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증언'에서, '대규모 감세' 로 인한 세수 감소, '국방비 급증' 등 지출 증대로 레이건과 부시 정권 아래 미국에서 천문학적 수준의 연방정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발생했고, 그것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로 눈을 돌려 보자.
엠비 정권 이후 정부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의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지방정부의 재정도 피폐해지고 있다. '부자 도시'인 경기도 성남시의 '지불유예선언'은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가 얼마나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성남시 사건이 특히 충격적인 이유는 지자체 재정 자립도(지자체 자체 수입을 전체 예산으로 나눈 것)가 67.4%로 전국 246개 지자체 가운데 8위를 기록했고,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 자립도 52.2%를 훨씬 상회한 '부자 도시'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의 급증 문제는 IMF에서도 우려와 경고음을 보냈다. 최근 2년 사이 재정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쪽 인사들은 적자와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자 감세'라는 수입 감소 요인에,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한 지출 증대로 대규모 재정 적자가 구조화되어가고 있고, 또한 재정 악화 속도가 급박하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사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때 '재정의 봄날'이라 할 정도로 좋은 조건의 국가 재정을 넘겨받았다. 일반 국가채무는 2007년 말 현재 300조 아래였고, 2007년에는 3조6천억 원의 재정 흑자까지 발생했다. '부자 감세' 이전인 2008년 조세 수입도 부동산 세제 개편과 과세 투명성 확대 등으로 23조 원이나 늘었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로 발생한 공적 자금의 원금 상환이 종료되었고, 각종 연기금의 운용 수익도 7.5조 원에 달했다.(<한겨레> 5월 21일 '감세 정책 후유증 본격화…'2008년의 봄날'은 갔다'.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
그랬던 국가 재정 상태가 2008년 '부자 감세' 등 '이명박 표'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2009년에는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가 건국 이후 사상 최대치인 43조2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 규모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재정 적자 20조4천억 원을 두 배 이상 넘어 선 것이다. 이렇게 재정 적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일반정부 국가부채(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의 합계. 일반 공기업과 지방 공기업 부채는 제외)도 2008년보다 무려 57조 원이나 늘어난 366조 원을 기록했다.
연도 |
재정 적자 (GDP 대비 비중) |
국가 채무 (GDP 대비 비율) |
2003 |
1.0(0.1%) |
165.7(21.6%) |
2004 |
-4.0(0.5%) |
203.1(24.6%) |
2005 |
-8.1(0.9%) |
248.0(28.7%) |
2006 |
-10.8(1.2%) |
282.8(31.1%) |
2007 |
3.6(0.4%) |
298.9(30.7%) |
2008 |
-15.6(1.5%) |
308.3(30.1%) |
2009 |
-43.2(4.1%) |
366.0(35.6%) |
2010 |
-32.0(2.9%) |
407.1(36.9%) |
2011 |
-27.5(2.3%) |
446.7(37.6%) |
2012 |
-16.1(1.3%) |
474.7(37.2%) |
2013 |
-6.2(0.5%) |
493.4(35.9%) |
<자료 : 기획재정부> * 재정 적자는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의 적자를 합친 것임. 사회보장성 기금(국민·사학·고용·산재) 적자를 제외한 관리대상 수지. * 2010년 수치부터는 전망치. | |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09년에 43조 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했고, 일반정부 국가 부채는 36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30.1%에서 35.6%로 치솟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G20 국가 평균(75.1%)보다는 낮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정부 관리들은 말한다. 그러나 재정 수지의 악화 속도가 너무 가파른데다, "우리나라가 채무 작성 국제 기준을 엄밀히 따르지 않고 있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제신인도가 낮은 무역 의존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성은 결코 남다르지 않다".(<한겨레> 5월 21일 ''2010년 겨울' 대비하자'.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그런데 <표>에서 보는 '국가 부채'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부채'(일반 정부 국가 부채)에 국한된 것이어서, 실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국가 부채의 크기가 축소되어 그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비판이 늘 제기되어 왔다. 그래서 '일반 정부 국가 부채'는 국가 채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정부가 부채 상환의 책임을 져야 하는 공기업 부채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일반정부와 공기업 부채는 무려 150조 원이나 늘어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일반정부와 공기업 부채 잔액은 모두 614조1천억 원으로 2008년 말의 545조1천억 원에 비해 한 해에 무려 69조 원 가량이 늘어났다. 2010년에는 7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건설과 같은 토목 공사 중심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에 드는 비용을 공기업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9년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150%를 훌쩍 넘어섰고, 부채 증가율도 20.4%로 공기업의 자산 증가율 13.6%를 크게 웃돌았다.
일반 정부와 공기업 부채 뿐 아니라 정부 보증채무, 3개 국책은행 부채, 통화안정증권, 한국은행 외화부채,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등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부채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있어 왔다. 이렇게 '관리대상 국가채무'로 그 범위를 확대시키면 실질적인 국가채무는 1,800조 원이나 된다. 2009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63조 원이었으니, 국내총생산의 1.8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부자 감세'가 불러 온 화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의 악화 요인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부자 감세'로 인해 세수가 급격히 줄어 들었고, '4대강 사업' 등 대형 국책 사업으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의 핵심적인 내용은 법인세와 상속·증여세의 감면,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법인세 면세점 이하의 규모이기에 법인세 감면의 혜택은 대기업, 재벌일 수밖에 없으며, 상속·증여세의 경우 그 수혜자도 당연히 부자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전체 세대 가운데 종부세 대상이 고작 2%에 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종부세의 실질적 폐지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자명하다.
'부자 감세'를 줄기로 한 세제개편 안이 그대로 실시될 경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96조1천억 원의 세수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다보았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액이 100조 원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100조 원이면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해마다 GDP의 2%에 해당되는 세수 감소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세금 좋아하는 국민이 없으니, 감세는 국민에게 영합하는 인기 정책이다. 그래서 한번 내린 세금을 다시 되돌려 올리는 일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에, 감세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게다가 복지를 확대시키고, 교육과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곳간이 든든해야 하는 게 필수적인데, 이렇게 '부자 감세'로 선심을 써버리고 나면 정부의 재정 운영 폭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1997년 IMF 관리체제 때 그리고 최근의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든든한 곳간, 즉 건전한 재정상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엠비 정권 이후 '부자 감세'로 정부의 곳간은 비어 가는데, 정부 지출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각종 대형 토목 건설공사와, 남북관계 긴장 증대로 인한 국방비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크게 증가했다. '4대강 속도전' 등 엠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 토목·건설 공사에 쏟아 붓는 돈을 보면, 교육·복지 등 미래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 대신, 지금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카드깡 경제'처럼 보인다. 지방 정부의 '카드깡 경제'는 더 심하다.
MB정부 5년 재정 적자, 참여정부 5년에 비해 3.6배
앞에 제시한 <표>를 보면 엠비 정부의 재정 운용이 어떠한지 잘 보인다. 이 <표>의 내용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가을 작성한 2009-2013년 재정운용안에서 2009년도 재정적자를 실제 수치로 수정한 것이다. 2009-2013년은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짰거나 짜게 되는 기간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정부 안에 따르더라도 5년 사이 재정 적자는 무려 125조 원이 증가하게 되어 있고, 2013년 국가부채 총액은 500조에 조금 못 미치는 493조4천억 원이나 된다.
5년간 재정적자 규모 125조 원이라는 규모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짠 5년간의 재정 적자 규모 34조9천억 원에 비해 무려 3.6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재정적자 규모도 그렇고, 국가 채무액도 그렇고, 정부의 세수 계획이 너무 낙관적이어서 이 숫자 조차도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이 재정운용안에 따르면 정부의 세수 전망이 2009년 164조 원에서 2013년에는 219조 원으로 무려 34%나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런 세수 증액 규모는 해마다 세수 증가율이 7.5%가 되어야 하고, 특히 2012, 2013년에는 그 증가율이 무려 9.8%가 되어야 하며, 이 기간 동안 연간 실질 경제성장율은 5%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전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현실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2013년의 국가부채를 어떻게 하든 500조 원 아래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숫자를 맞춘 것으로 보일 정도다.
어쨌거나 그렇게 낙관적으로 만들어 놓은 정부의 재정 운용안에 따르더라도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문제는 심각한 수준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더 엉망으로 되어버렸다.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에다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통제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온갖 낭비와 전시용 사업이 판을 치면서 지방 재정은 말 그대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경기도 성남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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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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