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욕타임스 "한국인들, 사태 장기화에 미국에 분노"

'반미 감정 촉발되나' 우려

등록 2007.08.04 15:54수정 2007.08.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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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외신들이 한국 안에서 반미 감정이 촉발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담은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미군 기갑 차량에 숨진 미선·효순양 사건이 한미 관계와 대선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 AP통신은 3일(현지 시각) '아프간 인질 사태와 관련 한국, 미국에 분통 터뜨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인질 사태 장기화에 실망한 한국인들이 자주 '한국인들의 분노의 대상'인 미국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며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의 진행 과정이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한국의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수감자 석방이라는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아프간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미국을 생각한다"며 "따라서 15일째 교착상태인 인질 사태를 미국이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한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대체 무엇을 받았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며 "미국 비판은 현재 앞서고 있는 친미 성향의 야당 대신 진보세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에 나설 후보들은 기꺼이 반미 카드를 이용할 것"이라고 분석한 AP통신은 "만약 23명의 인질이 미국인이었다면 미국 정부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묻고 싶다"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촛불 집회 장소가 최근 미국대사관 부근으로 옮겨졌다"며 "반미 감정은 이전에 한국의 선거 결과를 바꿨다, 2002년 두 명의 여중생이 미군 차량에 치어 숨진 사건은 '미국에 조아리지 않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일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한국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인질사태가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반미 단체들이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데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인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고 있다, 탈레반의 요구는 한국이나 아프간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 풀 수 있다"는 참여연대의 성명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군 더 파병해야"

그러나 이런 외신들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와 의회는 테러세력과 협상은 없다는 원칙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 사태와 관련, 미국 정부와 의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던 국회 5당 대표단은 협조는커녕 "한국군을 더 파병해야 한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물론 몸값 지불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 등 이번에 방문했던 의원들의 말을 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톰 랜토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나는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 테러범들과 협상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톰 랜토스 외교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아프간 조기 철군을 밝힌 것은 유감이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한국 등 모든 문명사회가 아프간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은 아프간에서 철군하기보다 오히려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 의원단에 방침을 밝힌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도 "인질 석방을 위한 몸값 지불과 죄수-인질 맞교환은 안 된다,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면 그들은 미군과 한국군을 또다시 공격할 것"이라며 "테러범들에게 양보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일어날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정부는 이런 원칙을 말하면서도 뒤로 몰래 협상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됐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질 캐롤 기자의 경우 미 정부가 수감된 이라크 여성 5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석방됐다. 일부에서는 100만달러를 납치단체에 건넸다는 관측도 한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기술자 2명을 석방하기 위해 1천만달러를 썼다고 공영 ARD 방송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탈레반에 납치된 이탈리아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를 구출하기 위해 20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지난해 5월 독일과 프랑스·이탈리아 정부가 이라크에서 21개월 동안 몸값으로 지불한 돈이 4500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피랍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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