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앞으로 내 교통수단은 자전거야"

자전거 삼매경에 빠진 아들

등록 2007.08.05 12:09수정 2007.11.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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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젠 나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야. 이 동네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데.”“어디까지 갔다 왔는데?” “구일역까지 두 번 갔다 왔지. 오랜만에 탔더니 조금 힘들긴 하네.”“오랜만에 탔으니 힘들지. 몇 년 만에 탄 거야? 거의 10년 됐지? 그래도 너는 자전거로 전국일주 했던 실력이 아직 남아있나 보다. 몸으로 익힌 것은 금세 나온다잖아.” “앞으로 운동 좀 꾸준히 하고 살아야겠어” 하면서 샤워 하러 들어간다. @IMG1@이사하고 바로 휴가중인 아들은 요즘 운동 삼매경에 빠져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가하면 자전거로 시간을 보내기가 일쑤이다. 그래도 자전거가 더 좋다면서 자전거를 즐겨 타고 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친구집도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오기도 한다. 그전 같으면 자동차 키를 가지고 나갔을 아들이다. 아들은 대학교 1학년 때 자전거동호회에 들었다. 그리곤 그해 여름방학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자전거 전국일주를 시작했다. 그땐 나는 그쪽으로는 정말이지 문외한이었다. 아들이 준비하는 과정을 하나도 모를 정도였으니깐. 그저 몸 건강히 잘 갔다 오라는 당부 정도였다.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고, 돈이 떨어져 밥도 제때 먹지 못해 고생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길도 없는 곳을 길을 만들어가면서 가기도 했고, 길에서 쉬다가 자동차 사고도 날 뻔했던 일이 수차례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부상을 입어서 2명인가는 되돌아간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면 아찔해진다. 며칠 동안이었나? 방학 시작해서 떠난 여행이 방학이 거의 끝날 무렵, 아들은 지치고 피곤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검게 그을린 건강한 피부와 단단해진 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오랫동안 타고 전국일주를 한 자전거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난 아들에게 “자전거는 왜 안보여?” “자전거는 다 망가져서 버리고 왔어요” 한다. 그 당시 자전거가 망가졌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나 어쩌다 자전거가 다 망가지니?” 아들은 그제야 위험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을 해주었다. 간간히 집에 전화를 했지만 잘 지낸다고 한 것을 난 진짜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위험이 따르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전거가 망가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다지 비싸고 좋은 자전거가 아니었다. 제가 용돈을 절약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것을 나에게 도움을 받아서 산 자전거였다. 아마 30만원~40만원 정도였나? 좋은 길도 다녔겠지만 개중에는 험한 길도 있었을 테고, 강물도 건너야 했을 테고, 돌길, 좁은 길, 산길 등 얼마나 많고 험한 길을 다녔을 텐데. 오히려 그 자전거로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 그 후 아들은 더욱 성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력서를 쓸 때는 자전거 일주는 빼놓을 수없는 중요한 경험이 된 듯했다. 이번에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본인소개서를 쓴 것을 본의 아니게 보게 된 것이다. 아들은 비오는 날만 빼놓고 매일저녁 2~3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엄마 나 운동 좀 하고 올게요” 하고 나가는 건강한 아들의 뒷모습이 믿음직스럽다.
2007.08.05 12:09 ⓒ 2007 OhmyNews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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