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가 시진핑 부주석이 하지 않은 발언을 왜곡했다면, 아무리 외교가 내치의 연장이라해도 너무 한 것이다. 설사 백번 양보해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시진핑 개인의 생각이다. 그가 종교 지도자인가. 이를 그대로 전한 것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수준을 보여준다." -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진핑 부주석의 면담록을 보자고 하지만, 이미 면담록에는 없는 발언이라는 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없는 발언을 전한 거라면 박 원내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박지원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또 배석자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도 증인으로 불러서 가려야 한다." - 박주선 민주당 의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21일 외교통상부 국정감사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한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MB정부 한반도 평화 훼방꾼"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파상공세로 시작됐다.
지난 19일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진핑 부주석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왜 한국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남북관계의 교류협력을 하지 않으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도 있는데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지적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의 면담은 작년 5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뤄졌다. 중국 측에서는 시 부주석과 양원창 인민외교학회장,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우장하오 아주국 부국장 등이, 한국 측에서는 김 전 대통령 내외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신정승 주중 대사, 한국대사관 참사관이 각각 참석했다.
"박지원 사과하라"... 한나라당, 개회하자마자 총공세
개회하자마자 유기준 한나라당 간사는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시진핑 부주석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김성환 장관에게 '김대중-시진핑 면담록'에 문제의 발언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이 "없다"고 답하자, 유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 사과와 함께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제지했으나 유 의원은 발언을 계속했고, 이어 같은 당의 구상찬, 김효재, 윤상현 의원 등은 "차기 국가원수가 상대방의 전직 국가 대통령에게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일제히 박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진화에 나섰다. 송민순 의원은 "시 부주석이 정확히 그런 발언을 그런 톤으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한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나도 '핵무기 없는 세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중국인사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면서 "그런 점을 감안해서 판단하면 되지 이에 대해 논란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국 차기 국가원수 발언, 국회공방 바람직하지 않아"
정동영 의원도 "중국의 차기 국가원수로 내정된 분의 발언을 갖고 국회에서 공방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뒤 윤상현 의원을 겨냥해 "의원들 발언 중에 시 부주석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도 있었다"면서 "정말로 발언 진위를 확인하려면 면담에서 배석했던 당시 주중대사, 정세현 전 장관, 최경환 실장을 증인으로 부르면 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주선 의원이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세현 장관, 최경환 실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자,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그렇다면 주중대사, 공사참사관 등 외교부 소속 배석자 3명도 불러야 한다"고 맞서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논란을 키우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도 "이 문제로 증인들을 불러내는 것은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증인들이 나온다 해도 발언의 취지, 뉘앙스, 배경에 대해 또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도 이들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김대중-시진핑 면담록' 열람... 이회창 "밝힐 수 없는 진실, 그만하자"
논란 와중에, 남경필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의 요구를 수용해 의원들이 외교부가 가져온 면담록을 비공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금 보자는 것은 '면담요록'인데 여기에 문제의 발언이 없다는 것은 이미 보도됐다, 면담요록은 예민한 부분은 합의해서 뺄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보는 것이 사안과는 무관할 수 있다"며 김을 뺐다. 면담록을 보고 온 김동철 의원은 "많은 부분이 생략돼 있고, 문제가 된 발언과 비슷한 부분도 없었다"면서 "50분간 면담했는데, 면담록은 5, 6페이지뿐"이라고 전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은 "이번 사안은 정책에 대한 평가 부분이 아니라 시 부주석이 '훼방꾼'이라는 말을 썼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밝힐 수 없는 진실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 여기서 그만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010.10.21 13:12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공유하기
"박지원 수준 보여준다"..."박지원·정세현 부르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