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보다 방울토마토 따는 게 더 좋아"

손자를 데리고 주말농장에 갔더니...

등록 2007.09.04 10:02수정 2007.11.1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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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딴 방울 토마토와 피망 고사리손으로 딴 토마토와 피망 ⓒ 정현순

▲ 손자가 딴 방울 토마토와 피망 고사리손으로 딴 토마토와 피망 ⓒ 정현순
"이것봐라 이게 다 우진이가 딴 거란다" "정말~~" "많이 땄지?" 제 엄마한테 보여주자 제 엄마도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는 눈치이다. 지난 일요일(2일) 6살된 손자를 데리고 남편의 주말농장에 갔었다. 밭에 들어가자 마자 "할아버지 할머니 내가 뭐 도와줄까?" 하는 말에 그럼 방울 토마토와 피망을 따라고 했다. 몇 개 따다 말겠지 했지만 생각 외로 손자는 잘 땄다.
 
주말농장에서 손자는 "할머니,여기 오니깐  자전거 타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좋아"하면서 피망과 방울 토마토는 도맡아서 딴 것이다.지난 일요일은 할아버지와 자전거 타기를 약속했던 날이었다. 하지만 전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일요일 아침까지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여 이른 아침 남편은 김장배추를 심는다면서 주말농장으로 먼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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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를 따는 손자 ⓒ 정현순

▲ 방울토마토를 따는 손자 ⓒ 정현순
손자와 할아버지의 약속도 있어서 난 손자에게 "우진아 오늘 비가 와서 자전거는 못 타니깐 할머니 하고 할아버지 농장에 갈까?"하고 묻자 녀석은 펄쩍 펄쩍 뛰면서 좋아한다. 난 남편의 간식거리와 커피를 타 가지고 손자와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자동차에서 녀석은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한다. 난 그런 녀석을 보면서 "우진아 좋으니?" "응 할머니"하곤 차창밖의 풍경을 내다 본다. 집을 출발해서 30분 후 주말농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가 그치는 듯했다.
 
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온 모습을 보고 녀석은 반가운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껑충껑충 뛴다. 우선 빨갛게 잘익은 방울토마토를 따서 녀석의 입에 하나 넣어주었다. 녀석은 단번에 우적우적 맛있게 먹는다. 그러더니 "할머니 또 먹어도 돼?" "그럼 다 먹어도 되고 말고. 그대신 빨갛게 익은 것만 먹어야 돼" 몇 개를 정신없이 따먹는다.
 
 "우진아 방울토마토 우진이가 딸수 있겠어?" "응 내가 딸 수 있어"하더니 제법 잘 딴다.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를 다 땄다면서 "할머니 내가 도와줄 거 또 뭐 있어?"하며 묻는다. "그럼 이번에는 이거 피망 따봐"하자 손자는 맨손으로 피망줄기까지 마구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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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망을 따는 손자 손으로 따기 힘들다면서 가위로 피망을 따는 손자 ⓒ 정현순

▲ 피망을 따는 손자 손으로 따기 힘들다면서 가위로 피망을 따는 손자 ⓒ 정현순
 
"우진아 그거 그렇게 잡아당기면 이파리가 다 떨어져서 안돼. 우진이 가위질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하더니 가위로 피망을 잘 딴다. "할머니 이거로 뭐 해먹는 거야?" "지난번에 잡채 먹었지? 거기에도 넣고 베이컨하고 감자하고 볶아서 먹기도 하고.  우진이 정말 그거 많이 좋아하지. 이거 따가지고 가서 엄마한테 그거 해 달라고 그래" "알겠어" 신이 나는지 끽소리 않고 피망도 잘 딴다.
 
녀석이 그러는 사이 남편은 김장 배추를 심고 나는 빨갛게 익은 고추를 땄다. 고추를 따다가 무당벌레와 나비를 발견했다. 난 손자를 불렀다. 손자는 무당벌레를 만져보고 싶다면서  제 손에 올려달란다. 손에 올려놓고 잠시 보더니 다시 놔준다. 나비도 잡아서 자세히 살펴보더니 금세 날려 보내준다.
 
녀석은 제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깔아 놓은 돗자리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더니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자리 넓혀 놨어. 여기와서 조금 쉬었다 해"하면서 우리를 부른다. 못 이기는 척하고 우린 돗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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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와 나비와 노는 손자 곤충들을 보더니 만져보고 싶다고 하는 손자 ⓒ 정현순

▲ 무당벌레와 나비와 노는 손자 곤충들을 보더니 만져보고 싶다고 하는 손자 ⓒ 정현순
잠시 쉬고 우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어린 손자이지만 녀석이 함께 있으니 일하기가 지루하지 않았다. 마지막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 녀석은 올 때는 할머니 차를 타고 왔으니깐, 갈 때는 할아버지 차를 타고 간다면서 할아버지 차에 올랐다.
 
뒤를 쫓아가는 나를 앞에서 손을 흔들면서 계속 쳐다보고 있더니 집에 거의 다 와서는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녀석은 아주  깊은 단잠에 빠져 있었다. 손자는 낮잠을 거의 자는 아이가 아니다. 제딴에는 주말농장에서 했던 일들이 무척 고단했나 보다.
 
요사이 손자가 TV를 너무 많이 시청하는 것 같기에 딸과 걱정을 했었다. 그러면서 될 수 있으면 우진이와 함께 운동도 많이 하고 야외도 자주  데리고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일 거란 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치않게 주말농장에 데리고 가게 되었다. 데리고 가면서도 내심 심심하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생각외로 아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또 한숨 맛있게 자고 일어나더니 "할머니 나 다음에도 할아버지 농장에 같이 갈거야" 한다.손자에게 방울토마토와 피망을 싸주면서 "이거 집에 가지고 가서 맛있게 먹어라" 녀석은 싱글 싱글 웃으면서 "할머니 내일 또  만나"하곤 제 집으로 돌아갔다.
2007.09.04 10:02 ⓒ 2007 OhmyNews
#주말농장 #손자 #방울토마토 #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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