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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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전국에 한파가 찾아왔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위 속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폭설 때문에 땅도 모두 눈에 덮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눈 위를 걸으며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희망뚜벅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평균 8시간, 총 300여km를 걸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발걸음을 따라가며 '희망'을 기록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오도엽씨다. 그를 이번주 '찜! e 시민기자'로 선정했다.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1일까지 13일 동안 '희망뚜벅이'는 전국 곳곳 노동자들의 사업장투쟁 현장을 찾았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오직 땅 위에 버티고 서 있는 두 발뿐이었다. 그들이 걷는 동안 19, 20번째 쌍용자동차 희생자가 나왔다. 사람이 이렇게 죽어가는데 우리가 걷는다고 희망이 올 것인가 하는 물음이 끝없이 계속됐다. 그 발걸음 끝에 '희망'을 보았다는 오도엽씨, 그가 전하는 희망 이야기를 들어봤다.
"'희망뚜벅이' 통해서 내 삶의 희망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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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 오도엽씨. ⓒ 오도엽
▲ 시민기자 오도엽씨.
ⓒ 오도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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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뚜벅이' 대장정이 끝났다. 마치고 난 소감은 어떤가.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한발 떨어져서 희망뚜벅이를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데 걷는 과정에서 내 삶을 돌아보고 기록할 수 있었다. 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은 항상 내 할 일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누가 먼저 목적지에 가는 것도 아니더라.
걸음이 느린 사람도 있고, 빠른 사람도 있다. 세상이라는 것은 빠른 사람의 발걸음이 아니라 느린 사람의 발걸음에 맞추는 게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도 혼자 너무 빨리 가려고 했다. 혼자 길을 나섰다면 2시간도 못 갔을 것이다. 앞선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니, '내가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나를 계속 걷게 한 것이다."
- 하루종일 걸으면서 기사는 어떻게 썼나. 환경이 열악했을 것 같다.
"하루에 꽤 많은 거리를 걷다보니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다. 계속 걸으면서 틈틈이 메모를 해 놓았다. 노동자 투쟁 사업장에서 전기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주로 저녁식사 때 식당에서 기사를 썼다. 저녁식사 이후 문화제 공연을 할 때는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희망뚜벅이'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내가 맨 처음 노동자 이야기를 기록할 때 만났던 사람이 8년 전 코오롱에서 해고된 최일배 위원장이었다. 그 사람이 지금도 투쟁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 8년의 시간이 죽도록 아팠을 텐데 나보다 더 밝고 힘찼다. 음식을 먹고 나면 남은 쓰레기를 먼저 치우고 앞에서 플래카드를 먼저 펼쳐 들었다. 투쟁이라는 것이 가족, 이웃에게 고통도 주지만 세상을 밝고 맑게 살아가는 에너지도 얻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 본래 직업은 시인이다. 시인이면서 이런 노동자 투쟁에 뛰어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인이 되기 전 10여 년 가까이 조선소에서 일했다. 일을 하면서 썼던 글들이 시로 인정받았고 그래서 시인이 됐다. 어떤 문학작품도 상상 속에서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올 수 있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만으로 글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를 구성하는 이들의 삶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등 책도 내셨고, 현재도 책 작업이 한창이라고 들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게 여러 가지 있다. 일하는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글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글도 준비 중이다. 또, 제 딸에게 들려주는 노동교과서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쓰고 있는 것은 2000년대 노동자 이야기다."
- 아직 끝나지 않은 노동투쟁 현장이 많다. 앞으로도 현장에 설 것인가.
"제가 특별하게 단식을 할 처지도, 크레인 농성을 할 처지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을 누군가는 옆에서 기록하는 그림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쟁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소통'이다. 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세상에 소통시켜주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노동자의 목소리를 찾아주고 싶어도 소통공간이 없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시민들도 기사를 쓸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찾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꼭 노사관계 속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만 노동자가 아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있는 곳의 문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장르를 규정짓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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