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김재홍 특파원.이상헌 기자 = 탈레반 인질사태가 보름을 넘긴 3일 미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창의적 외교(creative diplomacy)'를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백종천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 탈레반과의 직접대면 시도로 중대기로에 놓여있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관련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창의적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라"고 지시, 주목을 끌고 있다.
'창의적 외교' 개념은 존 데일리 국무부 테러확산담당 차관보가 2일 국무부 청사에서 국회 5당 원내대표와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원장 등 한국 의원들을 각각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언급했고,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이 이에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면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개념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일단 미국이 군사작전을 유보하는 대신 '테러단체에 양보없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한국정부의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대면접촉과 탈레반에 영향력이 있는 지방 족장 및 원로들과의 접촉 강화를 병행하는 새 해법 모색으로 요약된다.
이는 그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미국이 한국의 여론을 감안, 인질사태에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이는 징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극적인 계기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번스 차관은 미국이 검토중인 '창의적 외교'의 의미에 대해 "한국과 미국, 아프간, 유엔이 한 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하는 수 밖에 없다"면서 "한미간에 이견이 생기면 탈레반의 전략에 휘말리는 꼴이 된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도 "번스 차관 등이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확고한 원칙속에 창의적 외교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중대한 시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인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현 정부와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국 인질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전문가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창의적 외교는 미국이 '테러리스트에게 양보나 협상은 없다'는 대 테러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추가 인질살해 등 극단적 경우가 아닌한 군사작전을 배제하고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전문가는 "따라서 미국은 '절대 군사작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한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감안, 미국과 한국,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무장세력의 입장과 체면을 존중하면서 기존 협상 방식에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군사작전을 배제하고 새로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앞으로 아프간 정부측 협상대표단의 중재에 의존해온 전략에서 탈피, 탈레반에 큰 영향력이 있는 지방 부족장과 원로들을 상대로 한 협상에 좀 더 역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미국이 창의적 외교에 치중한다 해도 탈레반이 이에 응할 지가 미지수"라면서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여성 인질 2명을 포함한 나머지 인질들에게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경우 '창의적 외교'는 군사작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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