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의 한 코너인 '1박2일'.
KBS
요즘 한국 버라이어티쇼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 바로 '리얼'이라는 수식어다. <무한도전>은 이 콘셉트로 버라이어티쇼의 차별화를 꾀했고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면서, 각 방송사 오락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방송까지 '리얼 버라이어티'라든지 '리얼 100% 실제 상황'이라든지 이름을 조금 바꿔 '야생' 등의 용어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 이쯤 되니 이러한 모방이 한국 버라이어티쇼를 또다시 비슷한 모양새로 만들어 버린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방송을 틀어도 리얼버라이어티쇼니,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는 생동감이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 모방작은 원조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흐름 속에 KBS2 <해피선데이>(매주 일요일 오후 5시30분 방송)의 한 코너 '1박 2일'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1박 2일'은 <무한도전>의 모방에서 비롯되었지만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무한도전>이 리얼버라이어티쇼의 기반을 만들어냈다면 '1박 2일'은 리얼버라이어티쇼라는 하나의 흐름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리얼버라이어티쇼의 아류 속에서 '1박 2일'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무한도전>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쇼와의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장점을 흡수하다<무한도전>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특히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패널들의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반장, 식신, 흑채, 뚱보, 꼬마, 돌아이 등의 개성 있는 캐릭터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무한도전>의 브랜드화에 일조했다.
'1박 2일'도 이러한 캐릭터 구축을 시도했고 프로그램이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패널들의 캐릭터가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허당 승기, 은초딩, 야생 원숭이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가 점점 확실하게 정착되면서 이것이 재미와 연결되는 것이다.
여기에 두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최고의 진행자 유재석과 강호동이 버티고 있다. 국민 MC 라는 칭송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재석과 지난해 SBS 연예 대상을 수상한 실력파 강호동.
둘 다 국민들의 호감도도 굉장히 높은 데다 살신성인의 진행솜씨를 통해 자기를 낮추고 패널들을 높여 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실력 있는 진행자들이다. 이 두 사람덕에 두 프로그램 모두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이루는 동시에 다소 과장된 캐릭터화도 프로그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1박 2일', <무한도전>에서 한 단계 진화하다'1박 2일'이 단지 <무한도전>의 모방에서 그쳤다면 이렇듯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1박 2일'은 현재 <무한도전>에서 한 단계 진화한 상태다. '1박 2일'은 <무한도전>보다 집요한 리얼버라이어쇼다. 그래서 '리얼'보다 거칠게 느껴지는 '야생'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다.
<무한도전>은 매주 주제를 가지고 멤버들이 그 주제를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무한도전>의 목적은 오락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1박 2일'은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카메라가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파헤친다. 지역 여러 곳을 돌며,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그러면서 그곳 사정을 보여주고 그곳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1박 2일'은 오락성과 함께 방송의 공공성을 보여준다. 시골에 있는 노인 분들의 집보수를 위해 시멘트를 나른다든지, 설날에 노인들과 떡국을 나눠 먹는다든지 등을 부각시킨다. 이러한 그들의 활동이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리고 이것이 시청률과 직결되는 것이다.
또 '1박 2일'은 다른 오락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처럼 오락프로그램의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러한 소재 찾기를 과감히 버리고 장소의 이동을 통한 새로움에 무게 중심을 두는 생각의 전환을 이뤄냈다.
틀은 <무한도전>과 비슷하게 가지만, 장소를 매번 바꿈으로써 신선함을 주고 소외된 노인이나 아이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킴으로써 다양한 패널들이 출연해야만 하는 기존 오락 프로그램의 식상함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쇼와 차별화를 이끌어 냈고, <무한도전>과는 또 전혀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쇼를 창조해내는 힘이 된 것이다.
'1박 2일'은 한국의 오락프로그램에서 리얼버라이어티쇼라는 하나의 장르를 완전히 정착시키는 데 한몫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주말에 만나게 되었다. '모방은 또 하나의 창조'라는 말은 아마 '1박 2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1박 2일'은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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