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27일 낮 12시30분]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재벌총수들 조문 이어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닷새째인 27일 재계 총수들의 조문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부회장 8명과 함께 서울 역사박물관을 찾아 단체로 조문했다. 정 회장은 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 이름을 적은 후,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를 하고, 묵념을 올렸다. 정 회장은 지난 참여정부시절 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기도 했었다.
정 회장은 분향을 마치고 나오면서,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열심히 일 해야지"라고 짤막하게 말하고 분향소를 떠났다.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 이외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 설영흥 중국사업담당 부회장, 윤여철 경영기획담당 부회장 등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삼성그룹 사장단도 이날 오전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사장단 30여명은 이날 아침 서울 강남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협의회를 마치고, 버스 편으로 이동했다.
이수빈 회장은 방명록에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성사장단 일동"이라고 적었다. 이건희 전 회장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별도로 조문에 나설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사장단도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았다. 롯데그룹 조문단에는 신 부회장 이외에 이인원 롯데그룹 사장, 롯데쇼핑 이철우 사장, 롯데호텔 좌상봉 대표, 롯데슈퍼 소진세 사장, 대홍기획 박광승 대표 등 10명이 동행했다. 하지만 신격호 그룹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이웅렬 코오롱 그룹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고위 인사들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1신 : 26일 밤 11시 10분]
"조문은 당연히 가는데, 회장님의 경우는…."
26일 국내 4대 그룹의 한 고위 인사는 말끝을 흐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계획을 묻자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윗분(총수)의 조문 참석에 대해선 아직 아는 바 없다"면서 "아직 영결식(29일)까지는 시간이 있고, 기업인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시민과 각계각층의 자발적인 조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등 재계 인사들도 이날 본격적으로 조문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나흘만이다.
노무현 정부와 껄끄러웠던 재벌총수들
한때 일부에선 과거 노무현 정부와 껄끄러웠던 재벌들이 조문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일이 지나도록 봉하마을로 직접 조화를 보내온 재벌 총수는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규하 전 대통령 서거 때 일제히 조화를 보내고 조문을 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에서 원칙적으로 화환 등은 사절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재계에서 화환을 보냈어도 돌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까지 10대 그룹 가운데 봉하마을로 그룹 차원의 화환을 보낸 곳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은 25일 오후에야 봉하마을 쪽에 뒤늦게 삼성 임직원 이름의 조화를 보냈다. 삼성 관계자는 "주말에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며 "25일(월요일)에 회의를 통해 봉하마을쪽에 임직원 이름으로 화환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룹 총수들의 조문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가능하면 직접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겠다는 내부적인 방침 정도만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날짜나 장소 등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이 총수로는 가장 먼저 분향, 최태원 SK회장 등으로 이어져
삼성의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이나 이재용 전무 등 총수일가의 직접적인 조문은 아직 불투명하다. 대신 오는 27일 오전 사장단 협의회를 마친 그룹 고위인사들이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직접 찾는 것으로 결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을 대표해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비롯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사장단이 내일 오전 중에 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전 회장 등이 직접 조문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는 등 회사 창립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삼성공화국 논란부터, 김용철 전 변호사의 폭로와 특검, 재판 등이 이어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예정된 오는 29일은 대법원에서 삼성재판의 최종 선고가 예정돼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우도 노무현 정부 시절 정몽구 회장이 불법자금 조성 등으로 구속되는 시련을 겪었다. 현대기아차 쪽에선 "정 회장께서 조만간 직접 조문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선 정 회장이 빠르면 27일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근무하고 있는 LG그룹은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봉하마을로 조화를 곧장 내려 보냈다.
이어 26일 오전 9시 30분께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를 찾았다. 구 회장은 이날 아침 강유식 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움직였으며 조문 이외에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LG그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이 근무하는 것과 별도로 (사장단에선) 사회의 큰 어른에 애도의 뜻을 기리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그룹 CEO 등과 함께 이날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았다.
SK 그룹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중남미와 중동 등을 순방할 때 최 회장이 직접 수행했고 그룹의 주력사업인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노무현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동안 국가에 공헌이 많았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 "참으로 서민적 대통령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오후 4시께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조문했다. 현대그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정몽헌 당시 회장이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자살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현 회장은 이날 조문 후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도 오전 11시께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조 회장과 함께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 7명도 함께 조문했다.
조 회장은 방명록에 "편안히 잠드십시오"라고 썼으며, 이후 기자들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져 애통하다"면서 "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등과 함께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았다. 이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은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 평소의 꿈이었는데 반대가 심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참으로 서민적인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2009.05.26 23:0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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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재벌총수들 "조문은 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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