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손질한 붕어를 곰솥에 풍덩
조명자
두어 달 전에 선물로 받은 붕어 봉다리. 깨끗하기로 소문난 고흥 저수지에서 낚시로 잡아 겁나게 귀한 것이라는 검정 붕어 봉다리가 아무리 눈에 거슬려도 참았어야 했는데. 냉동실 칸을 대충 점령하고 있어도 못 본 척 눈 감았어야 했는데. 그 놈의 성질머리가 문제였다.
식구들이 한여름 기운 빠질까봐 삼계탕이다 장어탕이다 그것도 초복, 중복, 말복 빠지지 않고 해 바치는 사람도 많더라만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들 빼고 식구라고는 곁에 있는 남편뿐인데 딱 한번 해주는 붕어탕을 갖고 덥니 마니 군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 적이 민망하다만 어쨌든 머리는 복잡했다.
에이, 기왕 마음먹은 김에 해치우자. 그리고 엎어진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참에 이웃들도 초청해 귀한 여름 보양식 나누어 먹으면 더욱 좋겠다. 땀 뻘뻘 흘리며 대충 1박 2일이 소요되는 귀한 음식을 달랑 둘이 코 맞대고 먹는다면 제 맛이 나겠는가.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수다도 떨고 칭찬도 받으며 성찬을 즐기면 주방장의 보람이 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눈 딱 감고 시작했다. 붕어탕 조리법? 완전히 내멋대로다. 생선조림과 매운탕은 해봤지만 추어탕이고 붕어탕이고 해 본 적이 없고 하는 것을 옆에서 본 적도 없다. 그리고 붕어조림이나 매운탕은 먹어봤지만 붕어탕이 있다는 것은 들어 보지도 못했으니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