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5당 연합정치 성공, 주민 참여에 달렸다

[특별기획-10대 어젠다 : 총론] 선거연합 공동정책을 만들어라

등록 2010.02.05 11:02수정 2010.03.08 16:3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이번 기획에 참여하는 싱크탱크들을 대표해 총론격인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a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국민참여당 주권당원인 유시민 전 장관이 초청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국민참여당 주권당원인 유시민 전 장관이 초청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희망과대안, 민주주의를위한시민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다른 언론 매체 다섯 단위와 공동 주관한 '야 5당 연합정치 핵심 관계자 초청 토론회 '2010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가 지난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관계자들은 야 5당이 연합정치를 통해 '2010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민주주의·민생·평화의 위기를 가져온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지방선거 승리 이후에는 야 5당이 지방정부를 공동으로 구성·운영함으로써 연합정치를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진보·개혁 진영의 일반적 바람과 관련해서도, 야 5당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 점에서 연합정치와 관련한 5당의 입장은 지난 1월 12일 '2010 희망을 위한 시민사회원로-야5당대표 간담회'에서 발표된 '5당이 2010지방선거 공동 대응의 가능성과 조건을 적극 검토하고 모색할 것'이라는 초보적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발전하였다고 하겠다.

 

연합정치, 특히 선거연합에 대한 논의는 작년 초부터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진보·개혁 진영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2010년 1월 말 현재 연합의 실천 및 중장기 전망과 관련하여 상당한 정도로 논의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야 5당이 지방선거연합의 논의로부터 명분 없이 이탈하는 행동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연합은 야 5당에게 혁신의 기회

 

연합정치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실제로 연합이 성사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5당은 연합단일후보를 선정하는 기준·방식뿐만 아니라 공동 지방정부의 가치·정책과 관련하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솔직히 회의론이나 비관론이 더 강하다. 여·야 정치세력 사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도 세력불균형의 문제가 존재한다. 정치세력 사이의 불균형은 한나라당과 야 5당, 수구·보수 정당과 개혁·진보 정당 사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야 5당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상당하다. 연합단일후보 선정과 관련한 합의가 원만하게 도출되기 위해서는 연합할 정당들 사이에 적당한 수준의 세력균형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민주당의 지지도가 전국적으로 훨씬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절대 강자다. 이러한 이중의 불균형은 선거연합을 강요하면서 동시에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적 조건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민주적으로 협의되고 운영되는 선거연합의 성사는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이다. 선거연합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야 5당은 혁신의 기회를 갖게 된다. 민주당은 지역정당의 한계를 탈피하면서 동시에 진정한 개혁정당으로 다시 부활할 것이고, 야당 내 소수 정당들은 실질적으로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정치가 당분간 다당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 이번 선거연합은 진보·개혁 정당들이 향후에 안정적 정권을 창출하고 운영하는 정치적 역량을 닦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는 선거연합 위한 공동정책이 중요하다

 

진보·개혁 진영의 연합 자체가 야 5당 모두에게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때, 특히 공동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야 5당이 합의를 통해 진보·개혁적인 공동정책을 만들고 실천해 나간다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창조한국당과 국민참여당도 개혁정당으로서 분명한 당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국민들로부터 진보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야 5당은 모두 균등하지는 않겠지만 일정하게 세력 확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독주에 대항하여 지난 한해 야 4당이 국회 안팎에서 공조를 하면서, 국민들과 시민사회의 야당에 대한 신뢰는 상당 정도 회복되었다.

 

'희망과대안'이 작년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선거연합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약 내일 지방선거 투표가 있다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야권 세력에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전체의 약 50.7%에 달했다. 그런데 야권 세력이라고 부를 만한 이 사람들 중에서 '각 정당은 각자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비율(55.9%)이 '야권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거대여당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비율(40.7%)보다 높았다.

 

이처럼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설문조사 결과는 선거연합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중 다수는 무조건적인 후보 단일화보다는 가치와 정책에 기반을 둔 선거연합을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연합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 5당이 각 당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거나 또는 최소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공동정책을 개발하여야 한다. 현재 진보·개혁 진영의 선거연합은 3대 위기를 가져온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를 최소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선거연합이 실제로 선거승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목표를 넘어서 각 당의 정체성을 잘 반영한 공동정책이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소위 '반MB+알파'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넘어서는 공동정책은 선거승리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연합단일후보를 선정하는 기준과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정치의 역사적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의회·행정 권력은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권력 구조는 지방자치 20년 동안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고착화된 권력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선거연합을 하는 야 5당이 가치와 정책을 후보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서 새로운 지방일꾼들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야 5당의 선거승리는 단순히 중앙정치 차원의 '권력 독주 견제'에 멈추지 않고 '지방자치의 혁신'으로까지 나아갈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와 생활정치를 지향하는 공동정책

 

a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인 이정희 의원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인 이정희 의원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선거승리와 지방자치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공동정책은 어떤 가치나 지향을 담아내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점이 중요하다. 먼저,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하는 지방자치, 국민생활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생활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토착세력과 밀착한 중앙정당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정치구조는 폐쇄적일 뿐만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다. 자연히 부정부패와 구조적 비리가 만연해 있으며, 주민자치는 말뿐이다. 지방재정이 취약하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국가재정을 통해 지방정부를 쉽게 통제하고 있으며, 지역경제는 자립성을 상실하고 무분별한 토건사업과 중앙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말 그대로 전국적으로 '주민 없는 지방행정, 서민 없는 토건경제, 균형 없는 국토개발'이 만연해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문제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풀뿌리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생활정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민 생활과 동떨어진 이념정치', '서민 생활과 무관한 국가경제', '시민참여 없는 관료행정'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면서, 국민들의 생활, 특히 서민들과 지역주민들의 생활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생활정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생활정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조직·구성과 작동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야 5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공동지방정부는 정당만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시민정부이어야 한다.

 

'희망과대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2010지방선거연합의 공동정책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해 보았다.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자료집 참조).

 

▲ 국정운영의 3대 기조 : ①국민과 대중을 위한 사회경제정책, ②사람과 환경에 투자하는 경제발전전략, ③지역균형개발을 추구하는 국토개발전략

▲ 지방자치의 3대 기조 : ①지역주권의 회복, ②시민행정의 실현, ③생활자치의 강화

▲ 5대 지방자치 의제 : ①시민 주도의 행정, 더 넓고 깊은 생활자치의 구현, ②안전한 도시, 생활연대를 통한 복지 공동체, ③내수순환과 자립을 위한 지역경제구조 혁신, ④꿈과 희망, 미래를 나누는 지역사회, ⑤자연과 더 가까이, 에너지 자립을 향한 녹색혁신도시

▲ 다섯 가지 희망을 만드는 선거연합 : ①일자리의 희망을, ②국민대중·서민에게 희망을, ③지역에 희망을, ④교육의 희망을, ⑤환경의 희망을

 

국민 참여 공동정책 개발·전파 통해 열망의 정치 실현하라

 

이러한 기조나 의제가 선거연합의 공동정책 속에 현실적으로 반영되고 또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다양한 구체적 정책프로그램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야 5당은 공동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어서 활발하게 가치와 정책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 이 논의 과정에는 때로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때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선거연합을 지지하는 진보·개혁 진영의 시민정치운동단체나 싱크탱크,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괄적으로 참여시키는 기구가 만들어져도 좋을 것이다. 활발한 논의 과정에서 현 단계 한국 사회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이 공유될 수 있다면, 선거연합의 실현 가능성은 더욱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선거연합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야 5당이 공동정책을 쉽게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어렵다. 이미 선거연합과 관련하여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 반MB와 반신자유주의라는 노선의 차이가 야 5당 사이에는 존재하며, 이는 공동정책을 결정하는 데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정책을 논의하고 개발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야 5당은 마련하여야 한다.

 

전국적 차원에서 여러 지역의 주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용하여 야 5당 선거연합의 공동정책과 관련한 제안·토론·평가·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 민주적 지방자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지방선거와 선거연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릴 것이고, 야 5당 사이에 존재하는 노선과 정책의 차이를 국민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시민들은, 각 지역의 주민들은 정당들을 구속하고 있는 이념이나 노선을 뛰어넘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할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정책프로그램들을 분명 내어놓을 것이다. 야 5당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책역량을 모두 모아서 국민들이 제안한 정책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묶어낸다면, 야 5당이 중심이 된 진보·개혁 진영의 선거연합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당연히 2010지방선거에서의 승리도 멀리 있지 않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2010지방선거와 관련한 특별 기획을 마련한 뜻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박순성 기자는 동국대 교수이자 희망과대안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지방선거 #10주년 기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3. 3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4. 4 '한국판 워터게이트'... 윤 대통령 결단 못하면 끝이다
  5. 5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