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 청와대의 대북응징발언 수준을 보면, '여차 하면 한번 치자' 노선으로 보인다."남쪽이 대북 강경 발언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라기보다는 남한 내부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표징 아니겠나. 남쪽은 늘 위기국면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안보의 위기가 왔으면 야당들의 협력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국가보안법 강화, 군부의 이익확대라는 전통적 칼을 다시 꺼내는 것은 물론이고, 폭력적 날치기를 통해 예산은 물론이고 심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수많은 법안들을 맘대로 통과시킨다. 긴장국면을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측면만 강하지, 자신들도 물리적 방법으로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
- 북쪽도 국내정치에 위기국면을 활용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물론이다. 북쪽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긴장이 강화되면 핵무기로 안전무장을 해야 한다는 발언권이 높아지게 되니까. 수십년간 이런 관계가 만들어졌지만 결국 이것이 파멸의 위협이 되는 건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정말 한반도는 풍전등화의 상황인 것이다."
- 2009년 대청해전에서 패배한 북한이 연평도 포격까지 감행했다. 몇 개월간 준비해서 '치고 빠지는' 일종의 기습포격이 계속될 것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은 어떻게 보나."군사적으로는 북한이 남한보다 상당한 열세이기 때문에 항상 기습적인 방식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본다. 군사적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는 오히려 더 중요한 카드는 핵이 될 것이라고 본다. 국지 도발을 반복하기보다는 핵과 연관된 프로그램으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연평도 포격과 거의 동시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헤커 박사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하지 않았나."
- 최근 헤커 박사를 통해 공개된 북한의 농축 우라늄 시설은 저농축이라 고농축으로 바꾸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던데."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자체가 미국으로서는 놀라운 일일 것이다. 저농축을 고농축으로 바꾸는 데 얼마가 걸릴 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문제는 북한의 목표가 그쪽(핵능력 강화)으로 가는 걸 막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북한의 핵능력 강화 의지를 막아야 한다는 건가."그걸 막지 못하면 그 누구도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쓰다가 최후의 선택으로 핵무기까지 택할 것이라고 보나."우선 획기적 전환점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2012년까지는 계속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긴장을 동원해서라도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니 긴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국면에서 평화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 나면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것은 일반 서민들이기 때문에 평화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정말 절박한 과제다. 2012년 총·대선을 생각해도 평화문제는 중요하다."
2012년 권력교체기 화두는 평화 될까- 2012년 권력교체기에 평화담론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보나."평화운동과 2012년 총·대선과의 연관성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집권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 평화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 없느냐가 2012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평화 하면 상당히 가치 지향적이고 약간 고준담론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평화는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현실의 문제가 됐다."
- 현 시기 평화운동이 할 수 있는 직접 행동은 무엇이 있겠나."평화운동의 단기적 목표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다. 어떻게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우선 전쟁부터 막고 볼 일이다. 또 전쟁위협을 고조시키는 그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들이 무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에 대해 규탄하고 다시는 도발행위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심정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막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보복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방향으로 마음을 모아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 민주정부 10년간 한반도 문제는 6자회담 같은 다자 틀로 관리돼왔다. 그럼에도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중이 국지도발 같은 한반도문제에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개입할 것이라고 보나."미중관계는 간단치 않다. 대결이냐 협력이냐 단순히 이렇게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반도와 관련해 미중이 적어도 '전쟁은 안 된다' 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방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걸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는 상호 경쟁한다. 무엇보다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 앞바다에 진주하는 건 중국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능한 한 서해에 미 군사력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또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에 진주함으로써 중국의 군비경쟁을 강화시키는 명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계속 군비경쟁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가면 위기는 더 심화된다는 점이다. 만일 30년 뒤에 중국의 군사력이 극대화 된다면 한반도 위기관리를 한미동맹만으로 할 수 있겠나. 30년, 50년 뒤의 동북아 미래를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북한 편만 든다고 핀잔을 놓기도 했다."중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로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무조건 북한 편만 든다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외교적 발언이 상대방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외교를 국내정치에 지나치게 활용하는 게 이 정부의 정말 큰 문제다."
보수가 안보는 잘한다는 논리의 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