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압력이 안철수를 움직였다"

<오마이TV> 2012 대선스페셜 '대선 올레!' 광주를 찾다

등록 2012.11.10 17:51수정 2012.11.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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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2012대선스페셜 '대선올레!' 취재팀이 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강연이 예정된 조선대 해오름관을 찾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기자, 이정우 시사평론가, 오연호 대표기자이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는 강신우 기자이다. ⓒ 소중한


8일 오후 11시 28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에게 문자가 왔다.

"안 자면 전화주오."

안 자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내일 '대선올레'가 광주에 내려가니 함께하자"고 했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오마이TV> 2012 대선스페셜 '대선올레!'가 9일 광주를 찾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조선대 강연과 생생한 광주 민심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기자도 대선올레 취재팀에 합류했다. 이를 흔쾌히 결정한 것은 이 시점에서 문 후보의 광주행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5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남대 강연과 다음날 있었던 '문-안 단일화 회동' 이후 문 후보의 첫 지역 행보가 광주라는 점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문 후보의 강연 내용과 함께, 단일화 회동 이후 광주 민심이 궁금한 건 당연했다.

"광주는 행복한 고민 중"

9일 오전 9시 30분 문재인 후보의 강연이 진행될 조선대 해오름관을 찾았다. 강연 예정 시간보다는 1시간 30분 정도 이른 시각이었다. 강연장 주변은 한산했다. 건물 앞 계단에 한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분홍빛 재킷에 멋들어진 스카프까지 두른 걸 보니 강연을 보러 오신 게 틀림없었다.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라고 묻자 최귀엽 할머니(68, 광주시 북구)가 "누가 (강연 시간을) 잘못 알려줘 가지고..."라며 쑥스러워 한다.


손녀딸이 대학생인 최 할머니는 일자리 문제가 최근 가장 큰 관심사다. 할머니는 "내 아들딸들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 안 해도 다 취직하고 했는데 지금 손녀딸 보면 안쓰러워"라며 말끝을 흐렸다.

할머니에 따르면 새벽에 자신이 일어날 때쯤 손녀딸이 잠든단다. 매번 할머니가 "그만하고 자라"고 해도 손녀딸은 "요샌 이 정도 해선 안 된다"며 졸린 몸을 애써 추스른다. "그놈의 영어가 뭔지"라고 한탄하던 할머니는 "문재인이 젊었을 적 경험이 많은 양반이라 어려운 사람 속도 알아주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에는 "선생님들은 선생님들이여"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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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올레 취재팀이 강연에 앞서 조선대 학생 차봉주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소중한


할머니가 춥다며 강연장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이 지났지만 주변은 여전히 한산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1000석 규모의 강연장엔 600여 명만이 자리를 채웠다. 강연 시작 30분 전쯤 대선올레 취재팀이 조선대 해오름관에 도착했다. 이날 강연 현장에서는 이정우 시사평론가가 오연호 대표기자, 박정호 기자와 함께 방송을 이끌었다.

이주빈 <오마이뉴스> 광주 주재기자는 "이런 데 오면 시사평론가가 되지만 문학평론가, 영화평론가, 미술평론가도 다 되는 사람"이라고 이정우 평론가를 소개했다. 그 스스로는 "계속 광주에서 살았습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연 전 이정우 평론가는 "광주 유권자는 지금 행복한 고민중"이라며 단일화 회동 이후의 광주 민심을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호남의 압력이 안철수를 움직였다"며 "단일화 발표 이전 호남에서 빠지고 있던 안철수 지지율이 이제 정체됐다"고 말했다.

강연을 기다리던 조선대 학생 차봉주씨(31, 광주시 북구)는 "아직 야권 두 후보(문-안) 중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광주에서 몇 차례 안철수 강연을 봐 왔는데 오늘 문재인의 강연을 보고 지지자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후보의 광주행과 강연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문재인 측의 읍소 "제대로 하겠다"

강연 시작 직전엔 진선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과의 인터뷰도 진행됐다. 진 대변인은 "호남의 민심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고, 그 부분을 소중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호남에 혹시나 있을 섭섭함,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 광주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우 평론가는 "혹시나 있는 게 아니고 진짜 있다"며 "인사차별과 같은 사실적인 부분보다는 호남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너져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후보에 섭섭함, 불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예로 '대북송금 특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들었다. 진 대변인은 두 손으로 이정우 평론가의 손을 잡고 "(이정우 평론가를) 광주의 대표자로 알고 제가 읍소하겠다"며 "제대로 해보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소식을 담은 엄지뉴스 사진은 <오마이뉴스> 메인에 걸린 것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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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의 강연 직전, 진선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대선올레 취재팀. ⓒ 소중한


강연은 약 75분간 진행됐다. 강연 말미 한 학생이 문 후보에 '지역 갈등 완화 방안'을 질문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 때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정해지면서 연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며 "자치 권한으로 인해 무비자입국, 부동산영주권제도가 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 "박정희 정권부터 현재 새누리당은 줄곧 불균형 성장전략을 취해왔다"며 "전국을 분권화 하겠다"고 전했다.

대선올레 취재팀이 이 질문을 한 학생을 만나 강연 소감을 물었다. 조선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는 곽현호씨(26)는 "정치인이지만 인간적으로 좋은 감정을 느꼈다"며 "오늘 강연을 듣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지가)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강연은 낮 12시 30분께 마무리됐다. 오연호 대표기자는 "자분한 가운데서 단일화, 반값등록금, 차별 없는 취직 이 세 가지를 이야기할 때 큰 박수가 나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정우 평론가는 "정치적으로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지만 그동안 부족했던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사실상 처음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번 강연을 평가했다. 또 그는 "균형발전 방안 의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의미 파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캠프 "안철수 바람 원인은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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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밴 뒤편에 실려가는 대선올레 취재팀. 왼쪽부터 강신우, 김윤상 기자, 그리고 기자. 차가 흔들려 기자는 사진에서 짤리고 말았다. ⓒ 소중한


문재인 후보의 조선대 강연 후 대선올레 취재팀은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안철수 캠프로 이동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부른 '콜밴'이 문제가 됐다. 취재팀 6명과 장비를 싣는 데 자리가 비좁았던 것. 어쩔 수 없이 기자를 포함해 방송팀 김윤상, 강신우 기자가 차 뒤편의 짐 싣는 곳도, 그렇다고 사람이 타는 곳 같지도 않은 공간에 안착했다. 그렇게 전라도말로 '쭈글신' 채 30여분을 참 '거시기'하게 달렸다.

취재팀이 안철수 캠프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그곳에서는 광주전남시민정책포럼 회원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포럼은 지난달 23일 창립했으며 현재 3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상황이다. 이날도 주부, 학생, 자영업자, 교수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모여 안철수 후보에 향한 일반 시민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연호 대표기자가 "회원 분들에게 10만인클럽 가입을 독려해 달라"며 넉살을 피우자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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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올레 취재팀이 문재인 후보의 강연 직후 광주 상무지구의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캠프를 찾아 광주전남시민정책포럼 회원 십여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소중한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주로 그동안 호남에서의 민주통합당과 그 전신들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백형모 운영위원은 "안철수 바람의 근본적 원인은 민주당"이라며 "그동안 오랜 세월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계속해서 반성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정진욱 대변인 역시 "광주는 민주당의 텃밭이 아닌 민주당이 바뀌기를 원하는 이들의 텃밭"이라며 "정권교체만큼 정치혁신을 바라는 게 호남이다"고 전했다.

집단 인터뷰 중간, 오연호 대표기자는 대선올레의 위대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생중계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인터뷰 대상자 옆에 들이대며 "실물이 예쁜지, 화면발이 더 예쁜지 비교해보자"고 말했다. 화면에 나온 자신의 얼굴을 보며 부끄러워하는 아주머니의 모습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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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기자가 "실물이 예쁜지, 화면발이 더 예쁜지 비교해보자"며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중인 대선올레 생중계 화면을 인터뷰 대상자에게 들이대고 있다. ⓒ 소중한


푸짐한 전라도 밥상 앞에서 '번개 모임'

이날 대선올레의 압권은 '막걸리 토크 번개'였다. 취재팀이 방송 초반, 오후 3시 광주 전남여고 후문 부근의 선술집 '월가'에서의 번개모임을 제안한 것이다. 취재팀이 도착했을 때 현장에는 '말바우아짐'으로 유명한 마당극 배우 지정남씨(41)와 조선대 강연에서 인터뷰를 한 곽현호씨, 그리고 곽씨의 여자친구인 김선영씨(23)가 와 있었다.

이날 모임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 먼저 첫째로 사람이 늘어나면서 비등해져 가는 '좌담의 세력 구도 변화'였다. 기자를 포함해 지정남씨, 곽현호씨가 문재인 후보 지지자였고, 김선영씨가 지지자가 아직 없는 부동층을 대변하면서 '문3-부1' 체제로 좌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좌담 중간 차례로 안철수 후보 지지자인 조선호 좋은광주시민연대 사무처장, 박상철 광주전남시민정책포럼 SNS팀장이 참석해 비등해지더니, 이후 포럼의 회원 2명이 더 참여하면서 '문3-부1-안4' 체제로 전세가 역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오연호 대표기자가 부동층을 대변하는 김씨에게 여러 차례 '표심의 변화 여부'를 물었고 좌담회에 참석자들 역시 김씨에게 "이젠 이쪽으로 기울었죠?"라며 장난스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자리에 참석해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부동층의 묘한 표심을 대변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보기 힘든 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이들 중 나이가 젊은 세 사람이 문재인을 지지하고, 비교적 나이가 많은 네 사람이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연호 대표기자가 "보통은 젊은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하고, 나이 든 분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는데 바뀐 것 같다"며 웃자 박정호 기자가 "우리가 알던 상식을 깨는 대선올레가 되고 있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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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남여고 후문 부근의 한 선술집에서 진행된 '막걸리 토크 번개'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마지막 포인트는 선술집 월가의 푸짐한 전라도 밥상이다. 홍어삼합, 꼬막, 석화무침, 서대찜, 간장게장부터 맛깔스런 밑밭찬들의 '개미'(맛에 있어서 보통 음식맛과는 다른 특별한 맛으로 남도 음식에만 사용되고 있는 순우리말)가 번개모임 참석자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푸짐한 밥상과 이날의 대화는 <오마이TV>를 통해 다시볼 수 있다. (다시보기-2012대선스페셜 대선올레! 막걸리 토크 번개)

한편 이번 <오마이TV> 2012대선스페셜 '대선올레!'는 다음주 월요일(12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소중한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대선올레 #조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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