. 사이버카페도 이용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 시민저널리즘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광고다.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미디어들은 원고료를 지불하지 못한다. 전 세계에 시민사이트들이 많지만 대개 원고료가 없다. 그래서 어렵다."

-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무니시 "2003~2005년까지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그때는 석사를 마칠 지점이었다. 그때 파키스탄에서 학교에 한 미디어전문가가 강의를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사람일까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바로 아슬람 칸이었다. 그의 강의를 듣는 동안 그와 내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비슷했다.

처음에는 영어로 강의하던 그가 펀자브 말로 강의할 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인도편 펀자브지방 분이었고, 나의 할머니는 파키스탄편 펀자브지방 분이었다. 일종의 교환인 셈인데, 우리는 강의 후에 커피숍에서 만나 그런 얘기를 하다가 마침내 시민저널리즘을 향한 연대를 하게 됐다."

아슬람 "처음에 만났을 때는 시간이 많지 않아 긴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러나 그와 나를 연결시킨 촉매제는 시민저널리즘이었다. 시민저널리즘이 없었다면 그와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에 머무르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아시아 시민기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펀자브 지방의 평화를 위해서도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됐다."
#무니시 나가르 #아슬람 칸 #펀자브 분쟁 #카슈미르 #인도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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