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혜숙씨가 수북이 쌓인 자원봉사 신청서를 정리하고 있다.
남소연
"우리는 일회용 컵을 안 써요. 출근하면 전날 설거지가 좀 있죠. 호호.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청소하고, 설거지 좀 하고 그럼 또 금방 점심시간 돼요. '자봉' 오시면 여기저기 연결시켜드리고, 어쩌고 하면 또 금방 저녁이야. 집안살림처럼 여기도 똑같이 정신이 없어요. 벌써 30일째 이러고 있네요? 호호."
카페 형태로 꾸민 서울 안국동 박원순캠프 사무실에는 '엄마' 같은 존재가 있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어질러놓은 것을 대신 말끔히 치워놓듯, 박캠에도 선거운동원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일하도록 돕고 배려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청담동 아줌마' 이해숙(59)씨다.
1998년 친언니 전 KBS 아나운서 이영숙씨가 참여연대에 잠깐만 들러 가자고 한 게 인연이 돼 박원순 변호사와는 벌써 13년째 알고 지낸다.
"우리 언니가 KBS 관두고 BBS에서 방송할 때 박원순 변호사를 인터뷰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참여연대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는데, 감사패를 받으러 가야 하니 잠깐만 들렀다 가자는 게 벌써 13년이 됐네요. 박 변호사님이 당시 참여연대의 아주 작은 방에 절 부르시더니 활동자료를 쭈욱 보여주면서 막 설명을 하는 거예요. 그게 98년 9월, 막 가을이 시작되던 무렵이었죠."
박원순 후보의 상징인 노란 앞치마를 입은 이해숙씨는 그렇게 박 후보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집에서처럼 사람들을 살피고 돕는 동안 무려 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았다는 그는 1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렇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구나"라고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이씨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료를 일일이 보여주면서 "이런 분들이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업을 보니, 변호사, 공중파 방송국 MC, CCTV 보안감시업체, 건설관련, 대기업 CEO, 그래픽 디자이너, 대학생, 외국계 회사 지사장, 초등학교 교사, 결혼 전 언론사 근무 한 사람, 운전지원 가능자, 의전 경력 있는 사람, 연극연출가, 대덕단지 연구원, 수의사,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 연주자, 미술교육 교사, 교육공무원 등등 일일이 다 헤아리기 어려운 정도로 많았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라며 "박원순씨라면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왜 박원순 후보가 꼭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오래 전 참여연대는 작은권리찾기운동을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자신의 권리를 찾게 해주는 일을 했었어요. 누구나 자기 권리 주장을 제대로 못할 때 박 변호사님이 그걸 사회운동으로 했거든요. 저는 그분이 서울시장이 된다면 힘없는 서민들의 사소한 권리를 제대로 찾아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원순씨를 지지합니다."
알고보면 이해숙씨는 서울 부자들이 산다는 청담동 아줌마다. 청담동 40평대 아파트에 산다는 이씨는 평소 친구들에게 이런 사회문제를 얘기하면 "얘, 난 정치문제 관심없어!"하고 끊는단다. 그래서 실은 청담동 친구들에게 이번 선거운동도 잘 애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만일 여느 강남 아줌마처럼 살았다면 정말 자기 식구들만 알고 그랬을 거예요"라며 "박 변호사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부조리, 문제들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돼 있나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루 12시간씩 자원봉사를 하며 피곤에 절어 있어도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캠프를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게 봉사하는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이라고 했다.
"우리 남편이요? 수구꼴통보수지. 하하. 그래도 13년간 내가 하는 일에 왜 여자가 그러고 다니냐, 뭐하러 다니냐, 한 번 말이 없어요. 그냥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러죠. 어제는 좀 늦길래 왜 안 와요? 하고 전화했더니, 나 지금 선거운동 중이야 그러는 거예요. 수구꼴통보수 친구들 앉혀놓고 박원순 후보 얘기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하루하루 매우 고단하고 피곤하다고 했다. 선거가 이제 12일 남았지만 언제까지 안내데스크를 책임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생각보다 참 힘들고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요청이 있으면 "네~" 하고 달려갔다.
[1신 : 14일 오전 10시 47분]130여 활동가 대부분 무급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