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 당선이 김대중-노무현 유언...
박지원-유시민 손잡은 모습 하늘에서 지켜볼 것"

[동행 인터뷰 ①] 박지원 민주당 유세단장

등록 2010.05.29 13:55수정 2010.05.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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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수' 박지원과 손학규 유시민 야권 단일 경기지사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 박지원 원내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두 사람은 민주당의 수도권 유세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정치인이다. ⓒ 김당


"박지원을 다시 봤다. 인천 부평을(乙) 때에 보니 마지막 남은 1분 1초까지 최선을 다하더라. 수원, 안산에서도 손학규와 박지원이 가장 열심히 뛰었다. 손학규는 당의 출마 요청을 거절하고 자기 사람을 출전시켰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박지원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데도 자기 선거처럼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DJ(김대중)가 왜 그렇게 중용했는지 알겠더라."

이번 6.2지방선거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4.29 및 10.28 재보선 얘기다. 특히 4.29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인천 부평을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박지원 의원을 옆에서 지켜본 한 '친노' 의원이 기자에게 한 얘기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두 번의 재보선 추억 때문일까? 민주당의 수도권 유세장에 단골로 초청되는 '인기가수'가 바뀌었다. 26일 오후 1시 유시민 경기도지사 단일후보와 김선기 민주당 평택시장 후보의 연합 유세가 열린 평택시청 송탄출장소 앞. 연단 위에는 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인기가수' 두 사람이 섰다.

정세균 대표의 특명 "접전지역에 박지원을 투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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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박지원과 유시민 박지원 유세단장과 유시민 경기지사후보가 26일 경기도 평택의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연합 유세장에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 김당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춘천 칩거로 오히려 주가가 오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그들이다. 손학규는 유 후보의 경쟁상대인 김문수 지사 시절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경기지사 출신이다. 그러나 사실상 '전국구'인 손 대표와 달리, 지역구가 전남 목포인 박지원은 이른바 '호남색'이 강한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그는 수도권 유세장에서 '인기 짱'인 '접전지역 전담 마크맨'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비상이 걸린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가 "'리베로' 박지원을 접전지역에 긴급 투입하라"는 '특명'을 내린 상태다. 박지원의 동선을 보면 격전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지원'이라는 그의 이름 탓인지 전국에서 '지원 사격' 요청이 쇄도한다. 수도권은 물론 '접적지역'인 강원도에서 전남의 땅끝까지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를 동행 인터뷰한 26일만 해도 유세일정표에는 ▲7시 김포→경남 사천(비행기), 서종식 광양시장-조보훈 순천시장 후보 ▲9시30분 여수→김포(비행기) 유시민 후보와 이수형 안산시장-김선기 평택시장-곽상욱 오산시장 후보 ▲18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19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서울마당' 등으로 일정이 빼곡하다. 전날인 25일에는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아침 8시에 출발해 철원-화천-양구까지 다녀왔다.


-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선대위에서 맡은 역할과 임무는 무엇인가.
"원래는 민주당의 '초록물결 유세단' 단장으로 서울경기인천을 맡기로 했는데 유시민 단일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주로 경기도를 마크하되 정세균 대표께서 지역을 순회하며 선대위를 개최하면 저는 강원도와 충남·북, 그리고 수도권 세 곳을 다니며 지원 유세를 하기로 돼 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강원도를 돌았고, 오늘은 아침 7시에 비행기로 진주(사천) 가서 광양, 순천 유세를 하고 올라왔다."

- 주로 '접전지역' 지원 유세를 맡은 것 같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일종의 '리베로'로 취약지역에 집중 투입되는 역할이다. 그래서 당에서 저를 선대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당 대표가 못 가는 지역을 중심으로 원내대표에게 유세를 맡긴 것이다."


'국민의 정부' 냄새가 물씬 나는 초록물결 유세단

- '초록물결 유세단'의 면면을 보면 '국민의 정부' 냄새가 물씬 난다(그가 단장인 초록물결 유세단의 위원장은 문희상 국회부의장이고 단원은 박상천, 김충조, 박선숙, 신낙균, 유선호, 이석현, 설훈 등이다).
"그렇죠. 제가 김민석 지방선거대책위원장한테 이렇게 얘기했다. 유시민 후보로 단일화하자 언론에서 선거구도를 'MB 대 친노 대결'로 몰아간다. 그럴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큰 울분을 갖고 있지만 '친노'와 참여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해 냉소적인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장에 불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사람들을 불러내기 위해선 'DJ를 생각나게 하는 사람들'로 유세단을 만들어 후보 옆에 세울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한광옥 전 비서실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나중에 유시민 후보가 전화해 '유세장에 젊은 친구들은 나오는데 전통적 지지세력이 안 나온다'면서 제게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정세균 대표가 허락하면 하겠다고 했고, 정 대표도 오케이 해서 '리베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정책위원장을 하면서 3개월간 전국을 순회하며 공약개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저는 전국 어디를 가든 토론회가 끝나면 호남향우회를 만났다. 팔도강산에 호남향우회가 있는데 민주당이 구심점이 못 되고 방황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분들께 똑 까놓고 얘기했다. 호남 사람들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고, 김대중 선생의 당선을 위해 존재했고, 노무현 정권 재창출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에 김대중 대통령이 걱정하신 대로 민주주의, 민생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가 몰아치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이 다시 민주당에 힘을 모아줘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민생경제, 남북관계를 살리는 데 존재 가치를 둬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면 일부 호남분들이 불만도 표출했지만, 그래도 뭉쳐야 한다는 분들이 많았다."

결국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그에게 부여한 '특명'은 수도권의 전통적 지지층 및 호남표 결집과 전남에서 '무소속 진압'으로 요약된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평화세력의 결집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김대중 지지세력과 호남표를 잡으려는 '집토끼 전술'이다.

"유시민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보다 더 밉고 싫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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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박지원과 유시민 박지원 유세단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 손잡은 모습을 두 분이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김당


그런데 이른바 '난닝구 대 백바지' 논란으로 이탈한 집토끼(고정 지지층)를 되찾으려면 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친노'를 넘어야 한다. 유시민 후보의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예방 배석(24일), 이광재 후보 지원 유세(25일), 유시민 후보와 함께 호남향우회 방문(26일) 일정이 모두 집토끼 전술의 '그림'이다.

26일 오후 1시경 평택시청 송탄출장소 부근의 한 건물 4층에 '북부호남향우회관' 팻말이 붙어 있다. 박지원 의원이 먼저 들어서고 나중에 유시민 후보가 도착했다. 먼저 박 의원이 인사말을 했다. 골자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MB정권에 승리해 3대 위기를 극복하려면 다른 야당과 연합해서 싸워야 한다는 DJ의 '유훈'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최근의 남북관계 위기를 생전에 예견했기에 2009년 동교동을 예방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정세균 대표에게 '연합'하라고 당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단합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혼자서 이길 수 없다면 야권이 연합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이 손해 봐야 한다. 10석 가운데 민주당이 혼자서 5석을 얻는 것보다, (민주당이) 3석을 얻더라도 연합해서 야권이 7석을 얻으면 그것이 진정한 승리다. 연합해서 승리하고 그러다 보면 나중에 같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어 "그제(24일) 유시민 후보가 동교동으로 이희호 여사 찾아뵙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것에 대해 사과했다"면서 "저도 노무현 대통령 욕 많이 했다. 절체절명의 이 판국에 '친노무현'이 어딨고 '친김대중'이 어디에 있냐. 작은 차이를 털어버리고 뭉쳐야 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이 지원을 약속했고, 이희호 이사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유 후보의 손을 잡고 '꼭 당선되시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유시민 후보가 미워도 한나라당 후보보다 더 밉고, 유시민 후보가 싫어도 한나라당 후보보다 더 싫겠습니까. 그런데 함께 손잡고 다니니 싫은 게 싹 없어졌습니다. 유시민을 당선시키는 것이 김대중 선생의 유언이고, 김대중-노무현 정신입니다."

유시민 후보는 "저에 대한 여러분의 서운함을 잘 안다"면서 "제가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지만 하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자세를 한껏 낮추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에 민주, 민생, 남북관계의 3대 위기를 경고할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면서 "수도권에서 야권이 이겨야 3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향우회를 대표한 한 참석자가 "오늘은 화해의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다. 유시민 후보가 당선되어 좋은 얼굴로 다시 뵈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박 의원은 "제가 김대중 대통령 모시고 선거운동을 해보니까, 후보는 당선되는 것이 아니고 당선시키는 것이더라. 그 말씀을 해야 한다. 여기 계신 여러 분이 당선시켜야 한다"고 말해 박수와 연호를 끌어냈다.

'인기가수' 박지원, "경기지사는 아~무나 하나, 기호8번 유시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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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시민이 왔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초록물결 유세단장은 가는 곳마다 유시민 후보를 이렇게 소개했다. ⓒ 김당


얼굴이 환해진 두 사람은 곧장 인근 유세장으로 향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가 공천과정에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건 김대중 대통령의 유훈이다'고 강조하면서 야권 단일화를 만들어낸 것은 정 대표의 리더십이다"고 강조했다. 박지원은 유세장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외쳤다.

"자, 유시민 후보를 모시고 왔습니다."

유세장에 도착하니 연단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손학규가 두 사람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 함께 다니는 모습만큼 확실한 보증수표는 없습니다. 유시민을 당선시키는 것이 김대중-노무현의 유언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모두 승리하는 길입니다."

연단에 오른 유시민 후보는 "도지사는 8번, 시장은 2번, 시의원은 2번이나 5번... 암튼 1번만 빼고 야당은 다 한 식구니까 동반 당선시켜 달라"면서 "제가 도지사 되면 4대강 파헤친 준설토를 경기도 어디에도 쌓아놓을 수 없게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어 오후 3시경 오산시 중앙재래시장 입구 뱅뱅4거리 연합 유세장. 각각 차로 이동한 손학규와 박지원 그리고 유시민 후보가 도착했다.

인근 만두가게 주인은 "선거철이 되니 아침마다 후보들 홍보전단 치우느라 고생이지만 그래도 북적북적 사람 사는 동네 같아 좋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것일까. 유세장의 '인기가수' 박지원은 "선거는 재미있게 해야 한다"면서 연설 대신 노래로 흥을 돋운다. 그는 자신은 연설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고 '이실직고'한 뒤에 '절친'인 가수 태진아의 노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개사한 곡을 불렀다.

"경기지사 아~무나 하나 기호 8번 유~시민이야, 오산시장 아~무나 하나, 기호 2번 곽~상욱이지."

앞서 평택에서도 "경기지사 아~무나 하나 기호 8번 유~시민이야, 평택시장 아~무나 하나, 기호 2번 김~선기지"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벌써 오산까지 전파되었는지 청중이 먼저 흥얼거리고 '앵콜'을 연호한다. 박지원은 쉰 목소리로 외쳤다.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 함께하기에 저세상에 계신 두 분 대통령께서 '이제 됐다' 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6.2지방선거 #박지원 #유시민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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