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그리우면 이 재래시장으로 오세요

[2013 전국투어 - 대구경북울산⑧] '김광석 벽화'로 유명한 대구 방천시장

등록 2013.08.20 15:39수정 2013.08.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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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8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대구·경북·울산입니다. [편집자말]
방천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 근대와 현대가 잘 조성된 방천시장. 그곳에 가객 김광석의 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되어 있다.
방천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근대와 현대가 잘 조성된 방천시장. 그곳에 가객 김광석의 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되어 있다.김용한

대구에는 이색적인 거리가 있다. 재래시장 방천시장 거리가 그곳이다. 애초 시장 상인들이 많이 거주했는데,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정착한 뒤 그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포털 <네이버>에 '방천시장'을 검색하면 이런 내용을 볼 수 있다.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방천시장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으면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 방천을 따라 느티나무 등의 고목이 많았고, 산짐승들이 주변의 밀밭과 채소밭에 내려와 밭을 파헤치고, 주막집의 가축을 물어 가기도 했고, 물 맑은 신천은 목욕터와 아이들의 물놀이터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시장 남쪽 100m 지점에는 봉덕동형무소 죄수들의 노역장이 채소밭과 벽돌공장이 있었다. 방천시장은 경산·고산·청도의 주민들까지 이용하고, 호남·나주·이리(현 익산) 등지에서도 곡물이 올라와 판매되는 활발한 시장이었다." - 네이버 <두산백과>에서.

대구 방천시장의 김광석

방천시장은 1960년대 싸전(쌀과 그 밖의 곡식을 파는 곳)과 떡전이 성행했던 곳으로 경산, 고산, 청도 주민이 많이 이용했다. 특히 곡물유통이 활발했는데, 호열자(콜레라)가 유행해 곡물거래가 금지됐을 때에도 유통이 이뤄졌다고 한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 놓인 그의 사진 김광석 가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잘 전시된 이곳 방천시장 옹벽.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 놓인 그의 사진김광석 가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잘 전시된 이곳 방천시장 옹벽.김용한

시장이 한창 번창할 때는 상점 100여 곳이 있었으나, 지금은 60여 곳으로 줄었다. 지금은 주로 노년층이 이용하는 시장인데, 상인과 지방자치단체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사실 재래시장의 고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구 중구청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방천시장에서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와 예술 등을 통해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기획이었다. 당시 예술가들이 방천시장에 상주하면서 빈 점포를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 주말에는 야시장, 벼룩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행사 이후 상인들과 문전성시 프로젝트팀들은 지속가능한 재래시장 활성화를 고민하면서 대구 출신 가수 고 김광석을 문화 아이콘으로 내세웠다.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입구에 마련된 동상의 모습 김광석의 모습이 담겨진 대봉1동에 김광석 다시그리기 입구의 모습.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입구에 마련된 동상의 모습김광석의 모습이 담겨진 대봉1동에 김광석 다시그리기 입구의 모습.김용한

이 일은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2010년 대구시에게 지원을 받기도 했다. 방천시장 인근에 상주하던 화가 10여 명을 포함해 예술가 20여 명이 의기투합해 방천시장 골목길과 옹벽 등에 '김광석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가수 김광석과 재래시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구 사람뿐만 아니라 일부러 찾아오는 외지인들도 많다.


상인들에 따르면 평일 150여 명, 주말 300여 명이 김광석을 만나기 위해 방천시장을 찾는다. 대구가 고향인 김광석은 방천시장과 멀지 않은 중구 대봉동에서 유년을 보냈다. 사람들은 서민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방천시장에서 소탈했던 김광석의 흔적을 느끼는 듯싶다.

'문전성시' 사업에 스텝으로 참여했던 이창원씨는 "가수 김광석은 고인이지만 문화 아이콘으로서 충분히 그를 기리고 기억할 수 있는 곳이 방천시장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을 찾다가 젊은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가수 김광석을 주제로 벽화를 꾸미게 됐다"고 설명했다.

왜 사람들은 여전히 김광석을 찾을까

그는 이어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 대해 "'문전성시' 이후 자원조달이 어려워 제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며 "앞으로 김광석 동상 제작을 비롯해 주민 편의 시설 마련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천시장의 옹벽에 마련된 김광석다시그리기길 평일에도 많은 인파가 다녀갈 정도로 이곳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유명해 졌다. 상인들의 마음은 이 많은 인파가 방문하는 만큼 상가도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천시장의 옹벽에 마련된 김광석다시그리기길평일에도 많은 인파가 다녀갈 정도로 이곳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유명해 졌다. 상인들의 마음은 이 많은 인파가 방문하는 만큼 상가도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김용한

'문전성시' 사업이 끝난 후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이 잘 보존되지 않고 정체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창석씨는 "대구 시민들이 문화의 향수를 느끼고 방천시장을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또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이 발전 가능한 길이 될 수 있도록 행정 기관이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광석이 생기를 불어넣은 방천시장의 옹벽.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방천시장에 오면 그를 기리고 추억할 수 있는 그림, 사진, 그리고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 김광석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 중.

대구 방천시장의 한 귀퉁이 옹벽에서는 음유시인이라 불렸던 김광석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 길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애니메이션으로 김광석을 그려놓은 곳 김광석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방천시장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의 공간이다.
애니메이션으로 김광석을 그려놓은 곳김광석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방천시장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의 공간이다.김용한

김광석 추모콘서트가 열리는 시기에는 더 많은 사람이 방천시장을 찾아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을 걷는다. 어느덧 방천시장 골목길은 '대구의 가볼 만한 곳'으로 알려졌다. 남녀 여러 연령층 사람들의 '사진 촬영 포인트'이자 좋은 데이트 코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은 아직(?) 관광명소가 아니다. 그냥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연히 등장한 가객 김광석. 그는 방천시장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우연히 방천시장을 찾은 한 외지인은 "잘 모르고 왔지만,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등 분위기도 괜찮다"고 평을 내렸다. 

현재 방천시장 옹벽에 조성된 '김광석다시그리기 길'에는 여러 작가들이 손수 그린 애니메이션, 조각, 그림, 사진들이 조성되어 있다.

가객 김광석의 모습 벽면에 그려진 가객 김광석의 모습.
가객 김광석의 모습벽면에 그려진 가객 김광석의 모습.김용한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방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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