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회창입니다. 현 총리가 아니고 묵은 총리가 왔다. 나는 1994년도에 짧은 기간이지만 총리를 했다. 현 총리가 열심히 다니는 것 같은데 나는 오늘 여러분을 뵙고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말씀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왔다.
지금 세종시 문제가 막바지로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재 정운찬 총리가 앞장서서 수정안이라는 것을 내놓고 한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왜 그렇게 하는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어야만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수정안이 될 수 있으므로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거기에 힘을 실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2월에 법 개정을 위한 예고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그렇게 할지 안할지는 두과 보아야 한다. 그래서 현재 막바지에 와 있는 것 같다. 보고를 겸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다.
우선 세종시 문제는 원안대로 반드시 가야 한다는 것이 여러분의 뜻이기도 하지만 우리 당의 확고한 의지이기도 하다. 왜 원안대로 가야 하는가. 여기 계시는 여러분만을 위해서도 아니고, 충청권이 잘 되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가장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에 대해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강원도, 경상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왜 세종시에만 그렇게 신경을 쓰고 퍼다 주는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그러한 불평을 할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 문제는 내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 하는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수도권을 옮긴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온통 표몰이를 했다. 그때의 수도권을 옮긴다는 문제와 세종시 문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 당시 수도권을 옮긴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중앙제 집권 국가의 수도를 완전히 옮긴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위헌이라고 해서 이미 백지화되었다. 2005년도에 법을 만들어서 지금 하고 있는 세종시 원안은 행정부의 부처 일부를 옮기는 것이다. 수도를 옮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똑같은 것으로 호도하며 자꾸 노무현 때 박아놓은 말뚝이라고 뽑자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것이다.
행정부처 일부를 옮기는 것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기에 이토록 야단인가.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상태로는 더 이상 세계 속에서 발전할 수 없다.
인구 48%가 서울에 몰려 있고, 100대 기업의 본사 92%가 서울에 몰려 있다. 그리고 연구기관이고, 교육기관이고 전부 서울에 있다. 계속 이렇게 가면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지금 상하이, 베이징 같은 서울보다 크거나 맞먹는 도시를 수십 개 만들겠다고 나오고 있다.
브라질, 인도 등도 막 뜨고 있다. 우리처럼 서울과 수도권 하나 가지고 어떻게 그 사이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지방을 서울, 수도권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조류인 것이다. 그것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일종의 시범사업이 바로 세종시이다.
지방을 발전시키려면 중앙에서 '기업체 몇 개 가라, 대학 몇 개 가라'고 일부를 떼어 준다. 하지만 이래서는 택도 없다. 이제는 권력을 떼어주어야 한다. 지방에 중앙 권력기관을 주어서 기업과 산업, 교육기관들이 자연스럽게 거기에 따라가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발전을 시키면 지역이 스스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신도시 계획이라는 것도 157개를 떼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떼어주는 것도 다 갈 것 같지 않거니와 별로 성공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지방에 권한을 주어야 한다. 서울은 외교나 국방 같은 큰 것을 맡고 나머지 경찰, 행정, 조세 등은 지방에 줘서 지방이 뛰게 만들어야 한다. 그 방향으로 세계가 가고 있고 우리도 가야 한다.
그 시범사업이 바로 세종시이므로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는 것은 지금 충청권이 좀 더 잘 사냐, 못 사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앞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길에 들어가는가, 안 들어가는가 하는 문제이다. 반드시 원안대로 되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행정부처가 가면 불편하다'며 원안을 백지화하고 신도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충청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벗고 나서서 원안대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최근 신동아라고 하는 잡지에 그동안 우리가 이야기하던 내용이 그대로 실렸다. 세종시 행복도시건설청에서 나온 자료를 가지고 쓴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 계획들의 태반은 당시 원안에 있었던 것이다.
삼성, 한화 같은 5대 기업이 들어온다고 한다. 외국 굴지의 기업도 들어온다고 했다. 교육기관인 카이스트, 고대를 포함하여 정책연구소 22개도 들어온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신동아에도 나와 있지만 삼성, 한화는 이미 원안을 추진할 때 들어오겠다고 말을 했던 기업들이다. 카이스트, 고대는 MOU까지 체결한 대학이다. 22개 국책기관 연구소 중 17개도 당시 이미 약속했던 기관들이다. 지금 새롭게 하는 것은 거기에 몇 개 더 붙인 것이다.
외국 굴지 기업이라고 말하는 SSF 또한 직원이 두 사람 뿐이고, 매출 통계가 전혀 없다. 자본금이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우리나라 돈으로 7100만원이다. 이 기업이 1380억원을 투자한다고 이야기가 나왔는데 택도 없는 소리이다. 직원 두 사람짜리 엉터리 기업을 외국 굴지의 기업이라고 속이고 있다. 우리가 지적해서 이야기하니 여기에 대해 아무런 대꾸가 없다. 아무런 대답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한화와 삼성은 원안에 왜 들어오려고 했는가. 현재 수정안처럼 땅값을 내리고 세제 특혜를 주고 그런 것은 없었다. 왜 오려고 했는가.
'우리나라 예산의 300조원 가까이를 쓰는 대부분 행정청이 행복도시로 오기 때문에 우리가 거기 가 있는 것이 사업상, 또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좋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행정부처 일부가 온다는 것은 큰 수반효과를 동반한다. 그런데 정부는 뭐라고 말했는가. '부처만 가지고는 기업이 안 가니 유령도시가 된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 과연 수정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실현되겠는가. 이것도 말짱 헛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이번 수정안에서 삼성이나 한화 등 대기업이 투자한다는 돈은 전부 4조 5천억원이다.
투자계획을 보면 투자액의 60, 내지 70%를 2013년부터 투자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다음이다. 대기업들은 정부에서 등을 떠미니까 가서 약간 투자를 하는 체 하고 진짜 투자는 임기가 끝난 후부터 한다고 하며 눈치를 보는 것이다.
과연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 그런 것을 약속을 지키겠는가. 정부부처가 간다면 당연히 할 것이다. 현재는 싼 땅값을 받고 들어오겠지만 그 땅을 가지고 거기에 돈을 퍼붓겠는가. 정부 부처도 오지 않는 데 말이다.
우리가 이런 말을 하면 정부에서는 '행정부처가 가면 기업이 따라간다고 했는데, 과천을 봐라, 경기도 과천에 행정부처가 있는데 따라간 대기업이 있는가'라고 말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기가 찬다. 과천이 어떤 곳인가. 서울 바로 옆이다. 오히려 서울 시내처럼 생각한다. 남태령 넘는 고개가 차가 밀려서 그렇지, 서울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는 기업들이 무엇 때문에 과천으로 옮기겠는가. 거기서 거기이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행정부처만 가서는 기업이 안 온다고 하며 과천을 예로 들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수정안이라는 것은 내가 보기에 원안에 있던 것을 조금 튀겨서 내놓은 것이다. 또 제일 핵심적인 것인 원안에 행정부처가 가야만 하는 효과를 없애버리고 마치 새롭게 여러 가지를 넣으면 그런 효과가 나올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
현재 주겠다는 수정안도 내가 보기에는 성실성이 전혀 없다. 아마 그대로 이행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온통 여론몰이를 한다. 총리가 몇 번씩 오고 대통령도 온다고 한다.
왜 그러는가.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려면 우선 표를 계산해야 되는데 지금 여당 안에서부터 표가 갈리고 있다. 그래서 어렵게 되어 있다.
현재 바로 간다고 하면 나는 여당 안에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쪽과 야당이 합칠 경우 절대로 수정안 통과가 안 되리라 생각한다. 이것을 어떻게 바꾸기 위해서 여론몰이를 하여 '충청권 현지에서 이러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며 반대론을 압박하려고 하는 것이다. 언론에서 일부 그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여당이나 정부가 하고 있는 여론몰이에 대해서 강하게 대응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괴롭고 힘든 시기를 다 겪으셨다.
우리가 여기에 오는 이유는 총리나 정부쪽에서 여론몰이를 한답시고 자꾸 드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자꾸 말씀을 드리고 절대 이렇게 가서 여론이 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드리고자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안에서 세종시에 관해 가장 피나는 경험과 고통과 좌절을 겪으신 여러분께 이런 말씀을 드린다 해서 안타까움을 덜어지지는 않겠지만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부쪽에서는 여론몰이의 일환으로 연기 공주의 실제 피해 주민들에게 보상을 듬뿍 해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마치 자신들이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있어 유리한 것처럼 자꾸 선전하고 있다.
보상을 해 주겠다는 것은 참으로 고약한 여론몰이이다. 지금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지원 대책을 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왜 수정안에서 그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가.
원안에서도 나와야 한다. 세종시 문제는 여러분들이 해 달라고 민원으로 해서 끌어온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서 2002년에 표를 얻기 위해 던져 시작되었다. 그 다음 2005년도에도 여야 간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서 또 다시 시작되었다.
정치권이나 정치세력들이 와서 뒤범벅이 되어 싸우면서 지금까지 끌어왔다. 처음에 입법이 되었던 대로 집행, 시행이 되었다면 모르지만 정치권에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지연이 되고, 사람들은 몸살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원안이라고 해서 지원 대책을 안 하고 수정이 되면 지원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정안을 내세우겠다고 하며 지원 대책을 새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진정성이 없고 못된 짓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그동안 정부 정책이 제대로 안 되고 왔다 갔다 하며 많은 고통을 드린 데 대해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사탕발림처럼 말하고 있는 저의가 매우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머지않아 어느 가닥이든지 잡히고 결판이 나게 될 것이다. 현재 지방선거 후까지 미룬다는 이야기도 일부에서 있다. 어쨌든 세종시 문제는 이미 정부가 수정을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마당에 원안을 지키든지, 수정안으로 불행스런 결과가 오든지 결판이 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수정안이 절대 통과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 해도 수정안 통과에 운명을 걸고 저렇게 올인하고 있으니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열심히 수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설명해야 한다. 이것은 연기만이 아니라 충청권과 다른 지역, 전국 여론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
우리 당에서는 어제 용봉산 등반대회를 겸해서 규탄대회를 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를 설명했다. 앞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여당 정부 측의 여론몰이에 대응한 세종시 원안 추진의 필요성과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활동을 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