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의 폐쇄된 문옷걸이로 잠겨진 빈 집의 대문이 왠지 정겨워 보인다.
이성한
도착해서 우선 시골이나 농촌 마을의 산 속 깊숙한 동네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 또 중요하다. 내 경험상 으슥한 곳일수록 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스릴(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 두려움, 호기심)이 넘친다.
작은 배낭에 마실 물 한 병, 그리고 빵 몇 조각과 약간의 간식을 챙기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그렇게 채비를 해서 시골마을의 허름하게 버려진 빈 집(폐가)을 찾아 무작정 걸어서 돌아다닌다. 빈 집을 발견하는 즉시 그곳으로 잠입하여 부엌에도 들어가 보고, 부셔져 삐걱거리는 마루에 올라 촘촘하게 거미줄이 쳐진 안방에 들어서면 땀으로 젖은 등줄기에 서늘한 긴장감이 독사처럼 은밀히 찾아온다.
폐가의 안방을 살피는 일은 사람의 흔적에 대한 '관음적 욕구'를 고조 시킨다. 누군가 살다간 흔적, 안방 아랫목에 누워 있던 흔적, 혹시 모를 어떤 사람의 임종에 대한 상상... 벽면에 박힌 녹슨 대못에 걸린 깨진 거울과 빨간 머리빗을 보며 이런저렁 상상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