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주변의 소.
오오타 야스스케
사고가 일어난 원전에서 1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약 30헥타르의 목장이 있었습니다. 목장 주인 요시자와 마사미씨는 폭발 사고 후 방사능 오염으로 곧바로 경계구역이 된 그곳에서 지금도 계속 남아 있습니다. 피폭된 소들에게 물과 양식을 주고 있습니다. "살처분하라"는 정부의 명령도 거부한 채 키워서 팔 수도 없는 소들을 왜 돌보고 있는 걸까요?
지난 여름 저는 요시자와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굳게 다문 입과 빛나는 눈에서 그분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분 옆에는 '결사구명!' 즉, '내 목숨을 바쳐 그 생명들을 지키겠다'는 아주 강하고도 든든한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크나큰 지진과 쓰나미도 이겨내고 살아남은 목장에, 어느 날 아침 원전 폭발로 피난 명령이 떨어지고 근처의 주민들은 모두 황망히 강제 피난을 당합니다. 피난민들 중엔 지금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시자와씨는 "나는 소치기이니 소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며 사료가 끊긴 그곳에서 비지를 구해다 소들에게 먹이며 버팁니다.
그러나 곧 "경계구역 내의 모든 가축을 살처분하라"는 정부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고 쓰나미로 모든 것을 쓸어 보내고 게다가 방사능 오염으로 모두 쫓겨나는 과정에서 요시자와씨는 정부에 대해 큰 의구심과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피난민과 살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정책, 그것이 행해지는 과정에서 마치 생명을 그냥 내쳐버리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죠. 그는 정부의 살처분 명령에 반항하며 목장을 떠나지 않기로 합니다. 그는 피폭 당하고 버려지는 소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버려지는 모습이 겹쳐보였다고 합니다.
폭발 사고 이후 그곳의 주민들에 대한 기민(棄民)정책이 동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고 요시자와씨는 말합니다. 비록 식용육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애정을 주고 건강하게 키워 고기를 공급하였고, 그것이 필요없어지자 함부로 무의미하게 묶은 채로 아사시키거나 버리고 떠날 수는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살아있는 소들은 원전 폭발사고의 산 증인들입니다. 정부는 증거를 모두 인멸해버리고 싶겠지만 피폭 실태의 조사, 연구 등을 통해 앞으로의 방사능 재해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과학적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이미 대학의 수의학 팀과 협력하여 소의 체내 피폭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마리 수를 늘이지 않기 위해 거세 작업도 하고 생식기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의 연구에도 쓰입니다. 피폭 당한 소들을 계속 키우는 일은 이 시대를 극복해나가는 일에 도움이 됩니다. 나는 열심히 할 것 입니다.이것이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하여 제가 싸울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여러분들이 사는 곳도 언젠가는 이 곳 후쿠시마처럼 폐허가 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탈핵에 돌입했고 독일이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원발 재가동, 원발 수출로 역행하고 있으니 국민이 정신차리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그냥 소치기입니다. 그러나 피폭된 소를 살리는 과정에서 소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제 자신 원점으로 돌아가 생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다른 생명을 먹어야 살지만 그들에 대한 감사함과 경외감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살고 싶은 생명들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해야 할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요시자와씨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강한 의지 그리고 용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희망목장'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곳에선 지금도 300마리가 넘는 소들이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기부금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낮에는 학교를 다니며 밤에는 아르바이트로 주말에 후쿠시마에 갈 비용을 마련하여 정기적으로 오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수의학자나 의사 그리고 멀리서 보내오는 무상의 오염되지 않은 풀 등, 버려진 땅 버려진 목장에 멀고 가까운 곳에서 응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제가 번역한 책을 낸 출판사에서 주신, 분에 넘치는 번역료도 전액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이게 동물들만의 일일까요? 우리 미래이기도 합니다요시자와씨가 지난 2월 Weekly Zaenshi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금도 나미에정과 도키오카정, 오쿠마정, 후타바정에서 약 10가구의 농가가 저항하며 소를 살려두고 있다"고 합니다.
"나미에정은 원전이 들어서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땅이다. 1960년대부터 도호쿠전력의 나미에오다카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오랜 반대운동으로 건설을 저지했다. 그런 나미에정이 체르노빌이 돼버렸다. 우리 농가에서 만든 표고버섯에서는 (방사성물질이) 4만 베크렐이나 나왔다. 도쿄전력에 갔을 때, "당신들 때문이다. 선물이다"라 말하고 놓고 왔다. 이곳에서 재배한 쌀과 야채 산나물 모두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먹을 수 없을 것이다."지금 우리나라도 잠재적인 원전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는 동물들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일방적이고 무력하게 희생되는 고통은 동물들만의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인간 역시 몹시 고통스럽고 마음이 병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무력한 눈물만이 고작이었던 저는 아직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나 이제는 제 나름대로 작으나마 방법들을 모색합니다. 일단 마음을 내니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이 보이고 다가옵니다. 매일의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선택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다르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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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땅에 남겨진 동물들... 정말 잔인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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