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길에서 바라본 영금정과 등대전망대의 모습
최지혜
때로는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속초 동명항에 위치한 영금정 또한 사진속의 모습을 보고 어떤 이끌림에 찾아간 곳이다. 드넓은 바다에 비하면 조그만한 돌덩이에 불과한 바위에 간신히 몸뚱이 하나 올려놓고 넘실대는 파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속초는 잘 알려진 생선구이, 갯배뿐만 아니라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지역임에 틀림없다.
첫 번째 코스로 아바이 마을을 방문한 우리는 그곳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부둣가를 따라 동명항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다니느라 진이 빠졌는지 영금정으로 이동하는 동안은 모두 조용하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한 탓일 수도 있겠다. 발이 따뜻하라고 신은 어그 부츠는 이미 눈으로 뒤덮이고 그 눈이 녹아 물이 되어 속까지 스며들었다. 발이 다 젖어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으며 숙소를 지나가는데 잠시 유혹에 흔들린다.
"우리 숙소에 들어가서 발 좀 말리고 갈까?"모든 일정을 혼자서 계획했던 나는 일행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묻는다. 사실 그렇게 물으면서도 정해진 일정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아니"라는 답을 기대하고 있다.
"아니야. 숙소에 들어가면 퍼져서 다시 나오기 싫을 것 같아."잠시 주춤하며 망설이던 일행이 그렇게 말을 해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아바이 마을에서 영금정까지는 도보로 약 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눈길이라 조심스럽게 걷느라 조금 더 걸린 것이다. 날씨가 따뜻하다면 걷기 편했을 수도 있지만 도보여행에 좋지 않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 아닐까? 게다가 눈이 수북히 쌓인 길을 걷는 것도 지금이 아니면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