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사진 좀 잘 찍으면 오죽 좋아...흑흑
조명자
오주석이란 미술사학자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대두되자 격렬한 반대의견이 터져 나왔을 때였다.
그 전까지 나는 그가 우리 주변에서 우리문화 전문가로는 최상급에 속하는 줄 알았기 때문에 상당히 놀랐는데 그 중에서도 생전 처음 그 이름을 들은 '오주석'의 반대이유가 가장 놀라웠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은 한마디로 유홍준이란 인물은 박물관장 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물관을 운영할 만큼의 전문성과 능력도 떨어지거니와 여태껏 나온 책 중에도 여러 군데 오류가 많아 자신이 추천서를 써 줄 수 없을 정도인 인물이란 것과 함께 인품까지 거론해 놀람을 넘어 충격까지 받았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그것도 그 분야 직속 선배인 인물을 가차 없이 난타할 수 있을까? 얼마나 자신만만 하기에. 나는 은근히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래서 검색한 것이 '오주석'이란 인물이다.
간단한 프로필을 보자니 쟁쟁하기는 했다.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대학원에서는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전통파. 게다가 기자, 호암미술관, 국립박물관 학예연구원에 내가 즐겨 찾는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그 분야의 주요 부분은 다 거친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옛 선비를 연상케 할 만큼 깐깐한 간송미술관 '최완수 선생' 사단일 정도면 얼핏 생각해도 고미술사학자로서의 실력은 상당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 본 것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다. 미술에 대해선 까막눈인 내가 괜히 보는 것이 좋아 미술관 순례를 한 지가 꽤 됐다. 마네, 모네, 고흐... 유명한 서양화가 전시회엔 전라도 촌구석에서 비싼 차비까지 들여가며 감상을 하는 극성을 떨었고 봄, 가을 간송 미술관 전시회도 거의 빠지지 않고 보기는 봤다.
그런데 감상 수준은 사람에 떠밀려 "아, 이 그림이 그 유명한 아무개 화가의 작품이네, 좋긴 좋구나"처럼 완전히 그림 상식을 익히는 정도의 수준이었고 또 돌아서면 잊어 버렸다. 이렇게 무식한 나에게 그림은 이렇게 감상하는 것이란다, 자상하고도 알기 쉽게 가르쳐 준 사람이 오주석 선생이다.
우리 옛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옛 사람의 눈으로,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는 자세를 갖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그리고 감상법은 첫째, 회화의 크기 대각선 길이나 아니면 그 1.5 배 정도 떨어져 감상해야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공책만한 크기는 코앞에서 찬찬히 봐야 하고, 병풍 같이 커다란 작품은 멀찍이 떨어져 볼 줄 아는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옛 그림을 볼 때는 그림 위 우측에서 아래 좌측으로 이렇게 사선으로 쓰다듬듯이 감상해야 그 그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단다. 가로쓰기를 해서 가로가 긴 서양과 달리 우리 선조들은 세로가 긴 세로쓰기를 했기 때문에 회화나 글씨도 당연히 우상에서부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세 번째, 그림을 찬찬히 오래 보라는 것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도 악수만 하고 건성 얼굴을 쳐다본다면 나중에 그 사람의 이목구비의 특징이 어떤지 기억이 나겠는가. 하물며 그림이야.
찬찬히, 오래 봐야 그림의 스토리와 환경은 물론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의 마음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우리 역사를 알면 그 시대상과 화가가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이유까지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며 자기가 봐서 그저 좋은 그림은 연인을 만난 듯 보고 또 보라고 했다.
단원 김홍도의 연구가로 김홍도가 너무 좋아 꿈속에서도 만날 정도였다던 오주석은 <한국의 미 특강>에서 주로 단원의 작품을 조목조목 예로 들며 제대로 된 옛 그림 감상법을 강의했다.
김홍도 그림 설명하는데 기가 막히게 설명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