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씨, 엉뚱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주장] 세종시 약속 뒤집은 이명박 대통령이 문제

등록 2010.01.14 08:45수정 2010.01.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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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나라당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나라당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함께 서서히 잊혀지는 인물이었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세종시 때문에 다시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정운찬 국무총리가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이 김종필 전 총재를 병문안했다. 겉으로는 병문안이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충청권 민심을 돌려놓기 위함이었다.

 

또 13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운동 김종필 전 총재 집을 방문해 세종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들을 맞은 김 전 총재는 세종시 수정 논란에 대해 "엉뚱한 사람이 일을 저지르고 뒷수습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으니 김 전 총재가 말한 엉뚱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임이 분명하다.

 

'엉뚱하다'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거나 짐작하였던 것과 전혀 다르다. 말이나 행동이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지나치다"는 뜻이다. '말이나 행동이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지나치다'는 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 내내 받았던 비난 그대로다. 이를 또 김 전 총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도구로 삼았다.

 

9부2처2청을 세종시에 옮겨 행정력을 분산시키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라를 생각하지 않은 엉뚱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9부2처2청 이전을 백지화시킨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진짜 상식에 어긋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잘못될 것이라고 중상모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며 세종시를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국민 앞에 약속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양심상" 원안대로 추진할 수없다고 자기가 한 약속을 뒤집어버렸다.

 

대통령이 자기가 후보시절 공약과 약속한 것을 재임 기간 동안 다 지킬 수는 없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신행정수도'가 위헌 판결을 받은 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다시 치열한 여야 논쟁과 합의, 표결을 통해 만든 세종시는 다르다.

 

세종시는 후보 시절에 약속한 것이라면 대통령이 되어 자기 철학에 맞지 않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할 수 없다면 후보때부터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자 유권자와 시민에게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원안을 백지화하면서 '양심상'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후보 시절에는 '양심'은 무엇이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를 그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약속했다면 이런 비판은 받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찬반 여부는 자유다. 하지만 자기가 약속한 것을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뒷수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 뒷수습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원안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원안을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엉뚱한 사람이 아니라 수정안을 만들어 엄청난 논란과 함께 나라를 두 개로 갈라 놓은 이명박 대통령이 엉뚱한 사람이다.

2010.01.14 08:45 ⓒ 2010 OhmyNews
#김종필 #세종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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