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채널 정신을 차리길 바래요~

음악시장 침체로 인한 음악채널의 달갑지 않은 변신

등록 2007.10.06 10:48수정 2007.10.06 13:03
0
원고료로 응원
a

음악시장의 침체로 음악보다 인기음악의 소개 혹은 연예인들의 뒷담화로 채워지고 있다. ⓒ Mnet

음악시장의 침체로 음악보다 인기음악의 소개 혹은 연예인들의 뒷담화로 채워지고 있다. ⓒ Mnet

몇 해 전부터 음악시장은 줄곧 하향세를 걷고 있다. 음반은 판매되지 않아 대부분 싱글 음반을 내고 있고,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로 수익을 얻는 구조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일까? 음악채널로 문을 연 방송국들도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어쩌면 그러한 변화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시장 전체가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우니, 음악을 하루종일 틀어 놓는 음악 케이블 채널을 즐겨보는 이도 줄어들기 마련.

 

음악채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음악 케이블 채널인 Mnet과 Kmtv는 90년대 중반 한창 대중가요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문을 열었다. 즉 대중가요의 전성기와 함께 커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산 역사이기도 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댄스 그룹이 많아지고, 아이돌 스타가 전국을 누비던 그때 음악케이블 채널은 호황기를 누렸다.

 

한 마디로 돈이 되는 장사였다. 사실 시청자들도 음악 채널을 반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규방송에서는 음악 프로에서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음악채널은 콘서트를 즐기는 것처럼 하루종일 틀어놓으면 쉴 새 없이 뮤직비디오 혹은 가수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이 음악 채널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음악시장이 하향세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채널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왔고 실질적인 Mnet과 Kmtv는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Kmtv경우 지난해 tvn이 개국하면서 위성방송으로 옮겨 음악채널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방송이어서 접근성이 낮아졌고,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트렌드를 날카롭게 지적하던 것에서 인기음악 위주로 한정되어버렸다. 그렇다 보니 이전과 같은 음악방송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케이블 채널을 그대로 고수하는 Mnet은 음악채널에서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변모했다. 오히려 음악을 틀어주는 프로그램보다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Mnet을 보면 음악을 틀어주는 프로그램 대신 연예인의 뒷담화 혹은 남녀 짝짓기 리얼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예로 <재용이의 순결한 19>와 <아찔한 소개팅>이 대표적이다.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기존에 스타들의 단점 혹은 흉, 스캔들을 대놓고 방송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스타들의 단점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래서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반면 인기장수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대체로 이런 형식이다. 연예인의 키를 가지고 8등신, 4등신 등으로 나눠 이야기하고,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본 해당 연예인은 섹시가수 이효리이다. 이처럼 치명적인 스타들의 약점을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아찔한 소개팅>은 3시즌이나 방영되는 Mnet의 효녀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킹카 혹은 퀸가들을 둘러싼 남성 혹은 여성들이 그들과 데이트를 하면서 짝짓기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조금 색다른 점은 출연진들의 노골적인 대사이다.

 

가령 마음에 들지 않은 상대가 등장했을 경우 태도가 돌변하는 것은 둘째 치고 속마음을 알아보는 대사는 가히 수위 조절이 필요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러한 프로그램의 논란을 뒤로하고 역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불어 최근 들어 방영하고 있는 <미려는 괴로워>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한 이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김미려가 가수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물론 가수를 만드는 보컬 연습도 병행하지만 한편으로 김미려를 다이어트 시키고, 예뻐지게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등 다소 외모지상주의에 입각한 내용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a

음악채널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다. ⓒ Mnet

음악채널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다. ⓒ Mnet

음악채널이 맞는 것일까?


이처럼 Kmtv와 Mnet은 음악채널로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고, Mnet경우는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혹스럽다.

 

Kmtv의 경우 과거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의 질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Mnet은 그렇지 않다.

 

음악채널로서의 명분은 사라지고 이젠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거듭나 하루종일 연예인들이 등장해 웃고 떠는 정규방송도 모자라 음악채널에서 이러한 모습을 본다는 일은 그리 반갑지 않다.

 

더욱이 음악시장은 지금 과거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이 그것을 입증하듯 자신들도 스스로 음악시장이 죽어가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채널조차 음악을 거부하는 일은 음악시장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음악채널에서 좀 더 진지한 음악인들의 모습을 담고, 그들의 음악을 들려주며, 대중이 미처 알지 못한 음악들을 발견해 전파를 내보는 일이 진정한 음악채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자칫 지금 당장 이익에 가려 음악을 등한시하고 엔터테인먼트채널로서의 변신은 근시안적인 행위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음악시장이 잘 나갔을 때 음악채널이 호황을 누렸다면 이번에는 음악채널이 조금이나마 음악시장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사실 그러한 노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준다면 침체된 음악시장이 조금씩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바람이 바람으로 끝이 나지 않길 기대할 뿐이다.

2007.10.06 10:48 ⓒ 2007 OhmyNews
#음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