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의 행복과자를 좋아하는 엄마
공응경
"엄마 살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어, 병원에 묶여 있을 때. 그래도 난 한번 밖에 안 묶여 있었다."
"내 옆에 있던 사람은 여러번 묶였어. 병동에서 남의 물건 훔치고..."
엄마의 이야기 뒤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영화 주인공 하라고 하면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엄마가 먼저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하셨다. 한동안 잘 지내더니 불안하다며 병원으로 가자고 하신다. 엄마와 병원 가는 길에 1차선이라 차를 세울 수도 없는데 갑자기 병원에 안 가겠다면 자동차 문을 연다. 열면 위험하다고 기다리라고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자동으로 문이 잠기지 않는 소형차다 보니 난감한 상황에 어쩔수 없이 차를 세웠더니 순간 엄마가 문을 열고 6차선 도로 한복판을 뛰어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엄마를 쫓아 달리기를 하였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주변 차들은 빵빵거리고 간신히 엄마를 붙잡아 다독거리고 순찰차가 보여 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했다.
"죄송한데요. 저희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가는 중인데 지금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졌어요.
좀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힘드시면 제 차 뒤에서 좀 따라와 주시면 안될까요?"
"지금 그럴 시간 없습니다. 알아서 해결하세요."
중량교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청량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 듯한데 경찰관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어째 어째 간신히 병원에 도착한 기억이 떠오르다. 그때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세상은 혼자구나,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란 생각이 컸다.
아무래도 전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묶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상처가 되었나 보다. 종종 그때 일을 얘기하신다.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람을 묶어 놓을 수 있지 의아할듯 하지만 마구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행동을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또 많은 간호사들의 노고를 알기에 병원에 어떤 항의도 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이야기는 상처가 되는 듯하다. 엄마가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왜 몹쓸병은 엄마를 계속 괴롭히는가?
엄마의 몹쓸병이 밉지만 병으로 비롯한 많은 일은 나를 성장시키고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운전 중 누가 끼어들면 그냥 양보한다. 그 사람도 나처럼 말 못할 사연이 있을지 모르잖아. 얼마나 급하면 위험하게 끼어들기를 하겠어 라고.
"엄마. 그때 많이 힘들었지. 여기는 그래도 요양원이라 병원보다는 편하지? 더 좋은 데 모실 수 없어서 미안해요."
"아니야. 여기 좋아."
"걷기 연습은 매일 하고 있는 거에요?"
"그럼, 나 (보조기)안 끌고 혼자서 걸을 수도 있어."
"엄마. 그래도 넘어질 수 있으니깐 보조기 끌고 걸으세요. 살도 많이 쪘네. 간식 많이
먹지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