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된 와인은 '리유니트'가 로고가 박힌 라벨을 달고 소비자들과 만난다. 리유니트는 한해 1억1000만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승훈
리유니트는 농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와인협동조합이다. 1953년 9개의 양조장의 연합체로 출발한 리유니트에는 현재 25개 양조장연합과 2600명의 포도 재배 농민들이 가입돼 있다. 리유니트 전체로 따지면 와인 브랜드만 9개, 한해 1억100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연간 매출액은 1억4000만 유로에 달한다. 생산된 와인들은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독일, 영국 등 전 세계에 수출된다. 저렴한 가격과 와인의 높은 질을 인정받은 덕이다.
리유니트가 생산한 와인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데는 상호 신뢰와 연대를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영세한 규모로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와인을 유통시킬 힘이 없었던 농민들과 개별 양조장들은 이윤은 물론 손실까지 모두 나눠 갖는 공동운명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된 농민들은 단순히 양조장에 포도를 납품하고 마는 생산자가 아니라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는 주체가 됐다. 조합원들은 조합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총회에서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한다.
뿐만 아니라 리유니트 조합원들은 다른 와인 생산 업체에 포도를 공급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값을 받는다. 물론 생산된 포도나 와인의 질에 따라 값이 결정되지만 품질 평가는 전문가는 물론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품질평가위원회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생산물에 대한 대가는 물론 와인 판매에 따른 수익금의 일부도 분배 받는다.
조합원들은 다양한 지원 혜택도 누린다. 포도밭 확장, 새 농기계 구입, 포도 품종 전환에 드는 비용을 조합에서 시중보다 2%p 싸게 빌려준다. 농민들이 레스토랑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양조장들도 새로운 시설 투자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합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다. 조합원에게 분배되지 않은 나머지 수익금은 조합 내에 재투자해 경쟁력 강화에 쓰인다.
협동조합의 힘... 품질은 올리고 가격은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