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1984년 전방 GOP에서 의문사한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입니다.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의문사를 종식시키기 위해 20년을 넘게 싸워왔습니다. 의문사위원회, 과거사위원회 등 여러 차례 국가 진상규명 기구를 만들기 위해 400일씩 농성도 하고 노력했는데 요즘 그러한 일들이 무위로 끝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충무로에 있는 과거사위원회에서 농성을 다시 진행했습니다.
허원근 일병 아버지 허영춘입니다.
정수성 의원님, 정말 왜 이러세요. 국회의원이 되셨다기에 걱정은 했습니다만 이렇게 공공연하게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의원님은 국방부 특별조사단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에 허원근이 84년 4월 2일 새벽녘 전방 GOP에서 술에 취한 사람의 총에 맞아 쓰러졌고, 다시 11시에 2발의 총을 맞아 완전히 죽었다는 의문사위원회의 발표를 '허원근은 자살했다'고 뒤집었습니다.
특조단의 결론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문제제기를 했음은 물론입니다. 속이야 무척 상했지만 다시금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며 진상규명을 하고자 노력해 왔고 진실화해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허원근 의문사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의원님은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진실화해위원회에 "허원근 의문사 사건 조사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참으로 잔인하고 뻔뻔한 처사가 아닌가 합니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야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만 정수성 의원님만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정수성 의원님은 의문사위원회의 '허원근 타살 결론'을 뒤집은 특조단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일 진실화해위원회가 정수성 의원님이 내렸던 결론의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사인을 타살로 규명할 시 정수성 의원님은 특조단장으로 일하며 국방부의 명예를 지켰다는 '공적'을 잃게 됩니다. 이 점을 신경쓴 표적조사(?)가 아닐는지요.
둘째, 과거사정리기본법에는 '조사 중인 사건의 현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되어 있음에도 '허원근 의문사 사건 조사현황'을 제출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사정리기본법을 읽어보시지 않았다면 모를까 알고도 그러셨다면 아마도 조사현황자료를 제출하라는 정수성 의원님의 요구가 진실화해위원회에 압력으로 작용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수성 의원님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중인 허원근 의문사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소환되실 분입니다. 소환되어 조사를 받으실 당사자가 왜 국회의원 신분을 앞세워 그 조사현황을 알려고 하십니까? 법이 만인 앞에 공평하듯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허원근 의문사 사건의 핵심참고인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정수성 의원님!
저는 의원님이 허원근 사건에 무리하게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 의원님이 '허원근은 자살했다'는 결론을 맺으며 "특조단 업무 종결보고" 문건 하단에 관심사항으로 적시했던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을 (2기) 의문사 위원회에서 내년 3~4월에 재조사 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했는데, 국방부 차원에서 '재조사는 절대 할 수 없다'고 하는 강력한 요구와 지속적인 관심 필요"의 연장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왜냐면 국방부의 명예와 퇴역 장성 출신 국회의원 명예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더욱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귀담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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